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마눌과 같이 영화를 오랜 만에 볼까하다 '듀나' 쪽에서 추리 + 액션이 잘 조화된 영화라는 평가를 듣고 보러 갔죠(개인적으로 듀나의 영화 취향은 저랑 맞지 않습니다만..)

그렇게 쌈빡한 추리 구조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아가사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을 본 사람이면..뻔한 애기입니다), 액션도 설렁설렁합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제게 불쾌했던 것은 '이라크 전'을 비롯한 미국이 개입한 전쟁에서 미국의 만행을 엄폐하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도심지에서 스나이퍼에 의해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고 5명이 사망합니다.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이라크 참전병인 제임스 바. 이 인물은 살인욕구가 강해서 이미 이라크에서 민간인을 저격하여 살해한 경력이 있는 인물입니다. 제임스 바는 노 코멘트 상태로 자신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있는 '잭 리처'를 요청합니다. 잭 리처 역시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다 퇴역한 군인인데 어떠한 기록도 남기지 않은 유령 같은 인물입니다. 그가 수호천사처럼 나타나 진실을 찾아나선다는 것이 대략의 줄거리입니다.

제임스 바는 살인 병기로 만들어 진 인물이고 이라크에서 민간인 경비원을 살인 욕구에 의해 죽인 인물이지만,  암살 당하기 직전에 이 경비원들이 여자를 윤간했기에 제임스 바의 죄가 덮어집니다. 이 영화에서 범인은 당연히 제임스 바가 아닙니다. 사건의 해결을 맡은 잭 리처는 마치 미국이 저지른 테러 행위에 대해 변호하는 인물처럼 보입니다. 잭 리처 역을 맡은 톰 크루즈는 <7월 4일생>에서 월남전에 미국 개입을 비판했던 인권 운동가 론 코빅을 연기했죠. 잭 리처를 돕는 인물인 캐쉬 역을 맡은 사람은 로버트 듀발입니다. <지옥의 묵시록>에서 악명 높은 전쟁광을 연기했죠. 이들을 캐스팅한 것은 단순한 우연일까요? 이 영화는 짧게는 이라크 전의 문제를 미국식 전우애로 지우면서 월남전에 대한 기억까지 슬쩍 지우려 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지나친 해석인지 몰라도 영화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동전의 제조 연도가 1968년입니다). 그것이 헐리우드식 역사관이 아닐까요? 이 영화의 범인은 누굴까요? 당연히 미국인이 아닙니다. 그 인물의 국적은 영화에서 정확하게 나오지 않지만 악의 화신으로 바바리안 악센트를 쓰는 인물, 구동독 출신으로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살아 남은 자.. 헐리우드에서 공산주의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항상 이런 식으로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는 것 같습니다.

p.s) 군대 제대한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군복을 입고 정신적으로 여전히 복무하시는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