BASEBALLPARK

오늘밤 올림픽 축구도 있고..

슬슬 올림픽도 돌아오고 했으니 올림픽 추억담 하나 올려봅니다.



88올림픽 구경간 얘기인데요.



92년 전병관선수의 금메달 이후 08년 베이징에서 장미란의 금메달까지..

역도는 이제 어느덧 우리나라의 쏠쏠한 효자종목 중 하나가 되었는데요.



92년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죠.

1948년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딴 최초 메달이 역도에서 나왔던가? 동메달로 기억하는데...

여튼 그 시절에는 인상 용상 그리고 지금은 없어진 한 손 들기까지 따로따로 메달 주던 시절이었고...

현재처럼 인상과 용상의 합계만으로 메달 주는 것으로 바뀐 이후에는 울나라는 역도에서 메달 못딴 것으로 알고 있슴다.




따라서...

1988년 서울 올림픽때 우리나라 국민들중에서 역도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었죠.




시간을 조금더 거슬러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으로 올라갑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우리나라가 주최하는 최대의 스포츠행사이기도 했고,

88 서울올림픽의 성공여부를 판단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도 할 수 있었던 대회였기에 정부에서는 꽤나 신경을 썼죠.



그러다보니.. 경기가 열리는 비인기종목의 경기장의 관중석이 텅텅 비는 것도 조직위원회에서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각급 학교에 비인기종목 표를 꽤 뿌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제가 속해있던 반에도 그런 식으로 공짜표들이 들어왔는데..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열리던 조정경기표와,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리던 역도경기표들이었습니다.



그중에 저는 역도경기표를 얻어서.. 친구들과 역도를 보러 갔었죠.

52kg급이었고... 전병관선수가 출전하는 경기였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중국선수가 압도적이지만 은메달정도는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응원을 갔는데...

앉은 자세에서 일단 역기를 바로 들어올리는 인상경기를 하는 도중...


역기를 든 자세에서 팔이 뒤로 꺾이면서 부상을 당하고

전병관선수는 결국 경기를 기권하고 말죠.

너무 아쉬워서 그 자리에 주저 앉아 한참동안 일어서지 못하던 전병관선수가 눈에 밟히던...




그리고 2년 뒤,

88 서울 올림픽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부모님을 졸랐습니다.

'아빠 역도 52kg급 경기 보러가요'



아버지는 쌩뚱맞으신 표현으로 쳐다봅니다.

'응? 무슨 역도 경기를 다 보러가냐?'



그래도 부모님께 끈질기게 조르는 바람에 아버지랑 둘이 역도 경기를 보러 가기로 했고,

표를 미리 구입하셨죠. 뭐.. 비인기종목인데다가 그리 주목받는 경기도 아니었기에.. 표는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86년 아시안게임에서 실격한 전병관선수는 88년에도 별로 알려진 선수는 아니었기에 더욱 표 구하기는 쉬웠죠.




여튼...

전병관선수가 출전하는 52kg급은 역도 체급중 가장 낮은 체급으로...

제 기억이 맞다면 올림픽 첫날 열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저희 부자는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으로 향했고...

잘하면 동메달을 노릴 수 있을거라던 전병관선수가 분전하며...

용상 2차시기만에 은메달을 확정 짓는 환희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죠.



뭐 금메달이야.. 불가리아선수가 워낙 압도적이어서 언감생심이었고...

은메달을 확정하는 용상 바벨을 번쩍 들어올린 후 전병관선수는 정말로 펄쩍펄쩍 뛰며 어린아이처럼 기뻐했고...

아시죠? 역도선수들이 얼마나 서전트 점프를 높이 뛰는 지를...


진짜 하늘을 날아가는 것처럼 펄쩍 펄쩍

저희 아버지도 그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성을 지르시고..

전병관의 용상 2차시기 성공을 기원하며 정말 숨소리조차 죽인체 경기를 지켜보던 경기자의 모든 관중들도 성공을 알리는 3개의 파란불이 모두 들어오자 다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미친듯한 함성을...

물론 저도 예외는 아니었구요.



그날 전병관선수가 딴 은메달은 88 서울 올림픽 우리나라선수단에 안겨준 최초의 메달이었습니다.

첫메달이기도 하고, 뜻밖의 메달이었기에 방송에서도 꽤나 임팩트하게 보도하며...

지금은 유명인사가 된 전병관 선수의 이름 석 자를 온 국민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죠.




경기를 보고 돌아오는 길...

진심 나의 선택이 탁월했음을 과시하고 싶어서... 계속 아버지에게 확인 질문을 던져드립니다.


'것봐 뭐랬어. 내 말 듣고 역도 경기 보러 오길 정말 잘했지?'

'그래그래.. 정말 잘했다. 덕분에 좋은 경기 봤다'



집에 돌아오니...

외할머니는 어떻게 은메달 딸 걸 알고 역도를 보러 가자고 그랬냐며... 니 덕분에 니 아빠도 좋은 구경 했다고 저를 추켜세워주셨고...


저는 더더욱 우쭐해했던... ^^;;;;;;;





결국 그 역도경기는 제가 88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메달 따는걸 직관한 유일한 경기가 되었는데...



하긴..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올림픽 경기 직관 경험은 없으니,

전 올림픽을 통틀어 개인적으로 직관한 울나라 선수가 메달 따는 장면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저에게 있어..

올림픽 하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런 추억담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