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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향기 215] 정조가 규장각을 세운 뜻은?

작성일
12-04-30 23:14
글쓴이
퍼스나콘 양두구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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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총선이 끝났다. 선거철에만 반짝하던 공약들은 선거 이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취를 감추곤 하는 것이 현대 정치의 자화상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전문적인 학문 연구 기관을 창설하고 그 곳에서 축적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개혁정치를 추구했던 정조의 자세는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정조가 규장각을 세운 역사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다.


  18세기 후반 정조 시대는 우리 역사에서 왕조 중흥과 문화 중흥의 꽃이 활짝 핀 전성기이자 ‘조선의 르네상스’로 평가받고 있다. 정조는 11세의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고 힘겹게 왕위에 올라 불안한 정치적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왕권의 강화를 추진함으로써 이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 이것을 뒷받침한 대표적인 기관이 바로 ‘규장각(奎章閣)’이었다. 정조 시대에 가장 중시된 정치적ㆍ문화적 기구 규장각. 걸출한 학자들을 양성하며 정조대의 문예 부흥을 주도하고 왕권의 안정을 뒷받침했던 그곳 규장각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정조실록』(정조 즉위년 9월 25일)에는 규장각을 설치한 상황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규장각을 창덕궁 금원(禁苑)의 북쪽에 세우고 제학(提學)ㆍ직제학(直提學)ㆍ직각(直閣)ㆍ대교(待敎) 등 관원을 두었다. 국조에서 관직을 설치한 것이 모두 송나라 제도를 따랐으니, 홍문관은 집현원(集賢院)을 모방하였고, 예문관은 학사원(學士院)을 모방하였으며, 춘추관은 국사원(國史院)을 모방하였으나 유독 어제(御製)를 존각(尊閣)에 간직할 바로는 용도각(龍圖閣)이나 천장각(天章閣)과 같은 제도가 있지 않았다.




[建奎章閣于昌德宮禁苑之北, 置提學、直提學、直閣、待敎等官。 國朝設官, 悉遵宋制, 弘文館倣集賢院, 藝文館倣學士院, 春秋館倣國史院, 而獨未有御製尊閣之所, 如龍圖、天章之制]


  정조는 창덕궁 후원에 규장각을 설치하고 송나라의 제도를 따라 제학, 직제학, 직각, 대교 등의 관원을 설치하였다. 그런데 정조 이전인 세조대에 양성지(梁誠之)에 의해 규장각의 설치가 제창된 적이 있었고, 숙종대인 1694년(숙종 20)에는 종정시(宗正寺)에 작은 건물을 별도로 지어 ‘규장각’이라 쓴 현판을 걸기도 했다.


  세조조(世祖朝)에 동지중추부사 양성지가 아뢰기를, ‘군상(君上)의 어제(御製)는 운한(雲漢)과 같이 하늘에 밝게 빛나니 만세토록 신자(臣子)는 마땅히 존각(尊閣)에 소중히 간직할 바이기 때문에, 송조(宋朝)에서 성제(聖製)를 으레 모두 전각을 세워서 간직하고 관직을 설시하여 관장하게 하였습니다. 바라건대 신 등으로 하여금 어제 시문(詩文)을 교감하여 올려서 인지각(麟趾閣) 동쪽 별실에 봉안하되 규장각이라 이름하고, 또 여러 책을 보관한 내각(內閣)은 비서각(?書閣)이라 이름하며, 다 각기 대제학ㆍ직제학ㆍ직각ㆍ응교 등 관원을 두되 당상관은 다른 관직이 겸대하고 낭료는 예문관 녹관(祿官)으로 겸차(兼差)하여 출납을 관장하게 하소서.’ 하였는데 세조가 빨리 행할 만하다고 일컬으면서도 설시할 겨를이 없었다. 숙종조에서는 열성의 어제(御製)ㆍ어서(御書)를 봉안하기 위하여 별도로 종정시(宗正寺)에 소각(小閣)을 세우고 어서한 ‘규장각’ 세 글자를 게시하였는데, 규제(規制)는 갖추어지지 않았었다.



[世祖朝同知中樞府事梁誠之奏曰: “君上御製, 與雲漢同, 其昭回萬世, 臣子所當尊閣而寶藏, 故宋朝聖製, 例皆建閣而藏之, 設官以掌之。乞令臣等勘進御製詩文, 奉安于麟趾閣東別室, 名曰奎章閣, 又諸書所藏內閣, 名曰?書閣, 皆置大提學、直提學、直閣、應敎等官, 堂上以他官帶之, 郞僚以藝文祿官兼差, ?掌出納。” 世祖?稱其可行, 而設施則未遑也。肅宗朝爲奉列聖御製御書, 別建小閣于宗正寺, 御書奎章閣三字揭之, 而規制則未備也]


  규장각은 정조가 ‘계지술사(繼志述事: 선왕의 뜻을 계승하여 정사를 편다)’의 명분 아래에 재탄생시켰다. 처음에는 왕실 도서관의 기능을 했지만 정조는 이곳을 차츰 학술 및 정책 연구기관으로 변화시키며, 역대의 도서들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학문 연구의 중심기관이자 정조의 개혁정책을 뒷받침하는 핵심 정치 기관으로 거듭 태어나게 한 것이다.

  마땅히 한 전각을 세워서 송조(宋朝)의 건봉(虔奉)하는 제도를 따라야 하겠으나 열조(列祖)의 어제ㆍ어필에서 미쳐 존각에 받들지 못한 것을 송조에서 각 왕조마다 전각을 달리하는 것과 같게 할 필요가 없으니 한 전각에 함께 봉안하게 되면 실로 경비를 덜고 번거로움을 없애는 방도가 될 것이다. 너희 유사(有司)는 그 창덕궁의 북원(北苑)에 터를 잡아 설계를 하라.’ 하고, 인하여 집을 세우는 것이나 단청을 하는 것을 힘써 검약함을 따르라고 명하였는데 3월에 시작한 것이 이때에 와서 준공되었다.



[宜建一閣, 以追宋朝虔奉之制, 而列祖御製御筆之未及尊閣者, 不必如宋朝之每朝異閣也, 同奉一閣, 實爲省費祛繁之道。 咨爾有司, 其卽昌德之北苑而營度之。” 仍命棟宇丹?, 務從儉約, 三月經始, 至是工告完]

  규장각은 본관 건물인 규장각과 주합루 이외에 여러 부속 건물로 구성되었다.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 근처에 사무실에 해당하는 이문원을 두었고, 역대 왕들의 초상화, 어필 등을 보관한 봉모당(奉謨堂)을 비롯하여, 국내의 서적을 보관한 서고(西庫)와 포쇄(曝?, 서책을 정기적으로 햇볕이나 바람에 말리는 작업)를 위한 공간인 서향각(西香閣), 중국에서 수입한 서적을 보관한 개유와(皆有窩), 열고관(閱古觀), 그리고 휴식 공간으로 부용정이 있었다. 이 중에서 개유와와 열고관에는 청나라에서 수입한 「고금도서집성」(5,022책) 등을 보관하였는데, 이러한 책들은 청나라를 통해 들어온 서양의 문물을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처음에 어제각(御製閣)으로 일컫다가 뒤에 숙묘(肅廟) 때의 어편(御偏)을 따라 규장각이라 이름하였는데, 위는 다락이고 아래는 툇마루였다. 그 뒤에 당저(當?)의 어진(御眞)ㆍ어제(御製)ㆍ어필(御筆)ㆍ보책(寶冊)ㆍ인장을 봉안하였는데 그 편액은 숙종의 어묵(御墨)이었으며, 또 주합루(宙合樓)의 편액을 남미(南楣)에 게시하였는데 곧 당저의 어묵이었다. 서남쪽은 봉모당이라하였는데, 열성조의 어제ㆍ어필ㆍ어화(御?)ㆍ고명(顧命)ㆍ유고(遺誥)ㆍ밀교(密敎)와 선보(璿譜)ㆍ세보(世譜)ㆍ보감(寶鑑)ㆍ장지(狀誌)를 봉안하였다. 정남(正南)은 열고관이라 하였는데 상하 2층이고, 또 북쪽으로 꺾여 개유와를 만들었는데 중국본 도서와 문적을 보관하였다. 정서(正西)는 이안각(移安閣)이라 하였는데, 어진ㆍ어제ㆍ어필을 이봉(移奉)하여 포쇄(曝?)하는 곳으로 삼았으며, 서북쪽은 서고(西庫)라 하였는데, 우리나라 도서와 문적을 간직하였다.


[初稱御製閣, 後因肅廟御扁, 名奎章閣, 上樓下軒。 後奉當?御眞、御製、御筆、寶冊、印章, 其扁肅廟御墨也。 又以宙合之扁, 揭于南楣, 卽當?御墨也。 西南曰奉謨堂, 奉列朝御製、御筆、御?、顧、命遺、誥密敎及璿譜、世譜、寶鑑、狀誌。 正南曰閱古觀, 上下二層, 又北折爲皆有窩, 藏華本圖籍。 正西曰移安閣, 爲御眞、御製、御筆移奉曝?之所也。 西北曰西庫, 藏東本圖籍]

 

 

                          
  정조는 규장각을 세운 후에 규장각의 연혁과 직제 등을 기록한 『규장각지(奎章閣志)』를 편찬하기도 했다. 『홍재전서』에는 규장각지를 편찬한 뜻이 나타나 있다.

  지(志)란 그 사실을 기록하는 것으로, 그런 사실이 있는데도 기록을 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고 혹 전해진다 해도 오래 못 가는 것이다. 어제 했던 일을 오늘 잊어버린다면 제도를 만들었더라도 금방 없어지고 이미 정해 놓은 의식이라도 금방 문란해지고 말 것이니, 그럴 바에야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 언제든지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는가. 기록이라는 것이 지금에 와서 또 그만큼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예악에도 지가 있고, 산천에도 지가 있고, 관부에도 군현에도 지가 없는 곳이 없다. 이는 모두가 그것을 오늘의 참고로 삼고 또 영원히 전하기 위한 것이다. 내가 즉위 초에 규장각을 세우고 얼마 후 각신에게 지를 쓰도록 명했는데, 그로부터 5, 6년이 지나도록 지가 제대로 안 되었다. 이어서 편찬하는데 느슨했을 뿐만 아니라 제도와 의식이 확립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지금 와서는 대충 수립된즉 완성을 독려하였다. 권(卷)은 둘로 하고 목(目)은 여덟으로 하였으며, 설치한 시말(始末)과 직관의 차례와 더불어, 모훈(謨訓)을 모시고, 어진(御眞)을 안치하는 것과 책을 편집하고 손질하는 규례의 강(綱)과 조목을 다 갖추었고 세세한 절목까지 또한 해당하게 했다. 가히 살펴볼만하고 또 후세에 전할 만하였다. 드디어 인쇄에 부치도록 명했던 것인데, 그중에 혹시 빠진 것이 있다면 두고두고 보충하면 되니 또한 어찌 잘못이 있겠는가...


-『홍재전서』 권8, 서인(序引), 규장각지서(奎章閣志序)


[志者。志其事也。有事焉而不志則不傳。傳亦不遠。且昨日之所行。今日忘之。則制度雖設而還廢。儀式旣定而復紊。曷若有志而可按哉。志之急乎今。又如是。是故。禮樂有志。山川有志。官府郡縣。罔不有志。凡所按乎今而傳乎遠也。予卽位之初。建奎章閣。旣而命閣臣撰志。?五六年不成。不惟屬纂之緩。制度儀式未立故也。今旣粗立矣。則督成之。爲卷者二。爲目者八。設置之始末。職官之秩序。與夫奉謨訓安御眞。編摩講製之規。綱條旣具。細節亦該。可按又可傳也。遂命?付之??。其或不備者追補。亦何傷也...]



  1798년 정조는 스스로 자신의 호를 ‘만천명월주인옹(萬天明月主人翁: 온 냇가에 비추는 밝은 달과 같은 존재)’으로 정하는데, 이러한 자부심의 바탕에는 규장각을 중심으로 수행한 정치, 문화운동의 성과를 확인하고 스스로 성인 군주가 되겠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 규장각은 창덕궁의 후원 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공간에 위치해 있었다. 그만큼 정조의 관심이 컸기 때문이었다. 창덕궁의 규장각을 찾아서 18세기 개혁정치를 진두지휘했던 정조와 정약용, 박제가, 이덕무 등 규장각을 거쳐 갔던 학자들의 열정을 만났으면 한다.
 
 
 

   글쓴이 : 신병주
건국대학교 사학과 교수
주요저서
- 하룻밤에 읽는 조선사, 램덤하우스, 2003
- 조선 최고의 명저들, 휴머니스트, 2006
- 규장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들, 책과 함께, 2007
- 이지함 평전, 글항아리, 2008
- 조선을 움직인 사건들, 새문사, 2009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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