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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진 감독의 <집으로 가는 길>은 프랑스에서 마약운반범으로 몰려 2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장미정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 대한 저의 평가는 장점과 단점이 반반 씩입니다. 장점은 우선, 예상대로 전도연의 연기가 아주 좋습니다. 영화 전반의 장면과 감옥살이를 할 때의 후반부를 비교해보면, 전도연은 얼굴에 주름이 생길만큼 체중을 감소 시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법정 장면에서 전도연의 얼굴을 잡을 때, 칸영화제 여우가 아니라 영락없이 고생으로 한없이 위축된 여인입니다. 아마 평소에 보톡스나 성형 수술로 미모를 선택했다면, 얼굴 근육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연기를 할 수 없었을 겁니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이모개의 촬영과 김선민의 편집이 아주 훌륭합니다. 영화 시작부터 짧은 쇼트로 이어지는 촬영과 편집은 배우의 동선을 잘 따라가며 프랑스와 한국의 상황을 평행편집으로 잘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나쁜 점은 너무 뻔한 복선, 예를 들면 영화 도입부에 거미를 보고 전도연이 '길을 잘못 들어섰네' 운운하며 자신의 처지를 암시하는 장면, 아이가 그림으로 그리는 행복한 우리집 그림 같은 것들이 거슬립니다. 감옥 신은 <빠삐옹>이나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를 떠오르게 하며 감옥 소장의 동성애 에피소드도 지나치게 상투적입니다. 그 보다 더 나쁜 것은 지나치게 남발되는 청승 맞은 영화 음악입니다. 귀에 상당히 거슬리더군요.
사건의 국면을 전환시키는 것도 '미국은 핵폭탄이 있지만 우리는 네티즌이 있다' 식의 방법입니다. 그렇게 안 풀리던 문제가 네티즌의 댓글로 쉽게 풀려버려 허무하기까지 합니다. 실제 사건이 그렇게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영화에서 갈등을 푸는 방법에서는 그렇게 안일하게 처리해서는 안 될 문제입니다. 무엇보다도 영화 후반부가 지루합니다. 제 생각에 이 영화는 공항에서 시작했기에 공항에서 끝맺는게 적절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뒤의 요소들은 다 군더더기 일 뿐입니다.

하지만 영화 외적으로 고무적인게 있습니다. 이 영화는 지금 같이 상영되고 있는 <변호인>과 무척 닮았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점, 우리 나라 최고의 남녀 배우가 각각 영화를 이끌고 가는 점, 두 영화 모두 법정 장면이 있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은 <변호인>, <집으로 가는 길> 모두 '국가'라는 추상적 실체에 대한 정의를 시도 하려는 노력이 보인다는 점입니다.
<변호인>에서 송우석 변호사는 국민이 국가라고 열변을 토합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는 주인공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가 무슨 소용이 있냐고 묻습니다. 
     
작년에 만들어진 <광해>가 정치가가 갖추어야 할 자세를 묻는 것이었다면 앞의 두 영화는 '국가'에 대한 정의를 일깨우는 영화입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느냐구요? 영화는 자본의 논리입니다. 이런 이야기에 제작자들이 투자를 할만큼 돈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관객이 이런 영화를 찾고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관객이 똑똑해지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변호인>과 함께 비교해 볼만한 영화입니다. 우리 영화계에 일고 있는 이런 변화를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라는 의미에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