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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토크쇼에 나와 입담을 과시한 성룡. 그런데 이 분 대화하는 걸보면 엄청나게 제스츄어가 많습니다.
제스츄어 정도가 아니라 거의 판토마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입니다.
강호동의 액션에 리액션 반응 속도도 무척 민첩하고요.

아시다시피 성룡은 일곱살 때 부모와 떨어져 경극 학교에 들어갔고 거기서 몸으로 하는 모든 동작들을 배웠습니다.
정규 교육이라고는 받아 본 적이 없기에 문맹이었죠. 문맹이라는 핸디캡이 나중에 대 스타가 되는데에는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는 글을 읽은 것이 아니라 일찍부터 사람들의 몸짓을 읽는 것을 배웠던 겁니다. 성룡이 좋아하는 영화가 찰리 채플린, 버스트 키튼, 헤롤드 로이드가 등장하는 무성영화인 것도 나름 이해가 갑니다.

70년대 전설이었던 이소룡은 배우라기 보다는 무술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연기는 무술을 보조하는 장치였습니다. 절권도가 보여주는 빠르고 파워풀한 느낌을 스크린에 표현하려 했던 것입니다. 이소룡이 죽고 난 뒤 성룡은 (<무릎팍 도사>에 나와 말했듯이) 이소룡 흉내내기가 아니라 자신의 것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적을 때리고 난 뒤에 갑자기 자기 주먹을 잡고 아픈 표정을 짓는 등 역발상으로 나간 거고 그것이 관객에게 먹혀들어서 대스타가 된 것이죠.

그러니까 성룡은 중국 문화권에서는 경극을, 서양에서는 무성영화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무술에 짬뽕을 시킨 것입니다. 이소룡과 달리 연기가 우선이고 무술은 보조장치였던 셈입니다. 성룡의 존재를 알린 <취권>, <사형조수>는 각각 '주정뱅이'와 '뱀'을 흉내내는 것이었습니다. 이후에 만들어진 <소권괴초>는 인간의 '희노애락'을 무술로 표현한 것이구요. 글을 읽지 못하는 대신 사람의 동작을 유심히 읽고 그것을 흉내내었던 소년. 그 소년이 이제 전설이 되어서 한국 토크쇼에서 판토마임과 같은 몸짓을 보여줄 때... 그 몸짓이 제게 감동적으로 와닿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