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불펜 > 불펜 > 기네스가 입에 쓰다고 느꼈던 이유

때는 바야흐로 2007년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이었죠

그 뒤로는 열심히 준비해서 취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동안 알바와 과외를 해서 모아두었던 돈으로 장장 50일간의 유럽배낭여행을 떠났었지요

여행은 지나치게 즐거웠고 지나치게 즐거웠던 만큼 시간은 빨리 흘러가고 말았어요

'세계인과 어울리는 백패커가 될테다'라는 다짐으로 초반에는 유스호스텔을 이용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한식도 먹고싶고

한국말로 말도 하고 싶고...

그래서 한인민박도 가고 그랬는데

그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인민박에 있었어요

왠지 그냥 꼰대같으면서도 눈빛이 날카로운 아저씨랑 저랑 동갑인 대학생친구 한명이랑 방을 썼는데

아침에 되어 그 친구와 같이 암스테르담 시내 구경이나 하면서 여행을 마무리 하려고 했었는데

시내 번화가에서 민박집의 그 아저씨를 만났었지요

그냥 목례만 하고 가려고 했는데 그 아저씨가 갑자기 우리를 잡더니

맥주나 한잔하자면서 길거리 펍에서 기네스 한잔씩을 사주면서

장장 2시간이나 꼰대스러운 이야기를 하면서 저희를 잡고 있는거에요

들어보니 자기는 중고LP상인데 이런데서 한국에서만 인기있는 LP판을 사서 한국에서 판매한다면서

자기 자랑을 열심히 해대면서 대학생은 이래야하니 저래야하니....

기네스는 이미 바닥을 드러냈고, 내가 시키자니 왠지 세명걸 사야될것 같고

안주도 없고, 이 동네는 물을 공짜로 주는데도 아닌데

기네스는 지나치게 쓰고 기분도 쓰고 입가심할거라곤 담배뿐....

마지막 여행의 저녁을 그 아저씨와 그렇게 허무하게 보내고 나니

6년이 지난 지금도 기네스맥주만 생각하면 그 아저씨와의 그 밤이....하아....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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