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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야 이혼을 하더라도 기러기는 절대 안된다는 글들이 대세지만 이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제 주위에도 기러기, 또는 예비 기러기들 꽤 있고요 처음에는 다들 그렇듯 기러기는 무슨 기러기냐며 펄펄 뛰었죠.

기러기로 흘러가는 경우는 다양합니다.

우선 주재원으로 왔다가 애들이 공부를 잘 해서 남는 경우입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한국 대기업 지사로 주재원 파견을 오면 짧게는 3년, 길게는 7~8년까지도 체류합니다.

그런데 마침 애들 나이대가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고등학생이라면 거의 기러기는 확정적입니다.
 
TT

아예 어린 애기를 데리고 왔다면 왔다가 돌아가도 적응에 문제가 없지만 머리가 커진 애들은 한국 적응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재원들 중 극성맞은 사람들은 주말에 한글(한국)학교에 애들을 떠밀듯 등록시키지만 그래도 애들의 적응력이라는 건 무섭죠.

돌아갈 때 쯤 되면 애들이 우선 강력한 저항을 합니다.

아줌마도 거기에 거들죠...애들이 우선 행복해한다는 게 좋은 이유인데, 사실 미국에 남고 싶어하는 건 아줌마 욕심이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우선 시댁 간섭이 없고, 소비 생활이 한국에 비해 윤택하다는 것 (주재원들 연봉 꽤 괜찮습니다.), 그리고 옛날 만큼은 아니지만 '미쿡' 산다는 게 아줌마 또래에서는 꽤 선망의 대상이라는 것...

가끔 신문에 기러기 아줌마의 일탈이 등장하던데, 무슨 야설 수준의 백인 남성과의 붕가붕가 따위는 오버지만, 확실히 이 동네 아줌마 중에 나사풀린 분 꽤 많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 생활비가 한 달에 5천 불이라면 만 불 필요하다고 해서 나머지는 골프장 다니고 여행 다니고 좋은 데 밥 먹으러 가고...

사실 이런 기러기 아줌마 대부분 (솔직히 100%라고 말하고픕니다만) 영어가 전혀 안되기 때문에 결국 한국인 그룹으로 뭉쳐서 몰려다니고 그래서 일탈행위를 할 유인이 충분합니다.

미국이 돈만 있으면 좋은 게, 영어 못해도 가디언 두면 애들 다 알아서 맡아주거든요.

조금 부정적으로 기러기하시는 아줌마 입장을 썼는데...사실 긍정적으로 쓸 거리가 별로 없어요

한국에서 돈 퍼날라주는 아저씨들만 호구라는 생각 뿐...

하지만 한국에 있는 아빠들은 애들 공부라면, 비록 육안으로 확인은 안되지만, 어쩔 수 없이 돈 줄 수 밖에 없지요.

가족끼리 무슨 영수증 청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보이스 피싱도 비슷한 것 아닌가요...당신 자식이 지금 크게 다쳤다, 사고쳤다, 경찰서다, 그러면 앞 뒤 안가리고 돈 부쳐주는 부모님들 심정과 비슷하죠)

얘기가 옆길로 샜는데, 주재원으로 와서 애들이 공부를 잘 해도, 못 해도 골치입니다.

공부를 잘 하면 그게 또 부모 욕심이 커져서 우리 애를 한국의 의대 법대가 아니라 미국의 아이비리그 의대 법대에 입학시키고 싶어하는 거죠.

반대로 애가 공부랑 담 쌓은 경우라면 한국에 있으면 인서울도 힘들겠지만 미국에서는 바닥권만 아니면 왠만한 주립대는 가니깐 영어라도 건지겠지하는 심정으로 미국에 남는 거고요.

더불어 애들도 영악해져서, 한국가면 입시지옥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죽어도 못가겠다고 저항하기도 합니다.

(더 놀라운 건, 개인적으로 아는 분 자제분(놈)은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인데 벌써부터 군대가기 싫다고 한국 안간다고 아빠 앞에서 드러누웠다는...)

주재원으로 왔다가 기러기를 하는 것 말고 한국에서 곧바로 기러기로 오는 경우도 은근히 많습니다.

주로 한국에서 시원찮은 애들이 그런 경우인데, 한국에서 안되는 공부 혹시라도 환경을 바꾸면 잘 하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라고 쓰고 착각이라고 읽는다...)에 미국행을 결정하는 기러기 가족입니다.

(그런것 있잖아요...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한다는...피타고라스 정리, 만유인력의 법칙과 더불어 인류의 3대 절대 진리)

그리고 집에 돈이 썩어 넘쳐서 기러기로 조기 유학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일반 서민들(!?)과 어울릴 일도 마주칠 일도 없기 때문에 사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러기와는 조금 품격(!?)이 다른 부류인데요.

주로 명문(초고액) 사립학교에 다니시는 은수저 문 분들인데, 이런 분들의 사연은 잘 모르므로 패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공부 좀 하다가 더 큰 뜻을 품고 기러기를 하는 경우입니다.

한국에서 특목고에서 괜찮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더 큰 물(!?)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주로 학생의 의지에 의해) 기러기를 하는 경우죠.

위의 다른 경우들에 비해서 목적의식도 분명하고 상대적으로 잘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주위에도 중학교 때 스스로 영어 시험을 봐서 인터넷으로 한국에서 어플라이해서 유학을 와서 명문대를 조기졸업하고 군대도 갔다와서 지금 번듯이 취직해있는 친구도 있고요.

제 생각에 기러기의 성패는 전적으로 아이의 재능과 의지에 달렸다고 봅니다.

아무리 집안의 써포트가 훌륭하고 돈이 남아돌고 엄마가 24/7 밀착 감시를 해도 탈선할 놈은 결국 탈선을 합니다.

반면 돈은 안 많아도, 심지어 부모없이 혼자 유학을 와도 자기가 뭘 하겠다는 심지가 굳은 학생들은 반듯하게 잘 커서 좋은 대학교를 가고 좋은 직장을 얻고요.

일부...가 아니라 대부분의 학부형들은 자기 자식에 대한 심각한 착각을 합니다.

우리 애가 탈선하는 건 우리 애 문제가 아니라 주변 환경의 문제라고 말입니다...아니 더 심각한 건 자식이 탈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흔합니다

가끔은 영어가 안되는 엄마를 가지고 노는 영악한 애들도 있거든요.

개인적 소감으로 기러기의 성공률 (무엇을 성공으로 잡느냐가 애매하지만 우리네 '세속적'인 기준으로 좋은 대학교 들어가고 좋은 취직자리 잡는것)은 셋 중 하나 정도라고 봅니다.

그 성공하는 하나는 위에 언급한대로 확실한 미국 유학의 뜻이 학생에게 있는 경우고요.

대부분의 기러기들은 그저 그런 주립대를 들어가서 그저 그렇게 대학생활 하다가 (일부는 사고도 치고...차승원 아들같이 말입니다) 그저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요즘같이 유학생 거품이 꺼진 현실에서는 저런 그저 그런 별 볼 일 없는 유학생들은 집안이 부자라서 PC방이라도 안 차려주면 낙동강 오리알 되는 건 다반사겠고요.

제가 글을 좀 과장스럽게 쓰긴 했지만, 큰 줄기는 이해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지금 이런 글을 읽으시면서도 그래도 내 자식(가족)은 절대 기러기는 없다고 큰소리치는 분들...인생 모르는 겁니다...마누라와 애들 등쌀에 밀려서 어...어...어...하다가 기러기하는 아저씨들 부지기수거든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