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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 중에 흔히 영웅시대라고 부르는 시기가 있습니다.

혼란한 시기에 고귀하고 순결한 영혼을 지닌 용감한 영웅이 무리를 모아 난세를 평정한다는 것이 주된 스토리죠.

보통 알려진 대표적인 영웅시대가 세 시기가 있습니다.

롤랑의 전설로 대표되는 게르만 영웅시대, 수백명의 왕자를 물리치고 거대한 왕조(마하바라타)를 건설하게 되는 아르주나의 인도 영웅시대가 있죠. 가장 친숙한 것은 아마 원탁의 기사를 이끌고 엑스칼리버를 휘두르며 섹슨족의 침입을 막아낸 아서왕의 영국 영웅시대가 되겠죠.

(그리고 수메르 최초(= 인류 최초)의 영웅왕 길가메시 이야기 역시 영웅시대 설화의 특성을 보인다고 합니다. 이 길가메시는 반신반인으로, 나중에 헤라클레스를 거쳐 수퍼맨의 원형이 되는 인물입니다.)

영웅시대는 일정한 역사적 상황을 배경으로 출현한다고 합니다.

대체로 성장과 쇠퇴를 반복하는 문명사에서 보면, 매우 선진적인 문화와 강력한 힘을 가진 제국이 나타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방에는 제국의 영향력을 일정부분 받으면서도 아직 야만의 힘을 간직하고 있는 집단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더욱 외부에는 완전한 야만의 집단들이 있지요. (야만을 딱히 비하의 의미로 쓰는 것은 아닙니다.)

제국의 힘은 보통 광대한 영토에 걸쳐 확립된 질서에 의해 유지됩니다. 팍스로마나를 예로 보면, 그리스 상인, 유대 상인들은 해적의 위협을 걱정하지 않고 무역을 할 수 있었죠. 로마 시민들은 로마 주변의 협소한 땅이 가진 농업 생산물에 구애받지 않고 화려하고 장대한 예술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군단병들 역시 로마 가도를 따라 수송되는 식량을 먹으며 척박한 땅에서 압도적인 군사력을 발휘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제국은 방위비 증가, 내부의 갈등, 정치적·사회적 관용의 상실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필연적인 쇠퇴의 길을 걷게 됩니다. 한 때 이민족을 이용해 방위력을 확충하려고 하겠지만, 지속적인 군비 부담은 재정을 압박하고, 이에 따라 세율을 인상하면 상업과 도시가 쇠퇴합니다. 상업이 쇠퇴하면서 물자의 유통이 막히면 농업 생산지는 자급자족형태로 바뀌어 곧 중세 봉건 사회가 등장하게 되지요. 물론 이러한 변화는 제국 내부에서 진행됩니다.

제국 외부, 특히 저 방위력 확충에 이용되었던 이민족의 경우는 조금 다른 양상을 겪습니다. 원래 이런 변방 지역은 기존의 부족 사회가 제국의 침략으로 일차 무너지고, 그렇다고 제국적 질서가 완전히 정착된 것도 아닌 상태였지요. 그 상황에서 제국의 간섭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은 엄청난 무정부 상태가 찾아온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각지에 소규모 지배자가 난립하고 자신들끼리도 난투를 겪는 한편, 무시무시한 외적들의 침입을 받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타나는 것이 영웅시대입니다. 이 영웅들은 어느 정도 선진 문명의 - 주로 사상적 고귀함과 군사기술 및 전략전술적 역량의 측면 - 혜택을 받았고, 한편으로는 야만의 용맹함을 가지고 있어서 상당한 군사적 성과를 거둡니다.

(하지만 이들은 실제로 문명이 조직되고 유지되는 - 정치와 행정 분야까지 세세하게 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며 그런 데에 관심도 없습니다.) 이들은 주로 부족적, 형제적 질서에 따라 움직이면서 일종의 중국식 협객집단과 같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죠. 불굴의 용기, 협의도(기사도), 동료들에 대한 헌신, 고귀한 이상을 추구하는 구도자의 자세 등등이 영웅설화의 주된 캐릭터 이미지입니다. (어쩌면 중국의 협객집단 모티브 역시 중국에서의 영웅시대의 소산인지도 모릅니다.)  이런 매력들은 안타깝게도 이들이 문명화된 행정가, 조직가, 정치가가 아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호걸의 이미지이고, 결국 영웅 시대 주인공들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데까지 나가지 못하고 죽게되는 원인이 되지요.

아서의 경우, 로마가 쇠퇴하여 브리튼에서 손을 뗀 후 섹슨 족이 급속하게 침략하면서 위기를 맞은 브리튼에 혜성처럼 나타납니다. .. 일부 구전되는 아서왕의 칭호가 라틴어로 사령관을 뜻하는 둑스(DUX)인 것은 아서가 로마군 지휘관 출신이었음을 보여 주죠. (왕들의 사령관이었다는 표현을 들어 브리튼 황제였다는 설도 있지만 그냥 여러 부족 연합군의 총사령관이었다는 것이 맞겠지요.)

아서왕 집단의 성격은 ‘원탁’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원탁은 원래 주종관계가 없이 동등한 위치임을 보여주는 테이블이죠. 후에 중세적 기사도 - 충성·신앙·낭만 같은 것이 덧붙여졌지요...

문헌상으로 아서왕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와 조금 차이가 있지만 실제로 순조롭게 진행되던 섹슨인의 영국 침공은 5세기말경 약 30여 년 동안 현저하게 약화되었습니다. 아서왕이 실존인물인지는 논란이 있지만 적어도 브리튼인을 지휘하여 섹슨족의 침략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인물이 존재했었다는 것이죠.

웃긴(?) 것은 실제로 그 시기를 전후하여 아르튀르, 아르토리우스 등의 이름이 기록에 많이 보이는데, 이는 그들이 아기였을 무렵 아이의 작명에 영향을 미칠만한 유명한 인사가 있었음을 추측하게 해줍니다.

아서왕은 또 유럽 대륙을 원정까지 했습니다. 이것은 거의 완전한 설화라고 치부되어 왔습니다. 당시 브리튼에서의 전투의 평균적인 부대 규모가 수백 명~천여 명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 점을 파고 든 아서 연구자가 있는데, 전혀 새로운 이론을 내놓습니다. 실제로 아서의 생존(추정)시기와 비슷한 때에 유럽을 원정한 브리튼왕이 있다는 것이죠.

앞서 말씀드렸듯이 유럽은 로마가 쇠퇴하고 동서로 나뉘면서 혼란한 시기였습니다. 이때 서로마 제국 황제가 여러 기독교 제후(?)들의 도움을 요청했고, 브리튼왕 리오타무스가 이에 호응하여 2만(!!!) 명의 병력을 이끌고 프랑스에 상륙했습니다. 하지만 고트족에게 개발린 리오타무스는 부르고뉴 지방까지 후퇴한 후 종적을 감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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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론은 친구 좀 맺어주셈. 숟가락 얹을 기회를 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