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이미 뉴스로 전해졌고 게시판에 글도 올라왔지만 제 나름의 추억을 모아서 올립니다.



모든 전설은 단 하나의 이미지로 시작됩니다. 실비아 크리스텔을 세상에 알린 이미지가 바로 <엠마누엘 부인> 포스터였습니다.
숏컷의 풋풋한 소년의 느낌마저 주는 중성적인 모습. 태국산 대나무 의자에 노골적으로 다리를 벌린 저 포스터는 70년대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엠마누엘 아루상의 원작은 사실 묘한 느낌을 줍니다. 동양 밀교적 분위기를 띄면서 성을 통해 서양 여자가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다는 내용이었지요. 한마디로 오리엔탈리즘적인 요소가 아주 강한 원작입니다. 영화도 마찬가지고요.

영화가 성공하게 되는데에는 사진 작가 출신인 쥐스트 자켕 감독의 탐미적 영상, 프란시스 레이의 감미로운 음악, 원작의 이국적 정취 등도 한 몫했지만  실비아 크리스텔이라는 여배우가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엠마누엘 부인>은 1,2편까지가 볼 만 했죠. 3편 정도가면 벌써 실비아의 몸이 많이 아줌마 스타일로 변합니다. 4편에서인가는 전신 성형을 받는 것으로 해서 다른 배우로 대체하는 꼼수를 쓰기도 하고 어느 편에서는 3D가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1,2편에서 이제 막 성에 대해 하나 둘씩 알아가는 엠마누엘 부인이 뇌리에 남습니다. 여자 친구와 테니스를 치고 샤워를 하다가 레즈비언 섹스를 하기도 하고 비행기에 얼굴도 모르는 남자랑 관계를 맺기도 하지요. 실비아 크리스텔의 매력은 촛점이 약간 나간 듯한 묘하게 멍한 눈빛이었습니다. 촉촉하면서도 꿈을 꾸는 듯한 눈빛이 그녀의 몸매보다 더 관능적이었지요.

사실 실비아 크리스텔은 아이큐가 164에 4개국어를 하는 머리 좋은 여자였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엠마누엘 부인>보다 <개인 교수>, <채털리 부인의 사랑>, <프라이비트 스쿨>, <마타하리> 등이 먼저 소개되었습니다. <엠마누엘 부인>도 3편이 먼저 소개된 것으로 압니다. 이미 나이가 상당히 먹은 뒤에 몸이 많이 쳐진 후의 작품들이 소개된 셈이죠.

사실 실비아 크리스텔은 육체파 배우로서 결함이 많습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매력적인 몸매는 아니었거던요. 큰 키에 약간 처진 가슴, 주근깨가 많은 피부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녀의 매력은 몸매보다는 위에서 말한 눈빛이 주는 분위기였지요.

우리 나라에도 한번 다녀갔는데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당신의 영화를 일본에서는 패션 포르노라고 부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질문을 하자, "패션은 맞는데 포르노는 아니다"라고 대답을 했지요. 그러면서 "포르노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실제 성행위를 하는 것을 말하는데 내가 출연하는 영화는 흉내만 낼 뿐이다"라고 이야기를 한 기억이 납니다.

1952년 생이니 우리 나라 나이로 환갑인데 너무 일찍 돌아가셨네요. 아무튼 리비도의 여신이었던 실비아 크리스텔에게 조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