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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이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제 마눌 자랑이 아니라 이 사람 화를 낼 줄 모르는 사람이예요.
평소에도 항상 생글생글 눈웃음으로 웃고 다니고 아이들이 속을 썩이면 그냥 혼자서 울고 마는 성격의 소유자.

저에게도 우리 아이에게도 여태 화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화가나면 돌아서서 한숨을 쉬고 그냥 일찍 잠자리에 들어가버려요.
다음날 일어나면 어제 일은 다 잊고 또 생글생글.. 어떨 때는 정말 속이 좋은 건지, 속이 없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오늘 마눌이 학교에서 애들에게 엄청 화를 냈다고 합니다. 베팍 불펜에도 올라왔던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함에 따라 영양사 및 조리사들도 파업을 했습니다. 전국 초중고 933개 학교에서 했는데 대충 10개 학교당 한 학교가 파업을 했지요. 울 마눌이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파업을 했다고 합니다.

점심 시간에 미리 준비된 빵과 우유가 배식되었는데 아이들이 엄청 짜증을 내더라고 하네요. 밥을 안주고 이게 뭐냐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마눌이 참다 참다 못해서 아이들에게 버럭 화를 낸거죠.

"애들아! 너희들 부모님들도 대부분 노동자고 나도 노동자란다. 농사 짓거나 회사에서 사장님 소릴 듣는 분들 아니면 이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노동자야. 너희들도 대학가고 졸업해서 취업하면 대부분 노동자들이 될거야. 노동자들은 힘이 없어! 서럽고 억울하고 힘든 일을 당할 때 노동자들이 권리를 주장하려면 서로 연대하는 길 밖에 없어. 오늘 먹는 이 빵과 우유가 당장에 너희들 입맛에 안 맞을지 몰라도 이럴 때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를해야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거란다...."

말을 들어보니 뭐 대충 이런 이야기를 했더군요. 화를 평소에 내지 않던 선생님이 저런 이야기를 격하게 하니깐 아이들도 놀랬는지 조용해지면서 수근거리더라네요. 마음이 여린 사람이라 제가 물어봤죠. "이야기하면서 마음이 격해져서 또 운거 아니니?"
마눌의 대답 "너무 세상이 각박해지니깐.. 눈물도 말랐어. 이제 아이들에게 희망을 거는데 아이들을 이해시키려면 약해지지 않을려고 최대한 또박또박 이야기했지.."

종종 사람들이 교직은 성직이지 노동직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노동은 신성하고 그렇기 때문에 교직이 성직입니다.
오늘따라 성직자처럼 아이들을 설득한 울 마눌님 참 멋져보이네요.

훌륭한 마눌, 선생님, (울 아이의) 엄마, 그리고 노동자입니다. 울 마눌 화이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