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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레알 따끈한 신보.ㅎㅎㅎ




90년대부터 종교음악의 거장으로 우뚝 서왔던 지휘자 필립 헤레베헤Philippe Herreweghe의,
 
바흐 칸타타 음반입니다.


사실상 헤레베헤 전용 레이블이라 할 수 있는 Phi의 여섯 번째 음반으로(번호가 006이네요),

그 중에서 바흐 녹음은 세번째이며,

헤레베헤 전체 커리어에서는 21번째로 나오는 바흐 칸타타의 정규녹음이 되겠습니다.

(솔직히 그의 녹음 개수를 헤아리는 건 별로 의미가 없겠지만요. 본인이 '전곡 녹음'을 할 의사는 별로 없다는 걸 여러번 공언했으니.)

그래서 그런가, 이번 녹음에는 예전에 녹음한 적이 있는 작품이 둘이나 포함되어 있네요.


이 판의 공식 제목은 '라이프치히 시절의 칸타타'입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라이프치히 1년차 시절의 칸타타'라 해야겠네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바흐는 1723년 여름에 안할트-쾨텐의 귀족 집안 악단의 악장 자리에서 떠나 라이프치히의 토마스 교회 합창장(칸토르)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공무원'이 된 셈.

이곳에서 바흐가 맡은 임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매주 일요일 예배 때마다 연주할 칸타타를 '공급'하는 것. 칸타타라는 것이 음악으로 말하는 설교의 의미를 띠고 있었으니만큼, 아무 음악이나 가져다가 재탕, 삼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매주 새 곡을 써 토마스 교회 부설 학교 학생으로 이루어진 악단 및 합창단을 조련해 가며 연주까지 해야 했습니다. 당연히 그 업무량은 상상초월이었겠지요. '공무원'답게 그러면서 보수 자체는 대단치 않았다고 하고요. (이에 대해 바흐가 불평을 늘어놓은 기록이 여기저기서 많~~~이 발견됩니다.ㅎㅎ)

어쨌든, 이런 식으로 라이프치히의 합창장 바흐가 몇 년 간 매주 격무에 시달리며 생산해낸 칸타타의 양은 무려 5년치!라고 당시의 기록은 전하지만 아쉽게도 오늘날 남아 있는 건 대략 3년치 정도뿐이라나요...


라이프치히에 부임한 바흐가 맞이한 첫 예배의 일자는 1723년 삼위일체절 Trinity 후 첫번째 일요일. 이날 BWV 75를 연주하는 것으로 위에 언급한 바흐의 어마어마한 칸타타 역정이 시작되는데, 오늘 소개하는 헤레베헤의 신보는 그 중 네 곡을 담고 있습니다. 아래와 같이요.

BWV 25 - 삼위일체절 후 14주일용.
BWV 138 - 삼위일체절 후 15주일용.
BWV 105 - 삼위일체절 후 9주일용.
BWV 46 - 삼위일체절 후 10주일용.

형식적으로는 바흐가 바이마르 시절부터 이미 도입했던 레치타티브-아리아의 이탈리아 오페라 스타일의 구조를 곡 가운데에, 맨 마지막에 전통적인 코랄을 삽입하는 구조를 고수하고 있고, 곡의 첫머리에는 주로 성경구절을 이용한 짤막한 합창을 배치합니다.

아쉽게도 바흐의 전매특허인 '코랄을 바탕으로 한 교묘한 대위법이 사용된 합창'은 아직 등장하지 않지요. 보통 '코랄칸타타'라 불리는 이런 형식은 라이프치히 2년차부터 나타나는 거라서...

종교음악이니만큼, 이 작품이 연주되는 날이 교회력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날 어떤 주제의 성서 구절을 낭독하고 어떤 내용의 설교를 이야기하는지 등의 내용을 알면, 작품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겠습니다만, 非종교인(혹은 反종교인도...쿨럭)도 많은 이 세상에 꼭 그래야만 할 것 까지야 없으니, 종교적인 내용은 패~~쓰하렵니다-_-;;
 

그래도 곡당 한줄씩 초간단 요약을 하자면,



삼위일체절 후 14주일의 내용은 예수가 열 두 곱추를 일으켜세운 기적을 다룹니다. 얼추 우리=곱추=죄인=구원받을 자의 등식이 떠오르지요?

도입합창과 소프라노 아리아 한 곡을 따왔는데, 비교할 연주로는 작년께 전 사이클 출시를 마친 존 엘리엇 가디너의 판을 가져왔습니다.


충격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두 연주자의 평소 이미지와 실제 연주가 다르다는 거 참고하시고. ㅎ

Johann Sebastian Bach

BWV 25 (삼위일체절 후 14주일)

1. 합창 - 당신의 분노에 내 육신이 편치 않나이다 Es ist nichts Gesundes an meinem Leibe



5. 소프라노 - 가엾은 내 노래를 들어주소서 Offne meinen schlechten Liedern

Es ist nichts Gesundes an meinem Leibe vor deinem Drauen und ist kein Friede in meinen Gebeinen vor meiner Sunde.

----------------

Offne meinen schlechten Liedern,
Jesu, dein Genadenohr!
Wenn ich dort im hohern Chor
Werde mit den Engeln singen,
Soll mein Danklied besser klingen.



삼위일체절 후 15주일의 주제는 유명한 '예수의 산상수훈'입니다. 물론 그 내용이 뭔지 모른다고 큰일나지는 않습니다-_-;;;

같은 날을 위한 후대의 다른 작품들, 특히 그 유명한 BWV 51 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데, 그거야 어딜 강조하느냐 문제겠지요. 암튼,

헤레베헤는 이 곡을 유난히 좋아하는지 실황을 포함하여 적어도 세 번 녹음했네요. 오래 전 HMF의 녹음과 같이 올려봅니다.

BWV 138 (삼위일체절 후 15주일)

3. 합창,소프라노,알토 - 그분은 너희를 버릴 수 있으나 그러하지는 않으시리라 Er kann und will dich lassen nicht




5. 베이스 - 내 믿음을 주께 바치리라 Auf Gott steht meine Zuversicht

Er kann und will dich lassen nicht, Er weiß gar wohl, was dir gebricht,
Himmel und Erd ist sein!

Ach, wie?
Gott sorget freilich vor das Vieh,
Er gibt den Vogeln seine Speise,
Er sattiget die jungen Raben,
Nur ich, ich weiß nicht, auf was Weise
Ich armes Kind
Mein bisschen Brot soll haben;
Wo ist jemand, der sich zu meiner Rettung findt?

Dein Vater und dein Herre Gott,
Der dir beisteht in aller Not.


Ich bin verlassen,
Es scheint,
Als wollte mich auch Gott bei meiner Armut hassen,
Da er's doch immer gut mit mir gemeint.
Ach Sorgen,
Werdet ihr denn alle Morgen
Und alle Tage wieder neu?
So klag ich immerfort;
Ach! Armut, hartes Wort,
Wer steht mir denn in meinem Kummer bei?

Dein Vater und dein Herre Gott,
Der steht dir bei in aller Not.

------------------

Auf Gott steht meine Zuversicht,
Mein Glaube lasst ihn walten.
Nun kann mich keine Sorge nagen,
Nun kann mich auch kein Armut plagen.
Auch mitten in dem großten Leide
Bleibt er mein Vater, meine Freude,
Er will mich wunderlich erhalten.



삼위일체절 후 9주일의 내용은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면 그것이 다할 때 천국으로 영접하리라'는 예수의 말씀이라 합니다.

무슨 의미일까요-_-;;;;;;;

바흐의 라이프치히 1년차 칸타타 중 멋진 곡이 가장 많은 작품이라 생각하는데, 헤레베헤는 1990년 이후 22년만에 이 곡을 다시 녹음하네요.

제 소감은 '왜 또 녹음했을꼬'...입니다-_-

BWV 105 (삼위일체절 후 9주일)

3. 소프라노 - 얼마나 떨리고 주저하는지 Wie zittern und wanken




5. 테너 - 나 오직 예수만을 벗삼으리라 Kann ich nur Jesum mir zum Freunde machen

Wie zittern und wanken
Der Sunder Gedanken,
Indem sie sich untereinander verklagen
Und wiederum sich zu entschuldigen wagen.
So wird ein geangstigt Gewissen
Durch eigene Folter zerrissen.

----------------------

Kann ich nur Jesum mir zum Freunde machen,
So gilt der Mammon nichts bei mir.
Ich finde kein Vergnugen hier
Bei dieser eitlen Welt und irdschen Sachen.



삼위일체절 후 10주일은 '감람산에서 돌아온 예수가 예루살렘의 몰락을 탄식함'을 다룹니다. 그래서인지, 이날을 위한 작품들은 (BWV 46,101,102) 모두 비애에 젖어 있는 느낌입니다.

여기 녹음된 BWV 46이 칸타타 전체에서 큰 중요도를 차지한다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첫머리에 나오는 합창곡은 수십 년 후 바흐 자신이 평생 써온 종교음악의 엑기스를 모아 짜깁기한 대작 b단조 미사의 한 대목으로 재활용된다는 걸 알아두면 감상할 때 더 즐거울 수도 있겠네요.

헤레베헤의 b단조 미사 녹음 셋 중 90년대 초반 및 후반 녹음을 골라 해당 대목을 같이 올립니다.

             BWV 46 (삼위일체절 후 10주일)                                                    b단조 미사 BWV 232

          1. 합창 - 눈을 들어 보라, 나의 슬픔보다 더한 것이 있는지                               8. 합창 - 세상의 죄를 멸하시고 
    Schauet doch und sehet, ob irgendein Schmerz sei                                       Qui tollis peccata mundi

Schauet doch und sehet, ob irgendein Schmerz sei wie mein Schmerz, der mich troffen hat. Denn der Herr hat mich voll Jammers gemacht am Tage seines grimmigen Zor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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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 tollis peccata mundi, miserere nobis.
Qui tollis peccata mundi, suscipe deprecationem nost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