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우와 지젝
- 작성일
- 13-09-27 13:12
아시는 바와같이 서울에서 진행중인 코뮤니즘 컨퍼런스에 바디우와 지젝이 참석하면서 관련 기사들과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네요.
바디우=공산주의는 19세기 유럽에서 나온 이념이다. 원칙적으로 이 이념은 사적소유 또는 자본주의의 지배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를 재조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이념은 평등한 사회, 여러 가지 문제를 공동으로 결정하는 사회가 가능하다는 이념이었다. 이것이 공산주의의 원칙이다. 그 다음에 실제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역사적 경험이 있다. 이 경험에서 대단히 심각한 오류 역시 나왔다. 인류 역사 전체에 비추어 공산주의 이념의 역사는 정말 짧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제 몇 십년밖에 안되고 최대한으로 잡아도 150년이다. 결국 우리는 공산주의 이념을 실험하는 단계에 있는 것이다. 20세기를 관통하는 것은 국가 권력과 연결된 공산주의, 국가를 통해 실현되는 공산주의의 관념이었다. 그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그 경험의 결과를 고려하면서 그 이념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서용순=한국에서 사람들은 공산주의라는 말을 들으면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을 떠올린다.
바디우=왜냐하면 이른바 인민민주주의를 표방했던 이 국가들을 이끌었던 것은 공산당이라는 이름을 가진 정당이었기 때문이다. 그 당은 20세기 공산주의와 관련된 어떤 것을 실현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공산주의의 문제는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운동의 문제다. 이 국가는 파산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국가가 공산주의 운동을 지지하고 조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 이 국가들은 아주 빠르게 보수적인 국가가 됐다. 그들은 사회적·경제적 형식을 지키려 했지만, 공산주의 운동은 그것에 활기를 불어넣지 못했다. 결국 공산주의 이념의 완전한 실패였다. 20세기 사회주의 국가들은 스스로를 공산주의 체제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들이 표방한 것은 사회주의 국가였고, 그 국가의 성격은 공산주의를 향해 나아가는 중간 단계의 국가였다. 실제로 소련과 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에는 공산주의가 없었다. 국가권력을 장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공산주의적 운동은 완전히 사라졌다.
서용순=당신에게 북한과 같은 국가는 이러한 공산주의의 전망과는 아무 관계가 없을 것 같다.
바디우=그런 질문은 한국에서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는 점을 아주 잘 이해한다. 내가 말하는 공산주의는 북한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게다가 나는 북한이 현재 공산주의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서용순=얼마 전 그들은 공산주의라는 말을 아예 강령에서 지웠다. 그들에게 공산주의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바디우=그랬나? 그럴 줄 알았다. 북한은 공산주의와 아무 관계가 없는 나라였다. 나아가 지금은 그들 스스로도 공산주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은 민족주의 국가, 군국주의 국가이다. 그것은 명백하다. 한국에 온 김에 확실히 선언하겠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북한과 그 어떤 종류의 관계도 없다.
지젝은 그동안 많이 소개도 되었고 책도 많이 출판되었지만 알랭 바디우Alain Badiou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생소한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러나 철학이라는 분야에서 보았을 때는 지젝보다 오히려 바디우의 성취를 높게 평가하는 편입니다.
지젝이 라캉의 정신분석학과 헤겔의 관념론을 접목시켜 해설한 해설자에 가까운 타입이라고 한다면 바디우가 성취한 사건의 존재론은 오늘날의 플라톤이라고 불리울 만큼 놀랄만한 철학계의 업적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수차례 한국초청을 시도했던 걸로 알고있었지만
추진이 안되다가 이번에 지젝의 입김?때문인지 드디어 한국에 오게되었네요.
바디우의 철학은 수학의 집합론을 기반으로한 철저한 논리학이라고 할만합니다.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그의 정치철학도 이 존재론에 기반해서 유도되는 것이죠. 간략히 설명해보겠습니다.
바디우에게 세계는 다수multiple의 현시인데 그 '상황'은 원소를 하나로 셈하는 구조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 구조화된 상황은 모든 집합의 부분집합인 공집합 ø이라는 공백을 가집니다. 때문에 두번째의 셈을 실행하는 메타구조를 가지게 되는데 이 메타구조가 상황상태(국가)가 됩니다. 그런데 이 다수의 현시presentation는 메타구조라는 재현representation에 의해 모두 포착되지 않습니다. 이때문에 양자간에는 불가피한 긴장이 형성되는데 그 긴장의 공간이 바로 정치가 탄생하는 공간이 됩니다. 그런데 국가는..
"여기서 모든 '상황'etat이 늘 '상황상태(국가Etat)'를 갖는다는 바디우의 주장, 즉'인간 현존의 제약으로서의 국가'라는 주장의 핵심은 일단 상태(국가)의 영원성에 대한 주장보다는, 무엇보다도 국가(상황상태)는 정치적 차원에서 부정적이다라는 점에 더 방점이 있어 보인다. 국가의 공간은 국가-정치 자체 내부의 원리들, 규칙들, 가치들을 가지고 인간을 조직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국가는 부분들, 부분집합들과만 관계"를 갖는데, 국가는 개인들을 직접 관계하지 않고, 규범들을 부과하는 수단들을 지닌 제도들('당', '노조', '선거'와 같은 기제들)을 통해 개인들을 조직한다. 국가에 적합한 것을 처방하고, 국가가 부과하는 의무들과 권리들을 부여함으로써 다른 가능성을 제한, 억제한다. 그래서 바디우가 늘 국가를 '사건'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메타구조로써 ,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을 정하는 사건의 억제 시스템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 메타구조로서의 억제 시스템들에는 자본주의 경제, 그 헌정 질서, 법률들, 군대, 경찰...등으로 구성되며 그것들 고유한 작용은 집단적 창조의 가능성(사건)을 제한하는 것이다."(<모호한 재앙에 대하여> 알랭 바디우 82~83쪽)
이처럼 국가는 다수 개인들의 창조성의 현시를 억압하고 제한하는 기능을 하는데 이 메타구조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설명한 것처럼 하나로 셈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유도되는 공집합이라는 공백을 가지므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이 인간현존을 억압하는 상황상태(국가)는 집단적 창조의 가능성(사건)을 통해 지속적으로 뺄셈soustraction 되어지는데 그 집단적 뺄셈 혹은 창조의 과정이 공산주의라는 이념으로서의 정치적 운동이 되는 것이죠. 때문에 바디우는 국가와 당에 공산주의라는 창조적 운동을 봉합해버린 스탈린주의적 사회주의를 거부합니다. (바디우의 정치사상에 대해서는 앞서 인용한 <모호한 재앙에 대하여>와 <투사를 위한 철학>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북한체제에 대해서 적대적인 것도 당연하고요.
경향신문의 오늘자 기사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9262206405&code=960201를 읽어보면 공산주의와 북한체제에 대한 바디우의 인식을 잘 알수 있습니다.
"서용순=당신은 오래전부터 ‘공산주의’의 전망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이전의 여러 사회주의 국가에서 주장했던 공산주의와는 완전히 다른 어떤 것이다. 새로운 공산주의가 전제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디우=공산주의는 19세기 유럽에서 나온 이념이다. 원칙적으로 이 이념은 사적소유 또는 자본주의의 지배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를 재조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이념은 평등한 사회, 여러 가지 문제를 공동으로 결정하는 사회가 가능하다는 이념이었다. 이것이 공산주의의 원칙이다. 그 다음에 실제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역사적 경험이 있다. 이 경험에서 대단히 심각한 오류 역시 나왔다. 인류 역사 전체에 비추어 공산주의 이념의 역사는 정말 짧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제 몇 십년밖에 안되고 최대한으로 잡아도 150년이다. 결국 우리는 공산주의 이념을 실험하는 단계에 있는 것이다. 20세기를 관통하는 것은 국가 권력과 연결된 공산주의, 국가를 통해 실현되는 공산주의의 관념이었다. 그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그 경험의 결과를 고려하면서 그 이념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서용순=한국에서 사람들은 공산주의라는 말을 들으면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을 떠올린다.
바디우=왜냐하면 이른바 인민민주주의를 표방했던 이 국가들을 이끌었던 것은 공산당이라는 이름을 가진 정당이었기 때문이다. 그 당은 20세기 공산주의와 관련된 어떤 것을 실현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공산주의의 문제는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운동의 문제다. 이 국가는 파산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국가가 공산주의 운동을 지지하고 조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 이 국가들은 아주 빠르게 보수적인 국가가 됐다. 그들은 사회적·경제적 형식을 지키려 했지만, 공산주의 운동은 그것에 활기를 불어넣지 못했다. 결국 공산주의 이념의 완전한 실패였다. 20세기 사회주의 국가들은 스스로를 공산주의 체제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들이 표방한 것은 사회주의 국가였고, 그 국가의 성격은 공산주의를 향해 나아가는 중간 단계의 국가였다. 실제로 소련과 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에는 공산주의가 없었다. 국가권력을 장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공산주의적 운동은 완전히 사라졌다.
서용순=당신에게 북한과 같은 국가는 이러한 공산주의의 전망과는 아무 관계가 없을 것 같다.
바디우=그런 질문은 한국에서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는 점을 아주 잘 이해한다. 내가 말하는 공산주의는 북한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게다가 나는 북한이 현재 공산주의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서용순=얼마 전 그들은 공산주의라는 말을 아예 강령에서 지웠다. 그들에게 공산주의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바디우=그랬나? 그럴 줄 알았다. 북한은 공산주의와 아무 관계가 없는 나라였다. 나아가 지금은 그들 스스로도 공산주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은 민족주의 국가, 군국주의 국가이다. 그것은 명백하다. 한국에 온 김에 확실히 선언하겠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북한과 그 어떤 종류의 관계도 없다.
바디우의 철학에 대해 보다 상세한 설명을 읽고 싶으신 분은 바디우의 저작들을 직접 읽어보시거나 아니면
서용순이 쓴 논문
혹은 박성훈의 글
박가분의 소개글
들을 읽어보시면 되겠습니다.
지젝에 대해서는
이런 비판들이 있습니다만 전형적인 고전 맑스주의자 혹은 트로츠키주의자에 의한 비판이죠. 오늘날 프롤레타리아란 개념 혹은 계급의 의미가 19세기와는 분명 다름에도 불구하고 맑스 혹은 레닌의 훈고학에 머무는 시각에서 지젝을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런 글들은 스킵하시고 대신..
이 글을 추천드립니다. 지젝의 철학중에서도 핵심적인 주체개념을 헤겔의 주체개념을 통해 설명한 논문인데 비교적 쉽고 상세히 왜 지젝과 라캉의 결여, 공백, 모순으로서의 주체개념이 헤겔의 주체개념과 연결되는가를 잘 설명해주고 있네요. 흔히 헤겔을 절대지와 변증법을 통한 대립의 통일과 화해를 강조한 철학자라고 오해합니다만 정신현상학 서문에 나온 구절인 "부정성과 함께 머물기"라는 구절의 해석을 통해 헤겔 철학에서의 주체가 현실적이면서도 창조적인 지성으로 성립하기 위해 대립과 모순, 분열이라는 부정성을 내포한 주체라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어떻게 지젝의 헤겔해석이 헤겔철학의 핵심을 경유하는 해석인지를 잘 이야기해주는 논문입니다.
지젝과 관련해서는 글을 몇번 쓴적 있으므로 이정도 하고요. 마찬가지로 지젝도..
경향에서 이렇게 다뤄줬네요.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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