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온라인에 떠도는 덜 떨어진 삼성공화국 옹호 논리들 중 한가지가 바로,

'삼성 망하면 대한민국 망한다'입니다.

말 자체는 틀린 게 없습니다...삼성이 오늘 갑자기 우리나라에서 싹 증발한다면 대한민국은 망합니다

그런데, 삼성 대신, 한화, LG, 동국제강, 신한은행, 롯데...등 왠만한 우리나라 대기업 아니 중견기업만 대입시켜도 나라 망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대기업에 납품하는 듣보잡 2, 3차 벤더 하나만 갑자기 없어져도 우리나라가 휘청할 겁니다.

기업은 생물체와 비슷합니다...흥망성쇠를 거듭하지요

다음 링크는 국내 10대 그룹의 변화를 설명한 표입니다.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VxCD&articleno=285

물론 삼성, 현대, LG같은 초거대 그룹사들은 계속 순위권 내에 맴돌지만, 그 이외의 기업들은 부침이 심합니다.

어떤 기업의 존폐가 위기에 처했다는 건, 그 회사의 성장동력이 멈춰있거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발생했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서 망할 회사는 망할 요건들이 복합적으로 갖춰져 있어서 망하는 것이지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지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죠.

어느 날 갑자기 삼성이 망한다면???이라는 표현 자체는 무의미한, 비현실적인 가정이라는 겁니다

한보, 대우, 기아차를 볼까요?

이 회사들이 어느 날 갑자기 망한 게 아니죠...서서히 망할 징조를 띄고 있다가 결정적인 외부 요인 한 방에 골로 간 겁니다

삼성이 먼 훗 날 망한다면 그건 갑자기 망하는 게 아니라 내, 외부적인 요인들이 누적되어 망하게 되는 것일 뿐입니다.

(삼성의 단단하고 치밀한 경영으로 본다면 망할 것 같지도 않고...)

즉, 어떤 기업이 망한다면 그건 마치 생명체가 노화 또는 병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을 마감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섭리일 뿐, 기업이 망하는 것에 대해 공포감을 가지고 두려움에 떨 필요가 없는거죠.

오히려 망해야 할 회사를 대마불사의 논리에 따라서 억지로 살리는 게 사회를 더 병들게 할 뿐입니다.

자, 결론은 간단합니다...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하느냐?

망해가는 삼성이라면 망하더라도 나라는 안 망한다...오히려 더 건전해지면 건전해졌지

멀쩡한 삼성은 절대 어느 순간 증발하지 않는다...그러므로 되먹지도 않는 삼성이 망하면 나라 망한다는 궤변은 집어치워라...가 정답입니다.

재미있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삼성에 대한 애착은 유별나다는 겁니다.

삼성의 정경유착, 불탈법 행위에 대해서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와도 어느 선을 넘으면 반드시 그에 대응하는 옹호론과 자제론이 올라오죠.

(이건 뭐 정반합의 변증법도 아니고...)

삼성과 이해관계가 맞닿아있는 사람들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누가 그러던데 우리나라 사람들 주 넷 중 하나는 삼성과 연관되어 먹고 산다고) 그래도 삼성에 대한 애증은 잘 이해가 안 갑니다.

대학생들이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에 몇 년 째 이건희 회장님께서 탑을 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존경=최고로 굳어진 듯 합니다.

2등 이하의 가치는 그저 루저일 뿐...

삼성의 개혁을 주장하면 삼성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산다는 '감사론'이 파블로프의 개마냥 무조건 반사로 튀어나오죠.

더불어 삼성을 비판하면 이상론자라는 비아냥은 덤입니다.

추신:

저는 삼성을 해체하자는 과격론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삼성이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죠.

하지만 삼성이 더 합리적으로, 합법적으로, 인간적으로 경영된다면 지금에 비해 훨씬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삼성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단순히 하나의 (대)기업이 아니라, 그 사회적 파급력이 어마어마한 조직으로 커버렸습니다.

이런 삼성이 어떤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치관까지 바뀔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가 된 것이죠.

단순히 돈을 버는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의 논리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공헌을 할 수 있는 귀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지금은 '삼성도 저렇게 하는데 우리도 그럴 필요가 있을까?'라는 말을 듣지만 언젠가 '삼성이 이렇게 하는데 다른 회사들도 저래야 하지 않을까?' 이런 말을 듣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