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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는 자유양식이라고 해서 영문 이력서를 제출했더니 한글 이력서를 요구하더군요.

그래서 그대로 번역해서 냈더니 자료가 부족하다며 전형적인 한국식 이력서 샘플을 주더니 채우라고 하더군요.

내용은, 참담하더군요.

주민등록번호, 생년월일은 기본이고 사진에 주량, 종교, 취미까지.

다행스러운 건(!?) 가족관계는 안 묻더군요.

제가 다니던 한국 직장은 가족관계 및 직업, 동거여부 등도 꼬치꼬치 묻던데 그런 건 빠져 있었습니다.

사진은 없다고 말하고 안 붙이고 (어차피 컨퍼런스 콜 하면서 얼굴 볼텐데...그건 괜찮다고 하더군요),

주민등록번호는 앞자리만 썼더니 (나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 문화를 알기에...그건 OK)

다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물어봤습니다...왜 필요하냐고

그랬더니 당황하고 말을 못하더군요...입사하고 그 때 알려달라고

요즘 열린 채용이니 뭐니 하면서 학벌, 나이, 영어성적 안 본다고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호들갑을 떨던데 정작 이력서 양식은 별로 개선되는 게 없는 듯 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게 그냥 관성이 아닌가 합니다.

인사 담당자도 불필요한 정보 또는 사생활에 해당하는 자료들을 그냥 옛날부터 기재해왔으니 계속 그렇게 간다는 느낌이랄까요.

가족신상 캐는 거야 가족 중에 끝발 날리는 분 계시면 모셔가려는 의도가 있다고 쳐도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민감한 자료를 왜 요구하는 지 의문입니다.

(술은 얼마나 먹는지, 종교는 뭔지, 취미가 뭔지...우리나라 기업들은 사생활의 개념은 전무한 듯)

자칫 잘못하면 주민등록번호는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는데 그런 자료를 순순히 넘길 수 밖에 없는 구직자들의 입장도 딱합니다.

일각에서는 신용불량자 확인을 위해서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물론 신용불량자가 취업의 결격사유가 되는 일부 직종의 경우는 이해가 되지만 (그런 직종들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게 있다고 넘어가지요.) 왜 모든 기업들이 그게 필요한 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잘 아시겠지만, 이력서에 사진, 나이, 주량, 종교, 주민등록번호 (에 해당하는 social security number), 가족관계 따위는 기재하지 않습니다.

채용이라는 게 그 사람의 살아온 과거(학력, 경력, 특기, 성격, 자격증 등)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죠.

물론 미국도 빽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우리나라같이 대놓고 고관대작 집안 자제분들을 스크리닝하는 유치한 짓은 안하죠.

이래저래 구직자들은 괴로운 현실입니다...수퍼갑인 회사가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데 뭐라고 반발하겠습니까

이런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강력히 규제를 할 사안입니다.

법적으로 구인자가 구직자에게 개인 신상 (특히 주민등록번호)을 요구하는 경우 처벌(하다못해 과태료라도 걷는 시늉이라도)을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