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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이틀에 걸쳐 리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를 봤습니다. 어제는 일반 3D로 오늘은 아이맥스 3D로 관람했지요.
사실 어제 마눌과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밤에 잠을 못자겠더군요. 영상이 너무 황홀해서 눈을 감아도 계속 장면이 떠오르는  겁니다.

오늘, 친하게 지내는 영화평론가를 불러내었습니다. 아이맥스로 보기 위해서였지요.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오를 때까지 둘이서 그냥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몇시간 전까지 이 영화에 대해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집에 오는 길입니다. 

이 영화를 아직 안보신 분들께 스포일러를 피하면서 영화를 보는 팁을 소개하겠습니다.

1.가능하면 IMAX 3D로 보세요. 일반 3D와 IMAX 3D를 비교해보면 입체감의 차이가 확실히 납니다. IMAX 3D로 보실 때는 가능한한 가운데 줄 가운데 좌석에서 보시길 권합니다. 일반 영화 보듯이 뒤에서 1/3 지점이 아니라 IMAX 3D는 가운데보다 약간 앞이 좋습니다. 방학이라 평일에도 이 자리 선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리 예약해서 보시길...

2. 리안 감독은 원작 소설 <파이 이야기>를 읽고 바로 3D로 만들 것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바타>가 개봉되기 8개월전에 이 영화를 연출하기로 했습니다. 영화를 보시면서 리안 감독이 영화를 왜 굳이 3D로 만들어야 했는지를 아실 겁니다. 이 영화는 입체적인 스토리텔링이 3D에 기가 막하게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

3. 주인공의 원래 이름은 피신 몰리토 파텔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영장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름인데 주인공 '스스로' 파이라고 이름을 바꿉니다. 이 이름이 영화에서 암시하는 바가 큽니다.

4. 파이는 힌두교인이면서 기독교를 믿고, 이슬람식 예배를 하는 종교적 포용력이 강한 아이입니다. 그런데 파이의 아버지는 과학과 이성을 신봉하지요. 파이의 종교성은 엄마 쪽을 닮아 있습니다. 부모님의 이런 성향이 주인공 파이에게 녹아있다는 것이 주인공의 성격과 작품의 테마를 이해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5. 파이가 열두살 때 성당에 찾아간 것은 형과 내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성당에서 성수를 한모금 얻어 마시는 내기였죠. 이 때 신부님이 파이에게 처음 건내는 말이 "목이 마른가 보구나!(You must be thirsty!)"입니다. 파이와 보트에서 270일간 생활하게 되는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원래 이름은 '목마름(thirsty)'입니다. 이 영화에서 물과 갈증은 영화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심지어 리차드 파커가 처음 등장하는 것도 물에 비쳐서 나옵니다. 리안 감독의 타이틀과 함께 말입니다.

6. 영화 후반에 이상한 섬이 하나 나옵니다. 슬쩍 지나가기에 잘 모를 수 있는데 그 섬의 전체 형상을 한번 주의 깊게 보시길 바랍니다. 

7. 영화 초반부에 동물원이 나옵니다. 그 장면이 처음에 동물원이라는 것은 어떤 장치를 통해서 드러납니다. 이 장치는 나중에 파이가 아빠한테 혼날 때 다시 등장하는데 그것이 세상을 둘로 나누는 틀거리로 작용합니다. 

8. 엔딩 타이틀이 다 올라가기 전에 자리를 뜨지 마세요. 만다라의 이미지가 어떤 이미지와 유사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영화의 주제를 집약해서 보여줍니다.

9. 그리고 끝으로.. 이 영화 아이들과 보지마세요. 동물이 나오고 3D라고해서 아이들과 같이 볼 영화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