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동아엠팍에 오랫만에 놀러갔더니 G로 시작하는 유명 유저의 글로 또 시끌벅적하군요.

이 양반의 글은 댓글 전쟁을 불러일으키기에 좋은 내용과 어투죠.

이번에는 궤변으로 4대강 사업의 경제적 효과를 긍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본문은 다른 내용으로 시작했지만 댓글은 4대강의 재정효과에 대해 어줍잖은 경제학 원론 수준의 지식으로 용감무쌍한 헛소리를 나열했더군요.)

이 분의 탁월한 리서치 능력은 인정받을 만 하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동아엠팍 유저들이 감정에 기반한 또는 빈약한 근거(통계)로 이 양반에게 도전장을 내밀다 참담하게 깨진 것을 본 게 부지기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분은 back data 추출능력 을 볼 때 국정원 관계자가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관련해서, 논리 전개를 위한 근거 제시 능력을 단계별로 정리(!?)해 봤습니다.

1. 근거 무 또는 지인 드립

이런 무의미한 낙서 정도의 글에 솔깃한 사람이면 사실 근거라는 것도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이런 일고의 가치도 없는 글이라고 할 지라도 내용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면 사실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경향이 강한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그런 '재미있는 사실'은 그게 사실이 아니더라도 사실로 믿고 싶은 게 본능인가 봅니다.

2. 근거가 있되 출처가 불분명한 글

어디서 엑셀로 만들어진 표 한 개 달랑 붙이고 통계(근거)라고 글을 전개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아니면 어디 블로거라든지 심지어 네이버 지식인 글을 가져와서 근거로 강력히 주장하는 경우입니다. 역시 대꾸할 가치가 없는 글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출처의 진위 여부를 따지는 수고는 하지 않습니다. 의외로 사람들이 거짓말에 잘 넘어가는 경우입니다.

3. 근거가 있고 출처가 분명하되 근거(통계)의 bias가 있는 경우

통계 자료가 전경련에서 제공한 것을 가지고 경제관련 분석을 하는 경우가 좋은 예입니다. (물론 역으로 '좌파적' 성향의 단체의 자료를 근거로 왜곡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적정 최저임금 상승률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실시했다면 그 결과는 뻔하겠죠. 경총의 어떤 연구원 나부랭이가 대체휴일제를 반대하는 이유로 가장이 일찍 귀가하면 가족이 싫어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는 헛소리를 한 역대급 인터뷰도 있었는데 그건 못 찾겠군요.

4. 근거가 있고 출처도 분명하고 bias도 없지만 사용된 자료를 교묘히 왜곡하는 경우

주로 경제 찌라시들이 잘 하는 짓거리인데, 외신에 소개된 통계자료를 교묘하게 왜곡해서 번역하는 경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의도적인 왜곡도 많지만 실제 영어실력 부족으로 인해 기자들이 오역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중부정 및 관용어구에 대해 어처구니없는 해석을 하는 경우가 흔하디 흔하죠. 공부 잘 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기자하는 것 아니냐고 하실 지 모르겠지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제 주변의 경우는 학생 때 제일 별 볼 일 없던 사람들이 기자가 되더군요.

5. 근거가 있고 출처도 분명하고 bias도 없지만 사용된 자료의 해석을 교묘히 왜곡하는 경우

4번과 표현은 비슷하지만 다른 의미인데, 예를 들어 '마사회의 올 해 이익 증가율이 감소했다
는 표현을 볼까요. 마사회가 올 해 이익을 낸 건 당연하고 이익이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그 '증가율'이 감소했다는 식으로 표현함으로써 대부분의 light한 독자들의 인상은 마치 마사회가 이익이 감소했구나, 아니면 심지어 적자구나, 라는 인상을 심어주게 만듭니다. 이런 눈속임은 은근히 많지요. 다른 이야기지만 옛날에 박중훈 씨가 광고하던 카스 광고 중에서 카스가 국제 맥주 품평회에서 금상인가 뭔가를 받았다고 크게 광고를 때렸는데, 그 말 자체는 사실이었습니다. 알고 봤더니 금상은 참가상에 해당하는 상이었다고 하더군요. 광고 용어로는 4번의 경우를 사기광고, 5번의 경우를 기만광고라고 한답니다.

6. 근거가 있고 출처도 분명하고 bias도 없고 자료의 해석도 문제가 없지만 가치관이 반영된 선택적 (selective) 근거(통계)를 사용하는 경우

3번과 혼동하시면 안되는 게, 6번은 통계 자체는 객관적인 방법론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경우입니다. 다만 이런 수집된 통계의 성격이 자료 작성자의 성향에 따라서 선택적으로 쓰이는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특히 비교방법론을 즐겨쓰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이런 왜곡을 일삼는데, 대표적으로 총기소유 옹호론자들이 자동차 사고와의 비교를 통해 총기의 안전성(!?)을 역설하는 우스운 꼴이 그 예라 하겠습니다.

추신: 자연과학은 덜 하지만 사회과학은 이런 근거(통계) 조작이 흔합니다. 특히 특정 사안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와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에게 그럴 듯한 통계 몇 개와 화려한 문체의 장광설을 동원하면 마치 그게 진리인 양 진실을 호도하는 건 일도 아니죠. 저는 기본적으로 대중의 합리성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게 일반 대중이지요. 사람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진리, 모두 잘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