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정확히 말하면 저번 주 대학 미식축구 (NCAAF)를 시작으로 이번 주에 프로 미식축구 (NFL)가 시작되었는데요.

요즘은 미국물 먹은 사람들, 저 포함해서 유학하고 귀국한 사람들, 이 꽤 많아졌는지 미식축구에 대한 관심이 꽤 올라간 듯 합니다.

사실 미식축구의 재미를 알면 다른 스포츠는 좀 심하게 말하면 애들 장난같이 느껴지기도 한다는데...제가 딱 그런 경우입니다 ㅋㅋㅋ

미식축구를 몇 년 전부터 즐겨 시청하면서 축구, 농구는 물론 야구 (MLB)도 손을 놓게 되었는데요...

처음엔 그냥 거대한 거구가 무식하게 공들고 삐대면서 억지로 몇 미터 전진하는 게 무슨 운동인가 싶었는데, 재미를 알고부터는 그게 아니더라고요.

특히, 어느 운동이든 다 그렇겠지만 응원하는 팀이 생기면 그 관심도 및 몰입도는 커지는 듯 합니다.

미식축구의 규칙에 대해서는 인터넷에 자세히 설명된 것들이 많으므로 따로 설명은 않겠습니다.

다만 미식축구를 통해 몇가지 엿볼 수 있는 미국적(!?) 사고방식에 대해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미식축구의 점수 획득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터치다운 (7점), 그리고 필드골 (3점)

(축구의 자책골과 비슷한 터치백 (2점)도 있지만 그건 논외로 하고...)

정확히 말하면 터치다운은 6점에 뽀너스로, 1-point 킥 (1점) 또는 2 point conversion (2점)을 주는데, 일반적으로 확률이 100%에 가까운 킥을 시도한다고 본다면 7점입니다.

흥미로운 건, 필드골을 두 번 성공해도 터치다운 한 번을 만회할 수 없다는 겁니다.

여기서 미식축구의 '미국스러움'을 알 수 있습니다.

터치다운의 가치를 두 번으 필드골에 비해 더 크게 잡은 것, 그만큼 큰 것 한 방의 가치를 두는 것입니다...한탕주의? ㅋㅋㅋ

즉, 터치다운을 한 번 당하면 두 번을 필드골로 성공시켜도 따라잡을 수 없지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키커의 비중이 미식축구에서는 낮습니다.

물론 결정적일 때 키커의 3점이 소중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들의 득점에 비해 인지도 및 중요도는 낮지요.

반면, 다 아시겠지만, 미식축구의 핵심은 필드의 야전사령관인 쿼터백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덕목을 딱 한가지만 꼽으라면 리더쉽 (leadership)입니다.

학교든 직장이든 스포츠 팀이든 군대든 미국인들이 가장 강조하는 게 리더쉽을 갖췄느냐입니다.

리더쉽이라는 말은 단순히 우두머리로서 지식의 양이 많다든지 육체적 힘이 센 것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어떤 집단을 통솔하는 합리성과 지도력, 그리고 때로는 적절한 카리스마와 유머까지 겸비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죠.

(우리나라의 리더쉽은 뭔가 잘못된 게, 스펙좋고 돈많고 물리적 힘이 센 게 리더쉽으로 인지되는 경향이 강하죠.)

이런 리더쉽을 갖춰야만 할 수 있는 게 쿼터백입니다.

NFL을 좋아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쿼터백의 자리는 단순히 실력이 출중하다고 차지할 수 있는 포지션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실력을 갖춰야 겠지만 더 중요한 건 동료들의 신뢰와 통솔력 그리고 리더로서의 강력한 리더쉽이 있어야 합니다.

팀내에서 다른 동료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선수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절대적인 팀 스포츠인 미식축구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화제를 돌려, NCAAF와 NFL의 차이를 간단히 설명해볼까 합니다.

규칙 부분에서의 차이 (예를 들어 NCAAF는 2 minute warning이 없다든지) 부분은 인터넷을 참고하시고 그 이외의 측면을 적어볼까 합니다.

가장 큰 건, 역시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마같은 NCAAF와 달리 NFL은 말 그대로 프로라는 겁니다.

NCAAF에서는 상대적으로 NFL에 비해 Upset (약팀이 강팀을 이기는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홈게임에서의 승률이 원정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습니다.

가끔은 our of rank 팀이 홈에서 ranked team을 잡는 이변이 속출하는데 그 때문에 사람들이 더 NCAAF에 열광하지요.

(NCAAF는 AP, USA Today 등에서 전국 25위까지 순위를 매겨 매 주 발표하는데 그에 따라서 순위를 정합니다...물론 BCS가 제일 핵심이지만 이건 매 주 발표하는 건 아니고)

NCAAF가 재미있는 이유는 또 다른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바로 약한 수비인데요

이게 뭔 소리냐면, 강력한 수비진들이 버티고 있는 NFL과 달리 NCAAF는 수비가 약합니다.

그래서 NFL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장거리 러시라든지 장거리 패스 또는 킥오프 리턴 터치다운 등이 은근히 자주 나옵니다.

반면 NFL은 그런 묘기대행진(!?)이 상대적으로 적은 게, 수비수들의 실력과 두터움이 NCAAF와 비교가 안됩니다.

예를 들어, NCAAF에서 러시로 날라다녔던 미시간의 "Shoelace", 로빈슨은 오늘 데뷔전에서 겨우 두 번 공을 잡고 1야드를 전진하는 데 그쳤죠.

대신, 이런 식의 약한 수비 때문에 극적인 역전이 자주 발생해서 더 열광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NCAAF는 수비가 강한 팀들 성적이 좋습니다.)

그리고 NCAAF는 어이없는 실수가 자주 등장합니다.

가령 아주 손쉬운 킥을 놓친다든가, 평이한 펀트 리턴을 놓쳐서 공격권을 뺏긴다든가, 어처구니없는 인터셉션을 헌납한다든가 하는 것들입니다.

NFL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실수가 반드시 한 경기에 한 두 번은 나오죠.

(어제 미시간의 가드너가 상대방에게 패대기 당하면서 살포시 터치다운 패스 안겨준 게 좋은 예입니다...)

그래서 NCAAF를 NFL에 비해 더 좋아하는 팬들도 많습니다...저도 그렇고

특히 몇 팀 안되는 (32개...헐) NFL에 비해 NCAAF는 그 수도 많고 지역 분포도 골고루 되어 있어 지역연고도 잘 정착되어 있습니다.

굳이 그 대학 출신이 아니어도 그 대학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그 대학팀의 팬이 되는거죠.

요즘 NCAAF 최강 자리를 몇 년 째 해먹고 있는 Alabama의 경우 지금부터 내년 초까지는 모든 사람들이 차에 Alabama 대학교 썬팅(!?)을 하고 다니거나 대학 깃발을 꼽고 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있습니다.

(아, 물론 지역 라이벌인 Auburn 대학교 깃발도 상당히 많고요.)

다행스럽게도(!?) 동부에는 NCAAF 강팀이 별로 없어서 상대적으로 NFL이 강세입니다만, 뉴욕에 사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자기 모교에 따라서 NCAAF를 즐겨 봅니다.

예를 들어, 어제는 역사적인 라이벌 팀인 미시간과 노틀담의 마지막 공식 교류전이 있었는데 이런 초대형 경기가 펼쳐지는 날이면 맨하탄 한복판의 술집들은 양교의 동문들이 각 학교의 옷을 입고 열광적으로 응원을 펼칩니다...축구 한일전 응원 수준의 열기라고 생각하면 맞습니다

(여담입니다만 미시간과 노틀담은 무려 1887년부터 올해까지 교류전을 가져왔습니다만 내년부터는 이 라이벌전이 사라집니다...참 아쉽죠)

많은 사람들이 뉴욕은 예외적으로 MLB가 NFL을 인기 측면에서 앞선다고 하고, 실제로 여론조사에 의하면 그게 맞는 듯 하지만, 제 생각에는 양자간 인기 차이가 그다지 큰 것 같지는 않습니다...오히려 단순히 제 주위를 본다면 최근 수퍼볼을 연거푸 차지한 (순박한 시골청년 외모의 일라이 매닝이 버티는) 뉴욕 자이언츠 인기가 뉴욕 양키스를 압도하고요

오늘도 뉴욕의 쌍둥이 형제팀인 뉴욕 제츠와 자이언츠 게임 때문에 온 동네가 한산하더군요...맨하탄 타임스 스퀘어에는 오늘 빅 매치인 뉴욕 자이언츠와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경기를 중계하는 초대형 중계판이 섰고요(길거리 응원)

사실 지금부터는 MLB는 조금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분위기입니다.

잠깐 포스트시즌에 스포츠라이트를 받을 뿐, 주말이 되면 미식축구 열기에 미국이 잠식되지요.

NCAAF와 NFL은 서로의 팬들을 배려해서 경기 요일도 안분을 잘 해 놓았습니다...NCAAF는 토요일에 메인경기, NFL은 일요일이 메인경기

(제가 깜짝 놀란 건, NFL은 심지어 preseason game(시범경기) 조차도 프라임 타임에 티비에서 중계가 된다는 것입니다.)

얘기가 길어졌는데, 마지막으로 요즘의 판도 및 이번 주까지의 경기 결과를 간략히 정리하겠습니다.

NCAAF는 몇 년 째 해먹고 있는 SEC의 독주가 언제까지 갈 것인지가 관심사입니다.

(NCAAF는 수많은 디비전이 있는데 그 중 SEC라는 디비전에 강팀들이 바글바글 몰려있습니다.)

그 SEC의 독고다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팀으로 빅10의 명감독 어반 마이어가 있는 오하이오가 손꼽히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Alabama에는 많이 역부족인 듯 하고요.

(제가 응원하는 미시간은 올해도 공격은 합격점이지만 삼류 수비 때문에 기대가 전혀 안 갑니다.)

그리고 작년 1학년으로서 최초로 하인즈먼 트로피 (NCAAF MVP에 해당하는 상)를 수상한 똘기 충만(!?) Johnny Manzie의 텍사스 A&M도 다크호스입니다.

(다음주에 Alabama와의 빅매치가 대기중입니다.)

이상하게 잘 나가다가 항상 막판에 똥을 싸는 오레건은 올해는 어디까지 갈 지도 궁금하고...

공부 잘하는 학교로서 예외적으로 NCAAF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스탠포드의 선전도 언제까지 계속 될 지도 관심사입니다.

(대부분 NCAAF에서 잘 나가는 팀들은 주립대들로 사실 우리가 아는 '범생이' 학교들은 그다지 강팀들은 없습니다만 스탠포드가 예외적입니다.)

NFL은 개막전에서 덴버 브롱코스가 작년 수퍼볼 우승팀인 볼티모어 레이븐스를 박살을 내 버리면서 산뜻한 출발을 했고, 만년 강호 뉴잉 패츠는 천신만고 끝에 두 점 차 신승을 거두었습니다.

금주 최고의 빅매치였던 SF 49ers와 GB Packers의 경기는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며 49ers가 겨우 이겼습니다.

지금 뉴욕 자이언츠와 NFL 최고의 인기팀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경기는 3쿼터 현재 댈러스 카우보이스가 10점 차 앞서가는군요.

올해 수퍼볼이 뉴욕 (정확히 말하면 뉴저지에 있는 MetLife Stadium)에서 열리기 때문에 뉴욕 팬들의 관심이 지대한데, 오늘은 뉴욕 제츠는 이겼으니 출발은 좋은 듯 합니다.

제 예감은, 덴버와 그린베이가 뉴저지에서 만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