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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은교>를 봤습니다.

작성일
12-05-02 00:51
글쓴이
퍼스나콘 알투디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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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배우에게 8시간의 분장을 시켜 70대 노인을 연기하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지우 감독의 <은교>에서 박해일이 연기한 이적요의 역할을 두고 입방아에 오르내리락하는 말입니다. 가장 쉬운 답변은 이적요의 판타지로 보여지는 은교와의 섹스씬에 대한 부담감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즉 70대 노인과 여고생과의 정사 장면이 아니라 늙은 육체에서 해방된 박해일의 현재 모습으로 연기함으로써 비난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날려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 박해일의 노인 분장은, <드라큘라>에서 게리 올드만이 분장한 흡혈귀와 같은 맥락이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명백히 흡혈귀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 이적요가 내뱉는 중요한 대사, '늙어가는 것은 한번도 입어 본 적이 없는 갑옷을 입은 것'이라는 말처럼 박해일은 8시간이라는 물리적 고통을 겪으면서 라텍스를 뒤집어 썼습니다. 하지만 그는 늙은 육체의 기울어짐, 쇠잔한 기운, 힘없는 목소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이 영화에서 박해일이 제대로 해낸 연기는 역설적이게도 메이크업의 기술이 거의 안 들어간 젊은 육체를 표현할 때 뿐이었습니다.

이적요의 젊은 시절의 모습과 은교의 싱싱한 육체가 같이 나타나는 장면은, 은교가 이적요에게 헤나 문신을 해줄 때입니다. 이때  이적요의 머리 위로 은교의 젖가슴이 놓입니다. 순간 늙은 시인의 모습은 젖을 빠는 짐승과 같아보이며, 흡혈을 하는 뱀파이어의 형상으로도 보입니다. 이적요가 은교에게서 빨아 먹으려는 것은 젊음입니다. 그는 젊음을 동경합니다. 서재에 놓여있는 사진들을 보십시오. 영원한 청년의 모습으로 정지해 있는 젊은 시절의 모습을 그는 그리워합니다. 교과서에까지 나오는 시를 쓰고 기념관 건립까지 논의되는 존경받는 '국민 시인'이지만 이적요가 실제 쓰고 싶어하는 것은 통속 소설입니다. 하지만 문단에서의 명성 때문에 자신의 문학적 욕망을 분출하지 못합니다. 그가 누리고 있는 현지위가 그를 감금해버린 것입니다. 영화 속의 주무대인 그의 저택은 욕망의 유배지이며 감옥이고 요새이자 무덤입니다. 그는 그곳에서 남은 삶을 헤아리고 있습니다(그의 이름 적요[寂寥]는 '적적하고 고요하다'라는 뜻인 듯).

그의 집을 드나드는 제자 서지우가 그를 아버지같이 봉양하자 '쇠경 준다는 의미로' 대필해서 장르 소설을 써줍니다. 그가 원래 쓰고 싶어했던 소설을 남에게 준 셈입니다. 그 책의 제목이 <심장>입니다. 심장을 남에게 떼어 준 자, 사랑이 고갈된 자. 이적요는 영화의 처음부터 욕망이 거세된 '살아 있는 죽은 자'입니다.

'별'의 의미도 모르는 공대생 출신의 재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제자 서지우는 이적요에게 문학적 천재성을 흡혈하려합니다. 이적요의 '심장'을 그리고 '은교'를 그는 뺏아갑니다. 은교 역시 자신의 외로움을 지우려고 두 사람의 욕망을 들이마십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영화의 세 인물은 모두 흡혈귀인 것이지요(순서상 은교가 맨 마지막에 흡혈귀가 되는 셈이지요).

눈여겨 볼 점은 이적요의 집을 드나드는 사람은 이적요, 서지우, 은교, 세 사람 뿐입니다. 서지우가 단편 소설 <은교>를 발표했다는 소식을 이적요에게 알려주는 박사장을 기억하십니까? 그는 집 밖에서 어슬렁거리며 말을 붙일 뿐입니다. 그곳은 욕망에 굶주린 흡혈귀들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기에 박사장은 들어 올 수 없는 곳입니다. 어쩌면 서지우와 은교는 이적요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존재일 수 있습니다. 또 그들은 작가(이적요) - 소설 속의 주인공(은교) - 독자(서지우)의 관계이기도 합니다.  


은교가 쳐다보고 있던 거울을 서지우가  바위 아래로 떨어뜨렸을 때, 서지우는 그 거울의 의미를 알지 못합니다. 그는 자신을 바로 바라볼 수 없는 존재, 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완벽하게 죽은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적요는 은교의 거울이 어머니가 맨 처음 준 선물이라는 것을 압니다. 은교의 마음을 읽어낼 때 그는 살아납니다. 그리고 젊은 육체처럼 암벽을 기어오릅니다. 하지만 영화의 종반 제자에 대한 질투로 자신의 자동차를 이용한 살인 계획을 세우면서 그는 흡혈귀처럼 변해갑니다. 영화에서 서지우가 은교와 잠자리를 하고 자동차를 몰고 나갈 때의 침실에 얼굴을 가리고 누운 이적요의 모습은 드라큘라 영화의 전형적 모습입니다. 게다가 서지우가 모는 이적요의 자동차 색은 이적요가 서지우에게 써준 <심장>과 같이 붉은 색입니다. 그는 다시 한번 심장을 떼어낸 것입니다.

서지우의 죽음 후, 이적요의 저택은 무덤이며 그의 침실은 관과 같습니다. 뒤늦게 소설 <은교>가 서지우의 글이 아닌 것을 안 은교가 찾아옵니다. 그녀는 별과 거울의 의미를 구분할 줄 아는 문학적 소양을 갖춘 아이였던 것입니다. 시체같이 누워 있는 이적요를 끌어앉고 흐느끼다 떠나갈 때 이적요가 깨달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가 그토록 가지고 싶던 영원한 젊음은 문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p.s) 은교라는 제목에는 여주인공의 이름이라는 의미 외에도 늙은 작가와 젊은 여고생의 '은밀한 교제', 천재 작가와 무능한 제자 사이의 대필이라는 '은밀한 교환 관계', 그리고 '숨겨진 다리'라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세번째 는 이 영화에서 은교가 처음 등장할 때 사다리를 타고 나타나는 점, 이적요가 그의 제자와 은교와의 정사 장면을 보기 위해 사다리를 사용하는 점과 관련시켜 보면 이해가 가능합니다. 사다리는 다른 공간과 연결해주며 지상에 묶인 욕망을 곹추세우게 하는 보조장치입니다. 은교는 사다리를 통해 등장하고, 이적요는 자신의 감추어진 욕망을 사다리를 통해서 확인합니다. 사다리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은교가 유리창을 닦을 때 드는 발 뒤꿈치, 그와 보조를 맞추는 이적요의 발뒤꿈치도 이와 유사합니다. 은교는 발에서 간지러움을 느낍니다. 발은 도약이며 욕망입니다. 은교의 어머니가 칼로 발꿈치의 굳은 살을 떼어낼 떼 그것은 아킬레스건과 가장 가까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욕망은 발뒤꿈치처럼 우리를 지금보다 더 곧추세우지만 아킬레스 건처럼 위험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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