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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잘 계신지요? 저도 무탈하게 잘 지냅니다.
오늘 드디어 부산국제영화제 일반 예매가 시작되었습니다. 원하던 영화를 운좋게 구하신 분들도 있을거고, 인터넷 예매를 놓쳐서 현장 구매의 기회를 노리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올해도 시민평론단으로 참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뭐 이게 대단한 것은 아니고 다른 사람들 보다 쉽게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고, 시간이 안맞아 놓친 영화도 프리뷰 룸에서 볼 수 있다는 점, 스폰서 업체에서 제공하는 각종 음료, 커피, 햄버그, 그리고 숙소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정도의 특권을 누립니다. 대신에 영화에 대한 리뷰를 쓰야하는 고충도 있지요.

몇년 째 평론단으로 활동을 하다보니 주변의 몇몇 분들이 영화제 추천작 문의를 해옵니다. 이럴 때마다 저는 영화를 추천하기가 망설여집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먼저, 아직 보지도 못한 영화를 추천하는게 꺼럼직합니다. 영화제가 시작된 뒤에 본 영화라면 모르겠는데 보지도 않은 영화를 마치 본 영화처럼 자신있게 소개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뭔가 이상한 거죠. 게다가 사람의 성향에 따라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어떤 사람의 경우,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영화를 영화제에서 보고 싶어하는 반면에, 또 어떤 사람은 가슴 뭉클하게 눈물을 자아내는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고, 최근 세계 영화의 동향을 접해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각자의 취향이 다 다른데 어떻게 '이게 최고작이다'하고 자신있게 권할 수 있을까요?


재작년에 부산의 한 신문사에서 저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영화 매니아이니깐 부산 영화제를 즐기는 법에 대해 팁을 알려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기자 분에게 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추천'이 아닌 '영화제를 즐기는 법'에 대해 제 나름의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편식은 하되 과식은 금물!

영화제 때보면 영화를 질이 아닌 양으로 즐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루에 서너편 씩 보는 것을 넘어서 미드나잇 패션 부문의 영화까지 섭렵하면 새벽을 넘될 무렵 예닐곱 편의 영화를 볼 수도 있죠. 영화제가 끝날 때 쯤이면 마흔편을 봤네, 쉰편을 봤네하고 자랑삼아 떠드는 사람들이 꼭 있죠. <씨네21>의 정한석 기자에게 담소를 나누다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쁘게 평가한 작품을 뒤늦게 다시 보니 좋은 작품이었던 적이 없냐고 믈었죠. 정기자는 영화제 때 그런 실수를 한 적이 있다고 고백을 하더군요. 해외 영화제에서 하루 여러 편의 영화를 보고 지친 상태에서 두기봉 감독의 <흑사회>를 보고 혹평을 했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걸작이었다는 거죠. 물론 범작을 걸작으로 평가한 적도 있었구요. 이게 많은 영화를 한꺼 번에 보게되면 판단력이 흐려진 결과입니다. 
제가 권하고 싶은 것은, 영화제 때 차라리 특정 주제를 정하고 영화를 보라는 겁니다. 예컨대 이번 영화제에서 제가 가장 기대하는 작품은 장 뤽 고다르, 피터 그리너웨이, 에드가 페라 감독이 각각 한편 씩 만든 입체 영화 <3X3D>입니다(저는 이 영화가 너무 보고 싶어서 지금부터 몸살이 날 지경입니다) 이와 함께 공포 영화의 귀재 조지 로메로 감독이 자신의 영화 <새벽의 저주>를 3D로 리메이크한 작품이 소개됩니다. 이 외에도 몇편의 3D 영화가 더 소개되는데 '3D 영화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를 스스로 만들어서 본다면 영화제를 훨씬 가치있게 즐길 수 있겠죠. 예컨대 이번 영화제에서는 아일랜드 출신의 세 감독 존 부어맨, 닐 조던, 짐 쉐리던의 영화가 소개됩니다. '아일랜드 영화'라는 주제를 세우고 본다면 올해 아일랜드 영화 전문가가 될 수도 있는 기회가 되겠지요.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과식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영화제에서 영화를 그렇게 보지 말아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제에서 편식은 정말 최상으로 영화제를 즐기는 길일 것입니다.


2. 영화를 먼저 맞이할 준비를 합시다!

올해 부산 국제영화제에도 수 많은 나라의  수 많은 감독들이 만든 영화들이 소개됩니다. 자신이 고른 영화들에 대해 사전에 미리 공부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일랜드의 영화를 알기 위해서는 아일랜드의 역사와 사회에 대해 사전에 공부를 해야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영화제를 위해 몇권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3D 영화가 궁금해서 안경민의 <입체영화>를, 고다르의 영화 세계에 대한 하스미 시게히코의 <고다르 혁명>을, 올 칸 영화제 대상을 받은 <아델의 이야기 1부, 2부>의 원작 만화를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을 보기 위해 그의 전작인 <기적>을, 조지 로메로의 신작을 보기 위해 <새벽의 저주> 원작을 , 클레르 드니,  지아장커, 왕빙, 드니 코테의 지난 작품들이 대기 중입니다. 저는 이게 유난스러운게 아니라 이들 영화에 대한 예의와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제를 즐기기 위해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몇배의 즐거움으로 돌아 올 것입니다.


3. 그리고..

영화제에서 가장 재밌는 것은 관객과의 대화(GV) 시간입니다. 본 영화가 끝나고 그 영화의 감독과 배우들이 관객과 나누는 시간을 놓치지 마십시오. 녹음기와 펜을 준비하고 시네아스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영화제를 즐기는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타이틀이 올라올 때 어둠 속에서 박수를 치고 나 만의 베스트를 찾는 것은 영화제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입니다. 

부디 부산에 오셔서 부산국제영화제에 푹 빠져 보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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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투디투의 기대작 10>

1. <3X3D>: 현대 영화의 최전선 고다르, 드디어 3D에 손대다.

2. <호수의 이방인> : 알랭 기로디의 <도주왕>, <오래된 꿈>을 봤다면 이 게이 코뮤니즘을 내세우는 감독의 영화를 놓칠 수는 없을 듯

3. <질투> : 68 혁명의 불꽃을 가슴에 아직 품고 있는 필립 가렐의 신작

4.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이제 일본의 거장이 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5. <빅 + 플로>: 캐나다의 신예 드니 코테의 신작  

6.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 : 미국의 현재 영화. 코엔 형제의 영화

7. <천주정>: 지아장커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8. <새벽의 저주 3D> : 조지 로메로를 영접하라!

9. <광기가 우리를 갈라 놓을 때까지> : 중국의 현재에 대해 가장 날 선 비판을 하는 왕빙 감독의 4시간짜리 다큐

10. <돌이킬 수 없는> : 클레르 드니의 영화는 항상 배울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