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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남 선수는 1972년 독일 하이델베르그장애인올림픽대회 탁구 휠체어부문(TT1)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었다.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통틀어 그가 첫번째다. 이제는 흑백사진으로 기억되는 그 영광의 순간들을 송신남 선수를 만나 다시 들어 보았다.

"비장애인 양정모 선수보다 먼저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기뻐서 눈물이 나고 감동스러웠죠. 대통령이 축전을 보냈고, 김포공항에 도착하니 카퍼레이드가 준비돼 있었습니다. 그 후 방송사에 출연하기 위해 보훈병원 앰뷸런스를 자가용 삼아 다녔는데, 겨우 일정을 마칠 정도로 바빴습니다.”

송신남 선수의 운명을 바꾼 것은 총알 한 발이었다. 베트남에 통신병으로 파병되었다가 1966년 성대에 총상을 입었는데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은 물론 말을 제대로 하기도 어려운 중상이었다. 게다가 주변에서 정확한 병명을 말해주지 않아 병상에서 2~3년을 보냈다. 해부를 해도 좋으니 왜 못 걷는지 알려달라고 사정했지만 누구하나 시원하게 대답해 주지 않았다고. 그 후 척추가 손상돼 다시는 걸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죽을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먼저 다친 선배들이 외국에서 메달을 따오고 지프차로 카퍼레이드 하는 걸 보고 결심했죠, 운동을 해야겠다고. 선수가 되거나 메달을 딸 생각은 전혀 없었고 그저 재활치료의 일환이었습니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자살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지고 연애도 하고 결혼도 했습니다.”

재활목적으로 탁구를 시작했지만 키 186cm의 20대 건장한 청년은 그 기량이 날로 발전했다. 한 번의 고배를 마시고 71년에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그 후에는 의사가 말릴 정도로 운동에 전념했다고 한다. 날마다 비장애인 국가대표 선수에게 새벽 4시에 코치를 받고, 기술을 익히는 고된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 결과 송신남 선수는 우리나라 최초로 장애인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고, 그동안 1등을 도맡아하던 유럽권 선수들을 긴장시켰다.

“제가 나오면 유럽권 선수들은 2등을 목표로 경기한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죠. 우리나라에 비디오카메라가 귀하던 시절, 외국선수들은 내 약점을 찾기 위해 일부러 찾아와 경기 장면을 녹화를 해 갈 정도였습니다.”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운동에 매달렸다고 한다. 그에게 운동은 경기에 대한 승부욕이기도 했고, 삶에 대한 승부욕이기도 했다.

탁구 선수로 활동하던 시절, 시합 때문에 자주 영국에 갔었는데 그 때 잔디에서 흰 옷을 입고 경기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고 한다. 송신남 선수는 그 후에 그것이 ‘론볼’이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자신이 론볼 선수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한다. 탁구선수에서 론볼 선수로 전환한 것은 88년도 서울올림픽 때였다.

“론볼은 영국 왕실에서 하던 운동으로 유럽권에서는 매우 인기 있는 종목입니다. 서울올림픽이 개최될 때까지 우리나라에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던 종목이죠. 올림픽이라는 큰 국제대회를 앞두고 있는데 유럽권 인기종목인 론볼 선수가 없자 급하게 선수단을 꾸리게 됐습니다. 새로 도입하는 스포츠인데 선수가 있었겠습니까? 재활원을 돌며 선수를 구했죠. 그 당시 론볼과 펜싱이 선수단을 꾸리기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저를 포함한 론볼 선수단이 결국 4등을 해 아쉬움이 많이 남죠.”

송신남 선수는 현재 서울시론볼감독을 맡고 있고 대한장애인론볼연맹 감사, 기술위원, 심판 등을 겸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도입될 당시 론볼은 생소한 운동이었지만, 체력운동으로 그만이라고 자랑한다. 탁구로 금메달을 딴 것 만큼 론볼을 보급한 것이 보람된다고. 지금까지 론볼 선수로 등록한 사람이 500여 명 이상이니 보급에 성공한 종목이다.

“한국에서는 론볼이 실버생활체육으로 보급돼 즐기는 연령층이 높은 편입니다. 이제 선수가 아닌 감독이나 심판으로 선수들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론볼은 그 규칙이 까다로워 심판의 역할이 중요한 종목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도 심판으로 제 역할을 다 할 생각입니다.”

송신남 선수가 메달을 따던 그 시절에는 연금 등 혜택이 없어 사실 금메달이 별 의미는 없었다고 한다. 겨우 쌀 한가마니 가치를 지닌 메달들은 놀러온 친구들에게 기념으로 주었고 이제 갖고 있는 메달이 몇 개 없다고 한다.

그만큼 장애인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복지제도가 갖춰지지 않았던 ‘그 시절’을 개척했던 송신남 선수. 당시 그는 오직 자신의 실력과 함께 기뻐해주던 국민들의 성원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한다. 지금처럼 연금 혜택이 있었다면 조금 더 기뻤을까.

“이제 세계무대에서도 우리 선수들의 신체조건이나 실력이 뒤지지 않습니다. 정부의 연금 혜택 등이 있으니 열심히 해 메달의 영광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젊은 선수들은 가능하면 장애인올림픽에 채택된 종목을 선택해 엘리트 선수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개인의 재활치료에서 벗어나 국가대표가 되십시오.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습니다.”

당시의 기쁨을 잊지 못하는 그는 젊은 선수들을 보면 자식처럼 마냥 반갑고 마냥 예쁘단다. 이 후배 선수들이 베이징장애인올림픽에서 선전하는 것을 운동장에서 지켜보고 싶다고. 그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기대하는 금메달 소식이 먼 이국땅에서 들려오길 송신남 선수는 기대하고 있다



양정모 선수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