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의 책
- 작성일
- 13-11-12 21:41
오늘 서점에서 책을 한권 샀습니다.
한국어 제목은 매우 노골적이지만 영문 제목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Collaboration' 일반적으로 패션용어로 매우 익숙한 단어죠 보통 콜라보 라고 줄여서 이야기 하고
협업 정도로 번역되는 단어 입니다. 가치 중립적인 단어라고 볼 수 있고
오히려 패션에서 창조적인 협업을 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기에 긍정의 의미로 쓴 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단어를 협력, 합작이라는 학술적 용어로 번역하게 되면 급격히 부정적인 뉘양스를 띠는 모양새가 됩니다.
제가 산 책의 한국어 제목은 <근대 중국의 친일합작> 이라는 책 입니다.
원제는 <COLLABORATION - Japanese Agents and Local Elites in Wartime China> 으로
직역 하자면 <협력 - 중일전쟁 기간동안 일본 요원들과 지역 엘리트들> 정도 되는 내용이죠
동북아시아 근대에서 한,중,일 삼국의 역사적 관계는 복잡하게 엉켜있어 풀기가 어려운 상태이죠
특히 도덕적인 관점과 민족적 시각이 얽혀 있기때문에 객관적 학문으로서 접근하기 꺼려지는게 사실입니다.
보통 근대 침략시기에 행해졌전 협력의 문제는 도덕적인 잣대가 엄격하게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은 엄격한 도덕적 이데올로기 위해 유지되고 성립되온 체제이기에
그런 가치관으로 처리하기 쉬웠고 여기에 민족이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 까지 더해지면서 극단적인 모습으로 진전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티모시 브룩이 쓴 이 <근대 중국의 친일합작>은 이런 도덕적 민족적 잣대를 한쪽으로 놔두고 비교적 객관적으로 축적된
자료를 통해 분석하자고 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단순히 한간(漢奸)이라는 도덕적 잣대로 치부된 패배자로 규정지을것이 아니라
그들의 협력의 이유와 원인 그리고 협력기간동안의 체제유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죠
이 이야기를 하면서 저자는 비시 프랑스의 이야기를 언급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실정엔 직접적으로 대응하기 어렵지만(저자가 직접 언급)
중일전쟁 기간동안의 중국 내부 협력은 비시 프랑스와 매우 유사한 형태로 볼 수 있기에 비교하기엔 적절하가도 볼 수 있죠
그동안 한국 일반의 비시 프랑스는 친독 괴뢰정부라는 이미지로 대표적인 반면교사의 예로만 알려져 있었습니다.
1차대전의 영웅 페텡이 하루아침에 몰락해 오랜 영어의 생활을 한것도 이 비시 프랑스 정부의 수반이 되었던 것이고
임시 정부를 세우고 금의환향한 드골이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었죠
친독괴뢰 라는 비시 프랑스의 모습은 절반 정도만 맞는 이야깁니다.
이 정부가 세워진건 오히려 전쟁직후 파리가 합락되자 급격하게 와해된 공화국 내각을 대신해
국민들의 요구로 임시정부 형태로 성립된게 시작이었습니다. 엄연히 외부의 요인이 있다곤 하지만 내부적 요구에 따라 성립된
합법적인 정부였던 것이죠. 하지만 42년 이후 전황이 어려워 지면서 독일정부가 강력하게 내정에 간섭하고 대서양 방벽을 쌓기 시작하면서
급격하게 내부징발을 하기 시작하자 지지를 잃고 런던에 기반을 둔 프랑스 임시정부에 정당성을 넘겨 주게 됩니다.
이런 역사적 사실위에 패전으로 인해 정치적 주체가 바뀌면서 제5공화국을 세우기 위한 드골의 정치적 목적으로
비시 프랑스는 사형선고를 받고 친독 괴뢰정부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죠
이렇게 부정되고 지워진 역사에 대해 이야기 하는 책이 있습니다.
<비시 프랑스, 잃어버린 역사는 없다> 라는 제목으로 얼마전 출간된 책으로
<누구를 위한 협력인가 - 비시 프랑스와 민족혁명>이란 책의 연장선상에서 연구를 확장해 낸 책이죠
좀 처럼 보기 힘든 비시 프랑스의 성립과 역사에 대해 설명하는 책으로 단순히 이 시기가 단절로 끝내 버릴 수 없는 역사이자
지금 현재 프랑스 체제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내용을 이야기 합니다.
드골의 재역사화 작업으로 인해 부정당한 비시 프랑스가 지금은 프랑스 현대사의 한 부분이자 현재 정부에서 책임 져야할 역사로
인정되고 있으며(비시 프랑스 시기 유대인 학살문제) 어떻게 재각인 되고 있는지에 대해 서술합니다.
히틀러를 겪은 전후 독일 체제에서 그 시기는 지워야 하는 역사 였습니다.
그런 연구의 작업이 히틀러 개인과 그가 이끈 집단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것으로 예외적인 현상으로서 독일
그리고 그런 열광적 대중을 이끌게 만들었던 주변 환경이라는 시각을 만듭니다.
일종의 분리된 이중관념으로 최대한 독일 전체의 국민 책임을 덜 지우려고 하는 노력이었죠
하지만 <아주 평범한 사람들 - 101 경찰 예비대대와 유대인 학살> 이 책에선 적극적인 나치주의자들이 아닌
평범한 이력을 가진 후방 예비군 부대의 유대인 학살을 다루면서 이런식의 이중적인 시선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조직적인 상부의 지시로 동원된 학살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유대인 문제를 점령 지역의 치안을 담당하는 지역 예비부대가 벌인 모습을 통해
비 나치당원들의 일상적인 학살의 모습을 통해 순결한 독일인이라는 이미지를 걷어버리고 순응하는 협력자이자
그런 체제내에서 일상화 되버린 문제들을 이야기 함으로서 기존의 정치적인 역사 작업에 큰 균열을 낸 이야기를 합니다.
처음엔 도덕적인 문제로 피했던 그들이 시간에 따라 무뎌지면서 일상적인 일로 순응하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어느선까지 과연 동원이고 강압이라는 개념이 모호해지며 기계적인 근대체제의 모습과
비정상적인 모습을 강조했던 기존의 논의들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깨닫게 합니다.
이런 동원되고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웠던 또 하나의 집단이 바로 독일 국방군 인데 나치에 점령된 정치 장교들의 일방적 책임으론으로
몰아 붙이면서 숙군작업을 했고 결국 순결한 상태로 돌아 온 재창단된 국방군 신화가 만들어 지게 됩니다.
이런 독일군의 정치적 작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책이 <독일 국방군>으로 또 다른 순결한 이중시선을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한국 만큼 협력에 민감한 나라가 또 없습니다.
최근 시끄러운 역사문제에도 협력이라는 문제가 껴 있습니다.
친일로 통칭되는 일제시대의 협력자들의 청산 문제, 북쪽의 지령을 받고 온 통칭 종북이라고 불리는 (만들어진)협력의 존재까지
대부분 부정적인것들 뿐이죠
근대사 책에 항상 기록되는 20~30년대 실력 양성운동을 했던 사람들 대부분 친일이라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현재 남아있습니다.
이 양성운동의 일환으로 전국적인 운동으로 번진 조선물산 장려 운동으로 혜택을 입은 경성방직의 김성수나
적극적인 실력양성론자로 결국 자치론으로 확장되어 태평양전쟁 동원 연설을 한 윤치호 같은 인물이 대표적인데
이 실력양성론은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로 서북파의 수장인 안창호도 적극적으로 주창했던 내용이었죠
다만 달랐던것은 전자는 문화정책으로 인해 유순한 통치를 실시한 총독부에 적극적으로 협력을 했던 사람이었고
안창호는 이런 토대를 발판으로 독립이라는 궁극적인 명제를 이루려 했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 실력양성론이 매우 모호한 모습을 띤건 사실이기도 합니다. 모호한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데올로기 처럼 사용한 측면이 컸죠
이런 내부 협력의 원조격 인물이 이완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라를 팔아먹은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기도 하지만 이 사람은 정책적으로는 실용론자고 정치적으로는 군왕주의자 였습니다.
서구의 합리성이라는 개념을 잘 알고 있었고 근대화가 이런 합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산업화라는 것도 어느정도 알고 있던 인물이죠
하지만 그가 선택한 왕실을 보호하면서 실력을 양성한다라는 목적하에 이룬 협력은 결국 조선이라는 국가가 없어지는 결과를 낳았고
근대 민족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생긴 3.1운동 이후에는 나라팔아먹은 친일파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인물이 되어 버렸죠
<이완용 평전 - 극단의 시대, 합리성에 포획된 근대적 인간> 이 책에서 이런 이완용의 모습을 잘 담고 있습니다.
그 동안 부정적인 이완용만 봐왔다면 한번 그 시대의 살았던 정치가이자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한 사람의 모습으로서 이완용을
보는게 어떨까 하네요. 무조건 부정도 긍정도 아닌 또 다른 판단의 준거를 마련해볼 만한 내용을 담고 있으니 보는것도 나쁘지 않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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