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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50대가 90프로에 가까운 투표율 하면서 보수 결집을 한 것은 어떤 이유일까요.
복잡한 분석 다 버리고 그냥 현실적으로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해봅시다.

결혼해서 애들 키우다보면 일곱 여덟살까지는 엄마, 아빠를 하늘로 압니다. 아빠는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힘센 수퍼맨이고 엄마는 원하는 것을 만들어주는 요술 공주입니다. 하지만 애들이 초등학교 다니면서 이곳 저곳 과외를 다닙니다. 딱히 그 애가 자질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엄마, 아빠가 바쁘다보니 아이들이 나쁜 길로 안빠지려면 과외를 붙이는 수 밖에 없습니다. 학교 마치고 피아노 학원, 영어 학원, 태권도, 속셈 학원.. 이렇게 돌다보면 아홉시에 집에 들어오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숙제하고 과제물 준비하면 잠자리에 들어야 하지요. 이때부터 부모와 말할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고 대화 내용도 교육과 관련된 것들로 채워집니다.

중학교쯤 되어도 여전히 아이들은 그런 체바퀴도는 일상 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이제 사춘기가 되다보니 자기 방에 들어가서 잘 안나오려고 하죠.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대학입시를 준비해야합니다. 아이들은 10시 11시가 넘어서 집에 오는 경우가 있고 고3이다보면 독서실에 들렀다가 새벽1시~2시에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3이 되면 아이가 상전입니다. 아이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으려면 부모가 집에서 조용히 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다가 아이가 어째어째 대학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이제 엠티다 서클 활동이다 이런 것들로 바쁘죠. 고등학교 때에 비해 가족간의 대화의 기회가 늘어나긴 하는데 자식들이 요구하는 것은 더 좋은 옷, 컴퓨터 등입니다. 그 중에는 사회과학 서적 몇권 읽고 구세대의 모순을 직설적으로 지적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때 부모들은 심한 혼동을 느낍니다. 지금까지 엄마, 아빠 말 따라하고 웃으며 꼬물꼬물 기어다니던 아이가 아닙니다. 초등~대학 사이에 아이의 모습은 자기 방과 거실 사이를 휙하고 급하게 지나가던 것이 다였습니다. 이제 성인이 되어서 부모 앞에 나타난 아이는 유행에 민감해서 강도처럼 용돈을 요구하거나 부모를 비판하고 가르치려는 아이입니다.
부모님들 직장 생활은 어떻습니까? 순탄하지 않습니다. 사회 전체가 경쟁의 바람이 불다보니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영어 실력이 좋고 ppt 기가 막히게 잘다루는 부하직원이 무섭습니다.  

뭔가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말을 해야할 것 같은데 선뜻 내세울게 별로 없습니다. 이때 가장 쉽게 할 수 있는게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내세운 훈화입니다. 그런데 그게 쉽게 젊은 세대들에게 안 먹히죠. 그런데 보수언론에서 나오는 글들을 읽어보면 자기들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는 것 같습니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 우리는 저렇게 살았지.. 그들이 주역이었던 시기에 대한 향수가 커져갑니다. 이런 분위게에 맞추어 복고 영화를 비롯한 각종 상품들이 나옵니다. 같은 연령의 친구들과 만나서 술자리도 같이 합니다. 각자의 취미가 다르고 생활 수준도 다르지만 공통된 주제가 있습니다.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린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그들은 자신이 수퍼맨이었고 요술공주였던 시기를 꿈꿉니다. 더불어 사는 이웃을 생각하며 나눌 생각은 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것을 더 안뺏길려고 움켜쥡니다. 공정한 분배, 합리적인 복지를 내세우는 세력들은 자신들의 마지막 힘까지 다 빼앗을려는 괴물로 보입니다. 그 괴물의 이름이 빨갱이입니다. 어찌보면 이건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