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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물론 외국어 잘하는 것 자랑하고 싶겠지요. 돈 들이고 시간 들여서 배운 건데 다른 사람들한테 "우와~"하는 소릴 한번 듣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때와 장소가 있습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꼴불견의 풍경이 역시 연출되었습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신작 <사랑에 빠진 것처럼>은 일본에서 촬영된 것이라 일본의 유명 배우 카세 료가 무대인사를 하러 올라왔습니다.
통역과 함께 말입니다.

한국말로 질문하고 통역이 전달해주는 식으로 잘 진행하다가 어떤 여자가 "저 일본 말로 해도 되죠?" 이러더만 유창한 일본어로 질문을 하기 시작하더군요. 그러자 그 다음부터는 너도나도 일본어로 질문을 하기 시작하더군요.

이건 정말 무례한 짓입니다. 모더레티터(사회자)가 있고 통역이 있습니다. 모더레이터는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이 아니라 영화평론가들이 담당하고 있지요. 이상한 질문이거나 중복된 질문, 혹은 지나치게 질문이 길어지면 중재를 해야하는데 외국어를 해버리면 여기에 개입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식이라면 통역은 왜 필요할까요?

더 가관인 것은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흔적> 상영후 무대 인사 때였습니다. 일본어 통역이 있는데, 한국 남자가 영어로 질문을 하더군요.
가와세 나오미는 영어를 그렇게 잘하지 못해요. 통역도 일본어가 아니라 영어로 나오니 당황해하더군요. '그냥 한국어로 질문해주세요'하니깐 끝까지 영어로 하더군요. 가와세 감독이 "이런 뜻의 질문인가요?"하고 물으니 답을 또 안합니다. 일순간 영화관 분위기사 사늘해졌죠.

예전에 프랑스의 유명한 영화학자 자크 오몽이 왔을 때도 이런 일이 벌어졌어요. 고등학생 한명이 일어나 '나는 영화보다 건축에 관심이 많은데 건축에 대한 부분을 이제 불어로 질문하겠다' 이러면서 그 분위기에 맞지 않는 내용으로 외워온 프랑스어를 여러 번 더듬거리며 읽더군요(영화를 보고 난 뒤에 그 영화와 프랑스 영화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입니다. 건축가가 되고싶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학자에게 왜 합니까?). 하도 어이가 없어서 뒤돌아보니 옆에 부모님인지 흐뭇한 눈매로 아들을 쳐다보고 있더군요.

무대인사라는 것은 영화감독과 관객의 소통의 자리로 영화제의 행사 중 하나입니다. 이건 외국어 회화 시간이 아닙니다. 정말 이런 분들은 이제 좀 사라져줘야 하는데 해가 갈수록 더 늘어나네요. 자신의 외국어 실력을 검증 받고 싶으면 외국어 시험이나 외국가서 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