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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쟁이 있고 나서 찾아본 결과 백선엽이 친일파였는지는 조금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보수 언론과 인터넷 수꼴들은 학술적으로 불분명한 부분에 대해서 대단히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전공으로 한 것은 아니라 잘 모르지만 간단하게 쟁점이 되는 내용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백선엽은 1942년 1월 혹은 1943년 1월에 만주군관학교를 졸업하고 몇 개월 있다 간도특설대로 배치받아 정보장교로 근무했습니다.

간도특설대는 만주국이 동북항일연군 팔로군 등 항일 조직을 공격하기 위해 1938년 조선인을 중심으로 조직해 1939년부터 본격적인 작전을 수행했던 부대로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존속했던 부대입니다. 규모든 대대급으로 일종의 특수부대였습니다.

창설 자체가 독립군과 중국인이 연계한 반일-반만주국 투쟁을 진압하기 위한 부대였고, 만주국 참의원을 지낸 친일파 이범익이 '조선 독립군은 조선인이 다스려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대대장 등 몇몇 직위를 제외하고 조선인으로 채웠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친일인명사전에서는 간도특설대에 가담했던 모든 사람을 친일파로 규정했습니다. 태생 자체가 조선인을 토벌하기 위한 조선인 부대였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백선엽 스스로가 간도토벌대 활동에 대해 증언하길 " 이 게릴라 중에는 많은 조선인이 섞여 있었다. 주의 주장이 다르다고 해도 한국인이 독립을 위하여 싸우고 있었던 한국인을 토벌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이제이 오랑캐를 통해서 오랑캐를 제압한다는 이이제이의 일본의 책략에 완전히 빠져든 형국"이라 말하고, 변명하길 "우리가 전력을 다해 토벌했기 때문에 한국의 독립이 늦어졌던 것도 아닐 것이고, 우리가 배반하고 오히려 게릴라고 싸웠더라면 독립이 빨라졌다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주요 근거로 인해 여러 친일인명 작업에서 백선엽을 친일파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백선엽이 친일파가 아니라는 주장은 1) 일단 백선엽은 만주국 장교로 다른 조선인 병사와 다르게 지원하지 않았고 배치 받았으며, 2) 또 그가 부대에 있던 1942년 혹은 1943년 이후에 만주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던 독립군은 없었기에, 친일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기에 친일파가 아니라고 합니다. 3) 또 백선엽의 증언에 대해서도 악의적 편집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일단 애매한 부분은 크게 두 부분입니다. 1) 만주국 장교로 간도특설대에 배치 받을 때 독립군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했을까? 2) 1942~5년에 정규 독립군 대신, 중국군인 팔로군과 싸웠다고 할 때 친일 행위가 없는 것인가? 라는 것입니다.

1)에 대해서 만주국 장교로 간도특설대에 갔다는 것 자체가 고도의 친일 행위로 규정될 수 있기는 합니다만, 당시 신분 상승을 위해 직업을 택했던 것이 모두 친일 행위로 규정될 수 있는가? 라고 반문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 자신의 적극적 친일을 만방에 알리는 행위를 했기에 너무나도 당연히 친일파 인 것이 확실하지만 백선엽의 경우 그런 자료가 발견되지 않아 친일의 정도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2)에 대해서는 1942년 이후 만주 지역에서 정규편제된 독립군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동북항일연군 군내 분열과 만주군의 토벌로 인해 일부는 소련으로 건너가고, 일부는 팔로군에 흡수되어 항일 운동을 계속했습니다. 이때 반대하는 이들의 주요 논점이 팔로군에 들어간 조선인들과 싸웠으니 중국군과 싸운 것이고, 이는 독립군을 토벌한 것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규군 체제를 유지할 수 없던 조선 독립군의 입장에서는 팔로군에 들어가 항일 활동을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에 대한 것은 조금은 애매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당시 팔로군은 조선독립군을 탄압하기도 했으니까요. 현재의 국가적 관점에서 볼 때는 말이지요.

정리하자면 백선엽이 간도특설대 활동을 하면서 실제로 독립군을 토벌하지는 않았기에 친일파가 아니다가 그들의 주장이긴 합니다. 실제 백선엽의 부대가 어떤 토벌 활동을 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부분이 있기에 친일파로 단정지을 수 없다라는 것이지요

애매한 부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백선엽을 친일파로 규정짓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긴 합니다. 정황 증거일 뿐이니까요.

이러한 부분에서 일차적으로 실제 백선엽을 포함한 간토특설대원들의 당시 생각과 활동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거죠.

또 하나는 다른 관점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일본의 진보적인 일부 학자들은 이런 경우에 전쟁협력자라고 규정한다고 합니다. 일종의 동북아적 관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국의 관점에서 보자면 중국군내 조선인을 토벌하면 친일파가 아니고, 조선 독립군을 토벌하면 친일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제국주의가 동북아 지역에 일으킨 전쟁 범죄에 대해 협력을 했다는 개념을 도입하면 일국적 관점에서의 친일 논란에서 보다 자유로워집니다. 백선엽은 조선인과 중국인, 만주인 모두에게 큰 아픔과 피해를 준 전쟁의 가해자였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