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베네치아
- 작성일
- 12-08-10 15:42
이렇게 석양이 지는 휘센을 뒤로하고,
베네치아로 향합니다.
배터리도 없고 충전 할 곳 도 없어서 사진 없이 중간중간 일들을 떠올리자면,
뭐 우선 저녁을 못먹고-_- 기차를 탔습니다;; 전편의 쾨닉 말고는 먹은게 없어서 골골 대다가,
뮌헨역에서 베네치아 행 열차를 타기 전에 훈제삼겹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11시 쯤 되서 마감 하는 때라 터치 출신(으로 보이는) 종업원 님은 대충 자른 베이글만한 빵 하나에 캐첩 조금 뿌리고(얘네는 고기에 일단 캐첩을 뿌리는 듯-_-)삼겹살 한근(!!)만 달랑-_- 끼워 넣더니 3유로? 받아갑니다.
헐 님하-_-..........
감사염; 고기 맛있었어요. 덕분에 배도 불렀고.
맛있더라구요.
베네치아 행 쿠셰트는 이미 매진 인 상황에서(앞에서 밝혔다시피 즉흥적으로 행선지를 정해서;;) 1등석도 매진 사태라 결국 2등석을 구해 앉아갔습니다. 동양인 언니 하나랑 터키 커플, 등등 해서 6명 칸에서 가는데,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12시 좀 넘어서 이태리 국경을 넘은 듯 합니다. 딱 봐도 껄렁껄렁한-_- 이태리 공무원이 여권 검사를 하네요. 그런데 다른 사람은 안보고 터키 애들 것만 확인하는데...
새끼 더럽게 재수없네요.
어디가냐부터 뭐 너 돈은 버는거냐, 암튼 뭐 다 기억은 안나는데 멱살 잡힐 소리를 재수없게 웃으며 하더라구요.
전 당사자가 아닌데도 기분이 나빠질 지경인데, 그래도 우리 터키 횽아, 능글능글하게 잘 받더라구요.
지금와서 돌이켜 봐도, 제 기분이 다 이상해지는, 그런 놈이었습니다.
하아, 새끼 참.
암튼 뭐, 터키 커플 분들도 즐거운 여행이 되셨기를 기도하며....
전 아침 베네치아 메스뜨레 역에 도착 했습니다.
덥네요. 습하네요. 저번주 한국 여름 날씨가 저 도착 한 날 베네치아 날씨였습니다.
베네치아 본섬까지 한정거장 앞에 있는 역입니다. 베네치아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에 삽니다.
덕분에 메스뜨레 역 주변 마을 안쪽 가게들은 관광객 보다는 여기 사람들 위주로 장사를 하죠.
전 좋은 민박 주인장님을 만나서 이쪽도 잘 돌아다녔어요.
아무튼 사진이 없으니 여기도 말로 조금 풀자면,
우선 짐 내려 놓고 기차를 타러갔어요.
아시다시피 이태리에서 제일 열받는 점은 기차 연착이죠.
이것들은 30분씩 연착 되도 방송 따위 안해요. 그냥 전광판에 동그란 불만 왔다갔다.
아오.
그냥 짜증나서 1유로 내고 버스타고 들어갔습니다.
혹여 메스뜨레역 나중에 가시게 되면 괜히 머리 아프게 기차 타지 마시고, 저 사진에 보이는 위치를 뒤로 하고 왼쪽 길 건너편으로
만 29세 이하면 롤링 베니스 카드를 구매 할 수 있습니다.
잡다한 혜택 많은데 다른건 다 때려치고 3일 수상버스 권을 21유로 정도로 끊을 수 있어요.
메스뜨레 행 기차 역시 탈 수 있구요. 일단 수상버스 1회 가격이 7유로 정도니 상당히 이득입니다.
전 딱 아슬아슬하게 걸려서-_-;; 탈 수 있었어요. 내년 4월 까지는 가능하겠지만...흐음.
갈 수 있을리가ㅜㅡㅠ
민박 주인장 형아가 설명해 준 리알토 다리 옆의 청과/해물시장...(사실 별다를 것 없더군요;; 한국이랑)을 구경하는데,
여기 괜찮네요..ㅎㅎ 전 이런 재래시장을 좋아하는 터라 잘 구경하다가,
낯익지만 뭔가 더 크고 아름다운-_-비주얼을 만나게 됩니다..
그거슨 야자열매-_-만한 털게 두마리;;
나: 아저씨 이거 얼마임?
아저씨: 10유로임
나: (헐 싸다)주셈
아저씨: 에이, 귀찮. 둘 다 가져가셈;;;
예, 전 털게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건 털게라고 부르긴 너무 컸어요+_+
암컷이라 알도 가득 차 있었고;;
아래 사진이 나오겠지만 구경 중 산 Rosso di Montacino 와인을 곁들여 민박 주인 부부님들과 함께 맛나게 먹었습니다.
뭐 이래저래 구경하고 추천받은 음식점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어요.
다음날도 다시 간, 제가 먹어본 이태리 음식점 중 최고였는데, 오징어먹물 파스타와 해물 튀김이 ㄷㄷㄷ
둘 다 매우 훌륭했어요.
글라스 와인으로 나온 피노그리지오도 엄청 싼 가격(1유로)에 상당한 퀄리티!
역시나 리알토 다리 주변이었는데;; 이름은 Osteria Protego입니다. 가시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그리고 민박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마신 정말 오래간만의 오리지널 이태리 에스프레소.
단단하고 야무진 밸런스 좋은 훌륭한 에스프레소네요.
확실히 에스프레소라는 자체에 대한 개념이 이태리 사람들은 특출난 데가 있어요.
털게 사진은 없지만, 엄청 맛있게 풍족하게 먹었던 만찬.
어차피 와인이나 털게나 혼자 못먹어서 형 누나랑 같이 먹었어요. (나이가 저보다 한두살씩만 많으셔서 형누나로 통칭)
맛있는 프로슈토&샐러드도 곁들여서 대낮부터 엄청 먹고 마셨어요.
2010년이면 얘를 열기는 좀 이르지만 한시간 이상 에어링 하고 잔에 따라두니 상당히 훌륭하네요.
힘이 넘치고 과실향 풍부한, 좋은 와인입니다. 국내에선 6-10만원 정도 하던데-_- 여기선 21유로에요.
뭐 베네토 주 와인은 하우스 와인은 말도 안되게 쌉니다만, 또 병입된 와인들은 그렇지도 않네요..ㅎㅎ
암튼 저 가격이면 여기서도 많이 비싼 가격이긴 합니다.
티라미수
'나를 끌어올리다.' 라는 이태리어죠..ㅎㅎ
사실은 이 케잌의 발생지가 베네치아라고 합니다. 스페인 핑거 쿠키를 베이스로 만든게 시작이라고 하네요.
이 케잌은 베네치아에서 제일 오래된 과자점에서 누나 생일 용으로 사온 건데, 같이 먹자고 하셔서 폭풍 흡입했습니다.
아...맛있더라구요..마스카포네 치즈의 풍미가 이렇게 나는구나...를 느꼈달까요:)
ㄷㄷㄷ
이렇게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장본다는 형누나를 룰루랄라 따라갑니다.
와인 좋아한다고 하니까 비장의 와인샵을 알려준다고.
말씀드렸지만 메스뜨레역 주변을 제외하고 안쪽 마을은 주거지역입니다.
제가 안내받은 그 와인 샵은 우리나라 옛날 막걸리 샵 마냥 병을 하나 들고 가면 리터당 돈을 받고 내주는 곳이었던거죠!
와인 안마시는 이태리인이 있을까도 싶지만, 자기가 파는 술에
와인샵에 도착하니, 자기일에 성실한 이태리인의 얼굴은 한 샵 마스터 아저씨(꼭 이런 분들은 미묘하게 독일인스러운 얼굴 구석이 있습니다. 점심먹은 식당 주인 아주머니도 그렇고..영어도 상당히 하신다는 것도 저런 분들의 공통점)가 인사하십니다. 글라스 와인이 세상에;; 리터당 2유로, 5리터에 6유로 선이네요...;; 병을 가져가야 하는게 아쉽지만 참 충격적인 가격입니다. 그렇다고 맛이 없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더운데 오느라 수고했다고 스푸만떼(스파클링와인) 한잔씩 따라주시는데, 뭔가 억울할 정도로 신선하고 건강합니다. 고급 와인은 아니지만, 정말 맛있네요. 피노 네로 품종이 궁금해서 물어보니 한잔 주십니다. 따뜻한 느낌이 참 좋습니다. 대략 10종류 이상의 테이블 와인을 파는데, 다 직접 농장과 컨택해서, 품질을 확인하고 구매하신다고 하네요. 25리터 캐그에 와인이 담겨있는데, 다 때려치고 저 캐그를 사고 싶습니다ㅜㅡㅠ
어쨌든 뭐 그건 불가능하니, 주변을 둘러봅니다.
와인이야 모르는 와인 천지니 넘어가더라도, 위스키나 코냑 등을 보니 취향이 상당히 좋으십니다.
와인 추천을 부탁드리니, 취향을 물어보십니다.
바롤로, 네비올로를 좋아하며,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한 병 사고 싶다 고 하니,
상당히 고민하시다가 3종류의 와인을 추천 해 주십니다.
예, 그리고 다 샀습니다-_-;; 병당 32, 30, 22 유로니 가격도 생각 한 범위 내입니다.
그라빠를 물어보자 한 병 추천 해 주십니다. 10년 숙성이랍니다. 이정도면 알마냑입니다;;
아니 살 수 없죠.
게다가 올리브와 이것저것 잡다하게 사서 144유로 정도 나왔는데,
멀리 한국에서 왔다고 깎아주십니다..120유로. 18만원도 안하는데, 한국에서 사면 저 왼쪽 한병이 18만원 넘습니다;;
2001년 빈티지를 구할 수 있는지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죠.
마시는 시점까지 알려주셨는데, 바롤로는 올해 안에,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2년은 두고 마시라고 하시네요.
제가 뭐 압니까, 브루넬로 마실 날이 기다려집니다:)
여담입니다만 저 바롤로는 얼마전에 마셨는데, 굉장히 훌륭했습니다. 풍부한 과실향과 부드러운 질감속에,
묵직하고 품위있는 탄닌과 산미가 천천히 올라오는, 와인의 왕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와인이었습니다.
그렇게 신나게 놀고, 다시 본섬으로 들어갑니다.
3일권이 있으니 이동 부담이 없다는 점은 참 좋네요.
하지만 밤이 되도 이날은 미친듯이 더웠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번주 한국 여름 날씨였어요-0-;;
다시 찾은 베네치아는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산마르코 성당과 광장.
멋지긴 한데, 낮에 보니 좀 우중충한 면도...;;
이렇게 베네치아의 하루가 갑니다.
다음날 아침, 베네치아는 안개가 끼더니, 급 건조하고 화창한 날씨로 바뀌었습니다.
확실히 여름 날씨는 습도가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닿고 밝은 기분으로 놀러 나갑니다.
사진에서도 화창한게 티가 나네요.
여기는 지겹게 본 리알토 다리 앞;;
어제 갔던 식당이 너무 맛있어서 오늘은 풀코스로 먹자..고 생각하고 갔는데;;
아뿔사, 조금 늦어서 점심 주방은 문을 닫고, 뭐랄까.. 타파스 같이 이것저것 파네요.
그래서 이것저것 먹어봅니다.
접시당 가격은 3-7천원 사이...
배터지게 2인 기준으로 먹으니(디저트, 와인, 맥주 포함) 40유로 정도 나왔네요.
제 인생에서 제일 훌륭햇던 버섯 라자냐.
폭풍 흡입;;;
달팽이에 뭐 튀김 많았는데, 음식 다 훌륭했어요.
그는 좋은 카시스 푸딩이었습니다.
돌체도 엄청 맛있었어요;;
그리고 정처없이 베네치아 구경을 하다가...
불사조 극장-_-발견.
베네치아에서 가장 유서깊은 극장이죠.
금일의 상영은 카르멘. 혹시나 해서 가격을 물어보니 20유로!
어머! 이건 봐야해!
으리으리하고 화려합니다.
제가 꼴이 이래서 글치 다른 사람들은 최소 재킷은 챙겨 입으셨더라구요.
극장이니 돌아다니면서 산 판탈로네 가면과 모자를 쓰고 한 컷
커튼 콜.
전체적인 내용은 원작과 별로 안다른데, 컨템포레리 형식을 좀 차용했는지, 좀 야하더라구요-_-
카르멘 역 배우가 팬티를 벗질 않나(아, 물론 치마 입은 채로)
중간에 남자 단역 하나가 다 벗고(정말 다. 완전히) 춤을 추는 장면이 있질 않나;;
뭐 투우라는 소재를 거대한 소 모양의 판넬을 쓰러뜨리는 걸로 한 건 멋졌습니다만, 좀 선정적이더라구요.
나중에 들어보니 요새 오페라 쪽이 많이 선정적이 됐다고 하더라구요. 일단 논란이라도 되야 흥행이 될테니.
어쨌든 고전극이니만큼 훌륭한 노래와 연주, 춤과 연기는 기본이더라구요.
재밋게 잘 봤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베네치아의 마지막 밤을 보냅니다.
산마르코 광장에서 휘영청 밝은 달 아래, 밴드의 멋진 연주를 들으며 마시는 어패롤 오렌지는 참 멋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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