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피렌체에서 디종까지
- 작성일
- 12-08-14 13:12
뭐 정든 피렌체를 뒤로 하고 아침부터 기차를 타고 갑니다.
디종까지 기차만-_- 타고 가야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
디종까지 야간 기차는 유레일패스 적용이 안된답니다.
헐-_-
디종까지 가는 길에서도 설명 할 테지만, 유레일 패스란 놈....저야 회사에서 해줘서 끊었지만, 그냥 저가 항공으로 비행기 예매 해 두시고 안에서는 버스 편 알아보시는게 속편한거 같아요;;
하아-_-
뭐 이태리 내에선 기차도 그닥 안비싸고 하니까.
아무튼 95유로 내래서 ㅆㅂ 그런게 어딧어, 토리노에서 넘어가도 똑같냐 그러니까 그건 모른데요.
ㅆㅂ 알아보기 귀찮으면 다 모른데-_-
암튼 그래서 힘들지만 16시간-_-정도 타고 니스를 거쳐 디종으로 올라가기로 합니다.
멀다-_-
피렌체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볼로냐입니다.
역만 잠깐 봤네요ㅜㅡㅠ
여기는 음식 맛있고 남자 구두 명소로 유명합니다.
특히 남자 구두 앞에 공기 주머니를 넣는 볼로냐 제법이라는 것도 있죠. 대표적인 브랜드는 A. Testoni.
문제는 여기 있었을 때는 그게 기억이 안났다는거-_-
아놔 ㅄㅜㅡㅠ
볼로네제 스파게티로도 유명한 곳이죠. 미트소스 스파게티의 원점이랄까요.
환승을 위해 밀라노 역에서 하차.
앞에 보이는 거지같은 배낭 여행객은 무시하세염.
1시간 정도 시간이 날 줄 알았는데....우리의 이태리 열차는 역시나 연착.
아침도 못먹어서 여기서 좀 제대로 된 거 먹을라고 했는데, 우리의 이태리 철도는 그럴 여유따위 주지 않네요-_-
한 20분 시간 있어서..
에스프레소와 브리오슈(크로와상)를 먹습니다. 냠냠.
역시 커피는 최고네요. 빵은 프랑스가 낫지만.
다시 환승을 해서 기차를 칙칙폭폭 타고갑니다.
북이태리 해안은 니스와 맞닿아 있죠. 제 행선지는 Vetiminglia였습니다.
여기가 어디냐면...
바로 제노바입니다.
축구왕 슛돌이가 독수리 슛을 막막 날렸던 그 곳.
항구도시답게...
저 멀리 막 배도 보입니다.
요트도 많구요.
축구하는 꼬맹이들을 찾았지만 안보이네요.
금발머리 꼬맹이가 도깨비슛이라도 날려주길 기대했지만..ㅜㅡㅠ
제노바서부터는 해안을 계속 달립니다.
아름다운 해안선입니다.
해수욕 하는 사람들..
하앍하앍 나도 할래요ㅜㅡㅠ
돈과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그냥 뒷일 생각안하고 내리고 싶었습니다.
(기차표도 10유로인가 밖에 안했고..)
로마 앞바다하고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맑아요 맑아!
좋겠다.
즐거워요? ㅜㅡㅠ
저기 보이는 동네가 도착 예정지인 Vetiminglia입니다.
니스로부터 2시간여 밖에 떨어지지 않은 동네입니다.
전체적으로 니스에 비해선 허름하지만 이쁘네요.
으으.
다시 봐도 여기서 하루 묵지 않은건 너무 아쉽습니다.
점심 정도는 여기서 먹고 싶었지만-_-
표 파는데서 물어보니까, 지금 니스행 기차 안타면 2시간 뒤에나 있데요.
난 이 날 밤 디종에 호텔 예약 하고 그거 취소도 안되는건데...
하아ㅜㅡㅠ
그래서 알프스-프로방스 지역 철도를 타고 니스로 갑니다.
유레일 패스 소지자는 돈 안내도 된데요.
그리하여 프랑스 국경을 넘습니다.
아우 물 맑은거 봐ㅜㅡㅠ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남프랑스 입니다.
차이는 건물이랑 차랑 분위기가 비싸보여요. 막막-_-
실제로 이태리보다 프랑스 물가는 상당히 비싸기도 하구요.
암튼 한 번 쯤은 이쪽으로 여름 휴가 함 와보고 싶어요...ㅜㅡㅠ
돈이 참 많이 들겠지만..
어쨌든 니스 도착.
이렇게 생겼습니다.
여기서 유레일 패스 얘기를 한 번 더 안할 수가 없는데요;;
Aㅏ...
디종까지 표를 45유로 달래요.
그것도 2등석으로.
유레일 패스 가격이 그렇다나봐요.
나중에 파리 민박 아저씨한테 물어봐도 원래 3유로면 가는거 아니냐...라고 하시던데...
뭐 성수기요금인지 어쩐지 1차 멘붕
유로스타 예매종료라서 2차 멘붕...
(할인권 종료랍니다. 타려면 150유로 내라네요-_-)
머리가 아파옵니다.
프랑스 들어오자마자 왜이리 돈이 많이드는지 모르겠습니다.
프랑스에 대한 반감까지 생깁니다...
일단 디종까지는 가야합니다.
3시간 정도 시간이 있네요. 표를 예매하고 억울한 마음에 니스를 구경하러 나갑니다.
우왕 정신읎어@_@ 관광객들도 겁나 많네요.
간단한 이태리어로 얘기하다 갑자기 불어로 바뀌니까 멘붕와요.
제가 프랑스에서 제일 맘에 들었던 Celio* 남자 판 자라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옷이 상당히 이쁘고, 저 갔을 때는 세일 시즌이라 가격도 저렴해서 완전 좋았어요...(그 말인 즉슨 제 값 주고는 안산다는 뜻입니다...;;)
팬티랑 양말, 티, 셔츠를 꽤 많이 샀네요;; 얇은 트렌치 코트도 하나 싸게 장만하구요.
Celio에서 필요한 것들을 좀 사고, 심신 정화를 위해 옆에 있는 성당에 들어갑니다.
확실히 관광지의 성당이 아닌, 원래 성당이지만 관광지로도 쓰는 성당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조용히 앉아 묵상합니다.
Aㅏ...ㅆㅂ 프랑스....
성 모자 상은 많아도 성 부자상은 잘 없는데 여긴 있네요.
신기해서 찰칵.
시내라 딱히 볼 건 없지만 이리저리 둘러보다 간단하게-_-(정말 간단하게)
식사하고 저녁 거리를 사서 기차에 탑니다.
45유로짜리 열차에요.
그냥 타고 갈 수가 없습니다.
와인부터 풀코스-_-로 마트에서 사가져 갑니다.
(그런데 이동네는 오프너가 비싸더라구요;;)
나믿론믿
프랑스 와인의 선택에 있어 제게 단 한번의 실패도 안겨주지 않은 론 와인을 골랐습니다.
뭐 지금껏 마셨던 론 와인에 비해 좀 더 터프하고 스파이시한 맛입니다.
좋네요.
지금 생각 해 보니, 그는 좋은 와인이었습니다.
그라빠 사면서 받은 잔으로 여유있는 저녁식사-_-
이렇게 포식하고 잤습니다.
생각 해 보니 서울-부산 걸리는 시간이네요...하아...6시간...
11시 45분-_-
결국 크렘 드 카시스와 키르(칵테일)의 고향인 디종에 도착합니다.
부르고뉴의 심장이라는 곳이지만 상당히 조용하고 역도 크지 않더라구요.
전 이런 동네를 좋아하기 때문에 호감이 좀 생겼습니다.
이제 호텔이 문제였는데 비는 부슬부슬 오고, 과연 어떻게 가야 할까 고민했는데, 마침 택시가 있더군요.
젊은 프랑스인이 기사였는데, 심야+많은 짐으로 인해 10유로 정도 나왔습니다.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문 닫힌 호텔앞에서 전화도 해주고 상당히 친절하고 붙임성 있는 친구였어요, 굉장히 난감했는데 이친구 덕분에 잘 들어가서 쉴 수 있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이날 밤 런던으로 가는 방법에 페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그 방법을 택하기로 합니다.
이른 아침의 디종.
아침 10시 40분에 파리행 기차가 있는지라, 우선 새벽부터 나오고봤습니다.
대충 7시 정도?
이런 광장도 있고, 뭐 재밋는거 없나...하고 둘러봅니다.
그러던 도중, 재래시장 가는 길 발견+_+
여기 재래시장은 한국이랑 분위기 상 크게 차이가 없어요..ㅎㅎ
주변에 제과점도 많고 해서, 빵을 사러 들어갑니다. 그리고 프랑스 빵이 맛있다는 소문이 허언이 아님을 알게됩니다.
바게트도 그렇지만 제가 좋아하는 에끌레어는 진짜 최고! 지금도 침이 입에 고이네요.
지금 막막 아쉬운건, 거기서 치즈를 좀 사왔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ㅜㅠ
5평 좀 더 되보이는 작은 가게에 치즈만 가득 찬 집이 있었는데, 뭘 알아야 사죠...
다음에 프랑스 갈 때는 좀 더 공부해야겠어요...ㅠㅜ
아무튼 디종까지 와서 과연 무슨 와인을 어디서 마실 수 있을까 고민하던 와중,
재래시장 중앙에서 와인바를 발견하게 됩니다!
우왕 굳.
겁나 멋지게 생긴 프랑스 할아버지(영어도 잘하세요)가 카페 겸 와인바를 시장 중앙에서 하십니다.
여기가 요새 우리나라 재래시장 개조해 놓은 것처럼 천장있는 큰 건물 안이거든요.
부르고뉴 샤블리와 피노누아 한잔씩 주세요...하니까 내 주신 겁니다.
잔당 3-5유로 정도였고, 직접 병을 판매도 하시더라구요.
양쪽 다 감상은 가볍고 편하다 였습니다. 아무래도 이 사람들은 이런 와인이 일상일테니, 전반적으로 편하고 마시기 편한 와인을 선호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딱 그런 취향입니다.
샤블리는 오크통에 숙성시키면 식빵에서 나는 효모 냄새가 같이 나는데, 그런 향이 전혀 나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스테인리스 통에 숙성 시켰던 것 같고, 상큼한 과실향이 돋보였어요. 피노누아는 카시스와 시트러스 계통이 주가 된 부르럽고 탄닌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부드러운 맛이었구요.
시장에서 산 요리까지 곁들여 먹고 있습니다. 우적우적.
요리도 너무 맛있...ㅜㅡㅠ
하앍하앍..
얘는 보졸레에요. 가메이품종 맛있다는 말만 들었지 제가 마셔본건 쓰레기같은 보졸레누보 한국판 정도라-_-
추천 받았더니...
Aㅏ...신세계...
알싸한 깊은 맛이 있네요..
그래서 결국 얘는 구매합니다. 7유로였던거 같아요.
편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훌륭한 맛이었어요. 여럿이서 시끌벅쩍하게 즐기기 좋은 와인.
이런건 한 케이스(6병) 정도 사야되는데...하아.
로제도 한 잔.
달지 않은 소비뇽블랑 같은 뒷맛이 인상적인 와인이었습니다.
뭐 사실 다 맛있었죠...ㅜㅡㅠ
같이 먹은 칠면조 요리.
프랑스 요리는 명불허전이네요.
하지만 제대로 먹은 프랑스요리는 얘가 마지막이라는 게 함정-_-
우왕 빵가루.
굳.
프랑스 맥주가 아니라서 한 잔 마십니다.
벨기에였는데, 괜찮았어요. 여기서 커피도 한 잔 마셨지만, 별로-_-
요새 뭐 탬핑이 중요하지 않다, 라는 분들의 글이 여러 블로그에 올라오는데, 제 경험상 그렇지 않아요.
최소한 에스프레소에 있어서는 말이죠.
이태리 애들하고 그 외 국가 애들하고, 가장 크게 차이나는 부분이 이 탬핑이에요.
세던 세지 않던간에, 성의있게 한번이라도 누르느냐 아니느냐의 차이가 굉장히 커요.
암튼 이태리와 프랑스 맥주를 입에 대지 않은 것을 자랑으로 생각합니다(음?)
이렇게 번개불에 콩 볶듯이 디종 구경을 마치고 파리로 올라가요.
다음에 이 동네를 더 와봐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역으로 갑니다.
디종 칭찬 하나 더,
길 물어보는데 완전 많이 친절하시더라구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영어들도 잘하시고;;
덕분에 안늦게 잘 기차타고 파리 갔어요...ㅎㅎ
이런 아름다운 들판을 2시간여 달려서..
마지막 여행지인 파리로 오게 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