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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바흐의 생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도시 라이프치히.

오늘 음반의 주인공은 작센 주의 주도인 이 도시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토마스 교회 Thomanerkirche Leipzig입니다.

27년 동안 바흐의 직장이었고 현재는 그가 영면을 취하고 있는 장소이기도 한 라이프치히 토마스 교회는 1212년에 지어진 뒤 15세기에 한 차례 고딕 풍으로의 중건을 거쳐 오늘에 이른다 합니다. 즉, 올해로 건립 800주년을 맞이했다는 말씀. 불교식으로 말하면 '800년 고찰'이지요.ㅎㅎㅎ

중세 건축 양식에 무지하다 보니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군요-_-;;, 어쨌든,

이 교회에서의 음악 활동을 책임지는 자리인 칸토르(Kantor, 합창장)는 작센 지방 음악계에서는 나름 중요한 자리였을 겁니다. 지금도 많은 교회 음악가 자리들이 그렇듯 이곳 칸토르의 임기는 종신직으로 보호받았기에, 1518년 게오르크 라우Georg Rhau가 이곳의 초대 칸토르로 취임한 이후 5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곳을 맡은 칸토르는 기껏해야 총 20여 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뭐, 그렇다고 대우가 엄청나게 좋은 건 또 아니라 바흐도 이곳을 뜰 생각은 수차 했던 모양입니다. 잘 안 풀려서 그렇지-_-)

하여간에, 38세가 되던 1723년에 (8대던가...) 토마스 교회 칸토르로 부임한 바흐는 1750년에 세상을 뜰 때까지 줄곧 이 도시에 머물며 (뭐, 휴가차, 업무 차인근 도시에 몇 차례 다녀오긴 했습니다만) 27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세월을 하루 같이 성심성의껏 음악활동에 몰두합니다.

이곳에서 바흐가 맡은 임무는 토마스 교회를 포함한 네 곳의 교회에서 매주(!) 연주할 음악 작품을 제공하며 교회 부설 학교의 학생들에게 음악교육을 베푸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틈틈이 작센 주의 귀족 신상에 축하/애도할 일이 생기면 이에 맞춘 음악도 써야 했고, 본인이 조직한 음악 단체 Collegium musicum에서 연주할 칸타타, 혹은 협주곡, 독주곡 등의 기악 작품도 생산해내야 했지요.

바흐의 살인적인 업무량에 대해선 여러 차례 언급했으니 이만 해두고,

그러하다 보니 토마스 교회에 부설 학교 학생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토마스 교회 합창단은 바흐가 써낸 숱한 종교음악의 걸작들 -마태수난곡, 요한수난곡, 온갖 종류의 종교칸타타들...-을 도맡아 초연하는 영예를 누리게 되고 그가 세상을 뜬지 262년째인 지난 지금도 大바흐의 적통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많은 음악소년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을 겁니다.

실제로도 녹음 기술이 활성화된 20세기 중반 이후의 칸토르들은 자신의 학생들로 이루어진 이곳 소년 합창단을 이끌고 수많은 훌륭한 합창곡 녹음을 남김으로써 누백년에 걸친 자랑스러운 그네들의 음악 전통을 이어가고 있지요. 당장 생각나는 바흐 녹음만 해도 귄터 라민, 쿠르트 토마스, 에르하르트 마우에스베르거, 한스-요아힘 로취 등등등......

오늘 소개하는 이 판은,

2006년 토마스교회의 現칸토르인 게오르크 크리스토프 빌러가,

자신의 수족인 토마스 교회 합창단,

라이프치히의 자랑인 세계 최古의 관현악단인 게반트하우스 관현악단을 이끌고,

토마스 교회에서 녹음한 마태수난곡입니다.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서양 음악 역사상 최고 걸작품 중 하나.

아, 복음사가를 맡은 마르틴 페촐트 역시 이곳 토마스 교회 합창단 출신이라 더욱 의미가 각별하겠군요.

뿐만아니라 표지에 나왔듯  '마태수난곡 첫 판본의 최초 녹음'이라는 또다른 역사적 의의도 있습니다.

연주력만 놓고 보자면, 완벽하게 다듬어진 성인합창을 기용한 기존의 명반에 비해 아쉬운 점이 다소 있을 수 있으나,

10-18세 소년들의 작은 몸 속 혈관을 흐르는 800년의 숨결이랄까, 그런 걸 느껴보는 게 이 판을 듣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을 시도하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가격이 문제였으나, 마침 맨 위 표지에 나오듯 '토마스교회 창건 800주년 기념'삼아 초염가로 발매되었기에...

소년들의 때묻지 않은 음성을 감상할 수 있는 첫곡과 마지막 곡,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기용할 수밖에 없는) 성인 연주자들의 아리아를 각 성부 별로 하나씩 골라봅니다.

비교를 위하여 기존 명연주 중 하나씩 붙여두었고요.

Johann Sebastian Bach

마태수난곡 Matthaus-Passion BWV 244b

도입 합창

Kommt, ihr Tochter, helft mir klagen ...

Sehet! -- Wen? -- den Brautigam.

Seht ihn -- Wie? -- als wie ein Lamm.

오라, 딸들아 와서 나를 슬픔에서 구하라.

보라! -- 누구를? -- 신랑을.

그를 보라! -- 어떻게? -- 마치 어린 양과 같이.

O Lamm Gottes unschuldig

Am Stamm des Kreuzes geschlachtet,

오 무죄하신 하나님의 어린양께서

십자가에 못박혀서 죽이심을 당하시도다.

Sehet! -- Was? -- seht die Geduld.

보라! -- 무엇을? -- 그 인내를.

Allzeit erfund'n geduldig

Wiewohl du warest verachtet.

온갖 조롱과 핍박에도

언제나 참고 견디셨도다.

Seht -- Wohin? -- auf unsre Schuld;

보라! -- 어디를? -- 우리의 무거운 죄를.

All' Sund hast du getragen,

Sonst mußten wir verzagen.

우리의 모든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 지셨으니

당신이 아니셨다면 우린 절망뿐이었으리.

Sehet ihn aus Lieb und Huld

Holz zum Kreuze selber tragen.

보라, 사랑과 은총을 위해

스스로 십자가를 지신 그 분을.

Erbarm dich unser o Jesu!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오 예수여.

아리아 (소프라노)

Ute Selbig                         Elly Ameling        

Ich will dir mein Herze schenken,

Senke dich, mein Heil, hinein.

Ich will mich in dir versenken,

Ist dir gleich die Welt zu klein,

Ei, so sollst du mir allein

Mehr als Welt und Himmel sein.

내 마음 당신께 드리옵니다.

나의 구세주시여, 내 마음에 임하소서.

내 모든 것 당신께 바치오리니:

당신께 비하면 세상 모든 것 하찮은 것

오, 나에게 귀한 것은 당신 뿐이오리다.

내 마음 당신께 드리옵니다.

아리아 (테너)

Martin Petzold               Ernst Haefliger

Ich will bei meinem Jesu wachen

나 예수 곁에 깨어 있습니다.

So schlafen unsre Sunden ein

그리하면 우리 죄가 잠들어 버릴 것이네.

Meinen Tod bußet seiner Seelen Not

Sein Trauren machet mich voll Freuden.

예수의 영혼의 괴로움이 나의 죽음을 보상하고

예수의 슬픔은 나를 기쁨으로 채웁니다.

Drum muß uns sein verdienstlich Leiden

recht bitter und doch suße sein.

우리의 비통한 슬픔일세.

우리의 달콤한 기쁨일세.

아리아 (베이스)

Thomas Laske             Dietrich Fischer-Dieskau

Komm, sußes Kreuz, so will ich sagen,

Mein Jesu, gib es immer her!

Wird mir mein Leiden einst zu schwer,

So hilf du mir es selber tragen.

나는 말하고 싶다. 오라 달콤한 십자가여.

나의 예수여! 언제든지 십자가를 주소서.

나의 고통 견딜 수 없을 때라도

주여 나를 도우사 스스로 그 십자가를 지게 하소서.

아리아 (알토)

Britta Schwarz               Rene Jacobs  

Sehet, Jesus hat die Hand,

Uns zu fassen ausgespannt; 

Kommt!

보라, 예수가 팔을 뻗으셨도다.

우리를 안기 위해서:

오시오!

Wohin?

어디로?

In Jesu Armen

sucht Erlosung, nehmt Erbarmen,

Suchet!

예수의 팔 안으로.

구원을 찾으라. 자비를 받으라.

구하라!

Wo?

어디에서?

In Jesu Armen. 

Lebet, sterbet, ruhet hier, 

Ihr verlaßnen Kuchlein ihr, 

Bleibet!

예수의 팔 안에서.

그곳에서 살고 그곳에서 죽으며.

너희 버림받은 어린 병아리들아

머무르라.

Wo?

어디에서?

In Jesu Armen.

예수의 팔 안에서.

마지막 합창

Wir setzen uns mit Tranen nieder

Und rufen dir im Grabe zu:

Ruhe sanfte, sanfte ruh'!

Ruht, ihr ausgesognen Glieder!

Ruhe sanfte, sanfte ruh'!

Euer Grab und Leichenstein

Soll dem angstlichen Gewissen

Ein bequemes Ruhekissen

Und der Seelen Ruhstatt sein.

Hochst vergnugt schlummern da die Augen ein.

우리들은 눈물에 젖어 무릎꿇고!

무덤 속의 당신을 향하여

편히 잠드시라 당신을 부릅니다.

지칠 대로 지치신 몸!

당신의 무덤과 묘석은 번민하는 마음에

편안한 잠자리가 되고 영혼의 휴식처가 되소서.

이리하여 이 눈은 더 없이 만족하여

우리도 눈을 감나이다.

우리들은 눈물에 젖어 무릎꿇고 당신을 부르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