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제가 영어교육학 전공자가 아니므로 주관적인 부분도 많다는 것을 강조하며...

성문종합영어, 아마 80~90년대 학번들은 맨투맨과 더불어 영어 참고서의 양대산맥으로 누구나 한 번 쯤은 공부했을 책입니다.

(성문기본영어만 공부한 분들도 계시겠지만...정상적인 공부 순서는 기본->핵심->종합으로 가는 삼단계)

그 당시에야 둘을 대체할 책이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감히 누가 성문종합영어(와 맨투맨)를 평가한다는 게 가능치도 않은 얘기였죠.

(혹시 영어의 왕도라는 책으로 공부하신 분 계실지 모르겠군요...저는 성문시리즈와 영어의 왕도라는 케케묵은 할아버지 세대 책으로 공부한 경우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흥미로운(!?) 책인 듯 합니다.

책꽂이에 먼지가 수북한 채 쌓여있는 성문시리즈를 볼 때면 옛 추억도 나고요.

그동안 책 내용이 얼마나 바뀐지 모르겠지만, 제가 공부하던 과거 버젼을 본다면, 현대 영어와 심각할 정도로 괴리가 있지요.

예를 들어, something은 평서문, anything은 의문문과 긍정문에 써야 한다는 게 있는데...비행기타서 승무원이 이렇게 말하죠

"(Do you want) Something to drink?"

그렇습니다...여기서 (성문시리즈로 공부한) 한국인들은 내적 갈등을 시작하게 됩니다

얼렐레, 의문문인데 왜 something이지? anything to drink 아닌가? 승무원은 코쟁인데 설마 코쟁이 영어가 틀린건가? (헉...)

미국에 도착해서 식료품점을 갔습니다.

분명히 healthy는 건강한이고 healthful이 몸에 좋은이라고 배웠고, healthful food가 맞는 표현, healthy food는 틀린 표현이라고 했는데...health food라고 써 있는게 아닙니까?

-_-

몇 가지 예를 들었는데, 이런 현실과 맞지 않는 표현 말고도 성문종합영어의 내용은 요즘의 학생들에게 가르치기에는 두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너무 어렵다는 거고, 둘째는 요즘 쓰는 표현과 동떨어진 문장들이 다수라는 겁니다.

우선, 가정법, 도치구문 같은 건 현실에서 거의 쓰일 일도 없지만 성문시리즈에서는 꽤 비중있게 다루죠.

(아직도 고래공식, 새공식이 잊혀지지가 않는군요...무슨 노래도 만들어서 라임타면서 외웠는데 ㅋㅋㅋ)

어휘 자체도 굉장히 어렵습니다.

위의 첨부 사진에도 있지만 이건 비단 성문시리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쓸데없이 현학적인 단어들과 문구들이 즐비한 반면, 오히려 현실에서 쓰이는 쉬운 어휘들은 많이 부족하죠.

더불어, 문장들의 구식(outdated)입니다.

우리나라 60~70년대 방화를 시청하시면 유치찬란한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들이 넘쳐납니다.

심하면 어떤 표현들은 이해를 못하기도 하고요.

성문종합영어의 표현들이 딱 그렇습니다.

시간될 때 책방에 가서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를 확인하시면, 성문시리즈에 있는 표현과 너무 동떨어진 문장들을 볼 수 있습니다.

아니면 인터넷에서 아무 뉴스 싸이트 (뉴욕타임즈, 엘에이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가셔서 기사 아무거나 읽으시면 마찬가지로 성문시리즈의 영어와는 사뭇 다른 문장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성문시리즈는 과거의 문장(문체)들을 현재에 적용시키는 무리스러운 책입니다

(구한말에 우리나라에 온 미국 선교사들이 수 십 년 동안 한국에 체류하다 미국에 돌아갔더니 한동안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겼었다고 하더군요.)

더불어, 성문종합영어의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과도하게 발음에 신경을 쓰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저는 극단적인 영어발음 무용론자인데, 실제 미국에서 인도, 중국, 동구권 출신들이 쓰는 영어 발음을 듣고 있으면 저게 영언지 소련말인지 분간이 안 갈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아무 문제없이 잘 알아듣지요.

오히려 어설프게 발음 굴리고 내용(구조)은 엉망진창인 우리나라 유학생들의 영어에 Excuse me?를 연발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누군가 그러던데, 어차피 못 알아먹는 영언데 발음이라도 좋으면 더 그럴듯하지 않느냐고 하더군요...이 논리에 설득되고 말았습니다)

중요한 건 정확하고 분명한 표현방법과 적절한 어휘입니다.

백분토론을 봐도 분명히 한국 사람이 한국말 하는데 말도 안되는 헛소리하면 그 사람이 뭘 말했는지 뒤돌아서면 금방 까먹듯 말입니다.

추신: 성문종합영어 최신판을 안봐서 위의 제가 했던 내용들 중 일부는 틀린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