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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법체류자(불체자)에 대한 수용 찬반에 대한 여론은 시류에 따라 바뀌기 마련인데요...

제가 직전에 썼던 글과 연결되지만, 미국의 이민 정책(불체자 포용정책)도 경제상황과 맞물려 변화가 있어왔습니다.

과거 경제가 괜찮았던 시절에는 조금 과장하자면 불체자에 대한 개념 자체도 희박했고 주 정부 및 연방정부 역시 불체자 단속에 상당히 느슨한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불체자들에 대한 시각은 부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지요.

더불어 9/11 사태는 미국민들의 이민자들에 대한 시각의 전환점으로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9/11 직후의 분노한 일부 국민들은 무슬림에 대한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거기에 경제 불황이 겹치면서 외부 이주민들, 미국 문화에 동화되지 않고 자기들만의 커뮤니티를 구축해사는 이방인들 (특히 아랍계)에 대해 반감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이런 불체자들에 대한 반대여론이 더욱 높아졌지요.

심지어, 일부 보수세력에서는 합법적 이민 신청에 대해서조차 딴죽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현상은, 우리나라와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데, 미국의 하층 노동자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불체자들을 내쫓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특히, 아이러니하게도, 인종차별이 상대적으로 심한 남부의 경우, 농장 노동자들 중 상당수가 중남미 출신의 불체자들이라는 겁니다.

redneck들은 불체자들을 척결하자고 하지만 그들의 본거지에서는 불체자들이 산업의 동력으로 기저에 위치한다는 웃긴 현상이죠.

과거 미국은 평균 10년에 한번 씩 이민개혁을 단행해 왔습니다만 9/11 사건이 터지면서 20년 넘게 이민개혁이 단행되지 못하고 있어 왔습니다.

이 DREAM Act에 대해서는 불체자 포용을 찬성, 반대하는 양 측 모두 불만입니다.

당연히 반대 측에서는 불체자들에게 사면을 줌으로써 앞으로도 불체자들이 언젠가 있을 사면을 기대하면서 계속 미국으로 유입될 거라는 이유를 들고, 찬성 측에서는 초안에 비해 훨씬 후퇴된 법안으로 인해 많은 불체자들이 구제를 못받는다는 이유를 들지요.

미국의 불체자 구제는 인권과도 깊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실제, 불체자를 부르는 용어도 과거 illegal immigrant에서 요즘은 'undocumented', 서류미비자, 라고 순화해서 부르는 추세입니다.

불체자들 중 상당수는 부모의 결정에 따라서 자의와 무관하게 미국으로 넘어온 젊은 청소년들입니다.

이들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미국으로 넘어와 청소년기를 거치고 이제 사회로 나가려 하지만 신분 문제 때문에 발목이 잡혀 아무 것도 못하게 되는 것이죠.

고등학교 까지는 비록 불체자라고 하더라도 무사히 마칠 수 있지만 대학교 진학은 쉽지 않습니다.

설령 대학교를 졸업해도 신분 문제 때문에 취업이 불가능하고 결국 사회 하층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지요.

이런 불체자의 자제들은 미국에서 (비록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자라고 교육받고 동화된 아이들입니다.

이들을 본국으로 쫓아낸다는 건 인권침해에 해당하는 문제죠.

고국의 언어가 아닌 영어가 더 편한 이들에게 수 십 년 동안 떠나온 생소한 고국으로 돌아가라는 건 너무 가혹한 처사입니다.

그래서 불체자 추방에 대해서는 민주당, 공화당 모두 원론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실제로는 쉽게 쫓아낼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더불어, 갈수록 늘어나는 히스패닉 인구와 커져가는 커뮤니티는 정치인들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실제, 히스패닉 인구는 갈수록 급증하는 추세고, 히스패닉 계열의 정치인 수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조지 부시의 동생 젭 부시의 배우자도 히스패닉이라는데 그의 아들이 히스패닉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전도유망한 정치인으로 커가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앞으로 미국의 불체자 관련 정책은 일부 강성 보수 세력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단속을 하는 '척'은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불체자들에 대한 문호를 점차 개방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불체자에 대한 관용은 커녕 (저개발 국가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시각조차 색안경을 끼고 보는 현실이라 갈 길이 멉니다만, 언젠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시각이 개선되면 불체자들에 대한 처우에 대해 논의를 해 볼 날도 올 거라 믿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은 물론 불체자들에 대해서도 관용적인 시각이라 만약 사회에 해가 되는 구성원이 아니라면 폭넓게 포용을 해야 한다는 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