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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애플님이 소개한 사라 폴리 감독의 <우리도 사랑일까?>(Take This Waltz)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상대방에게 사랑한다는 것을 수도 없이 되뇌이는 것은 어쩌면 그 사랑의 감정이 불안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영화 속의 유부녀 마고도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하는' 강박증을 앓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남자가 길건너 이웃으로 이사를 오면서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 사실을 결국 남편도 알게 되지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주방의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부부의 단절을 표현하는 장면입니다. 유리창으로 사운드 오프의 효과를 내는 것은 스즈키 세이준의 <야수의 청춘>(1963)이나 자크 타티의 <플레이타임>(1967)에도 나오는 장면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있으면 이 세편의 영화를 한번 비교해 보고 싶습니다. 일단 오늘은 <우리도 사랑일까?>만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여기 소개할 주방 씬이 시작되면서 제이슨 콜렛의 Rave On Sad Song이 흐릅니다. 사운드의 근원지는 주방 근처에 있는 오디오입니다. 동영상을 틀고 들으면서 글을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주방이 보이고 주방 창문 너머 테라스에 남편 루빈이 앉아있습니다. 그는 아내의 불륜 사실을 알고 괴로워합니다. 마고가 들어와서 테이블에 앉습니다. 부엌에는 누가 먹을지 모를 음식이 끓고 있습니다. 수심이 가득한 마고의 얼굴이 보입니다.




그 다음 숏이 테라스에 있는 남편 루빈의 역 숏입니다. 루빈의 얼굴을 보여주다가 틸트 쉬프트 렌즈를 이용해서 촛점을 마고 쪽으로 이동시킵니다. 이 숏에서는 음악이 흐르지 않고 귀뚜라미 소리만 들립니다.



그 다음에 다시 마고 쪽을 보여줄 때는 음악이 흐르고 남편 쪽을 보여줄 때는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도록 숏이 구성됩니다. 그러니까 두 사람은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완전히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노래도 뚝뚝 끊어지는데 대화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마고가 혼자서 노래를 읊조리다 리듬에 맞추어 고개를 약간씩 흔듭니다. 루빈도 아내를 그런 아내를 보고 흉내를 내지요. 루빈의 모습에 죄책감을 느낀 마고는 창쪽으로 손을 뻗습니다. 주방 안에서 카메라를 비출 때는 노래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루빈이 다가와 그녀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갭니다.



다시 테라스 쪽에서 카메라를 비출 때는 노래는 단절되고 귀뚜라미 소리만 들립니다. 루빈이 창을 사이에 두고 마고에게 키스를 합니다. 두 사람은 화해를 하게 되는 걸까요?



루빈이 주방 쪽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문이 열리자 테라스 쪽에서도 노래 소리가 이제 들립니다. 하지만 마고의 표정을 보세요. 그녀는 루빈에 대해 동정을 하지만 마음은 이미 그를 떠났다는 것을 압니다. 루빈이 그녀를 껴안아도 그녀의 마음을 잡을 수는 없습니다.

사랑이 찾아오고 떠나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운명과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토록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나와 전혀 다른 세상에 속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이 장면은 그런 사랑의 외로움을 유리창 하나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