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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눈으로 가득했던 날. 

밤새 쌓인 눈을 채 치우지도 못하고 아침출근길을 서두르는 차들로 북적였던 아침대로.

재미난 풍경이라고 생각하며 갈길을 재촉하는동안 차 속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곡은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였습니다. 

듣자마자. 이게 누구의 어떤 곡이였나. 하는 말을 연신 되뇌여도. 누구의 곡인지 한참동안 머리를 조아려도 잘 떠오르질 않더군요. 늘 즐겨듣던 곡이었는데.

한번 마음껏 내지를 것 같은 절정의 순간에서도 넘치지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다소곳하게만 연주하지도 않는 그런 오스카 슘스키의 절제된 바이올린이 너무도 아름답게 들렸습니다. 좀 더 어릴때는 담대한 오이스트라흐의 연주나 강렬한 하이페츠의 연주가 마음에 들었는데. 어느순간부터인가 이런것이 더 마음에 들어오는 변화가 일어난겁니다. 넘치지 않지만 넘실거리는 연주들. 평생 클라라를 애정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단 한번도 표현 못했던 브람스의 일렁이고 영원히 설레이는 마음이 음표 하나하나에 절절히도 각인되어 있는 연주를 말입니다.

지금에서는 길었던 겨울중에 얻은. 아니 얼마간 헤어졌던 여자와 조우한것처럼. 절절하게 되찾은 곡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거리에는 한동안 아직 겨울과 봄사이 정체모를 찰나의 계절. 과도기의 바람이 불었지만. 

어느덧 잦아든 바람과 따스해진 기운. 하나의 연주로 내 안에 남아있는 겨울을 모두 배웅하려 합니다.

다가온 것 같은데.

완전히 바싹 붙어 오지는 않은 봄.

그래서 매력적이지.

비로소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새삼 새로운 마음. 새로워지는 인연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