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삐꾸와 알짜, 그리고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 작성일
- 14-01-12 12:09
작년에 L모 영화평론가랑 술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좀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이 분은 일본 최고의 지성 하스미 시게히코랑 친구를 먹고 고인이 된 장 마리 슈트라우프 감독과도 교류가 있었더군요. 한마디로 국내에서 보다 국외에서 더 알아주는 평론가인데 이야기 중에 이런 말이 나왔어요.
'난 처음에 마틴 스콜시즈가 대단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삐꾸더라, 진짜 알짜는 스티븐 스필버그더라구. 최근 영화들 봐! 그냥 죽여주잖아~'
이 동네 표현으로는 삐꾸는 한마디로 야메, 그럴 듯 해보이지만 접시를 돌리는 타짜를 말합니다. 최고의 심미안 중에 한 분이 그렇게 말을 하니 정면에서 반박은 안했지만 한편으로는 '뭘 그렇게까지~' 하고 속으로 생각했죠, 그래도 스콜시즈 아닙니까?
어제 스콜시즈의 신작 <더 울프 오브 월스크리트>를 봤습니다. 세 시간이 되는 러닝타임이 끝났을 때. L 평론가의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마티는 진짜 삐꾸구나!' 아마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영화 자체로만 보면 대단하죠. 배우들의 열연, 정교한 카메라 움직임, 텔마 스쿤메이커의 최고의 편집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가가 보여주는 단순함의 매력이 없습니다. 저는 위대한 예술일수록 단순하다고 생각합니다. 추사의 <세한도>에서 소박한 그 선의 맛이 제 맛이듯 서양 미술사를 봐도 좋은 작품일수록 간결한 표현의 멋이 있습니다. 영화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로베르 브레송의 후기 작품들을 보면 아무런 치장이 없습니다. 그냥 인물을 텅빈 벽에다 세워놓고 바로 찍은 것이 대부분입니다. 잉마르 베리만은 끝까지 4대 3의 화면 비율로 연극처럼 찍었습니다. <화니와 알렉산더>가 예외라면 예외적으로 좀 화려합니다. 하지만 그 뒤의 <리허설 뒤에>, <사라방드>는 소박한 실내극에 불과합니다.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하나인 존 포드의 영화를 봐도 그렇습니다. 최소의 표현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내는 것이 존 포드 영화의 매력입니다.
오직 마틴 스콜시즈만이 그렇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카메라 앵글을 변형시키고 정신없이 숏과 숏을 붙이며 사운드를 요란하게 구사합니다. 젊은 감독이라면 그런 치기어린 점을 감싸줄 수 있지만, 대가가 아직도 저 짓을 하니 주책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스콜시즈의 영화는 언제부터인가 도시의 불빛같은 느낌이 듭니다. 화려한 불빛이지만 네온사인처럼 온기가 없다는 거죠.
스콜시즈가 좋아하는 주제가 있습니다. 성공의 정점을 찍었던 인물들이 몰락해 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좋은 친구들>, <애비에이터> 같은 작품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영화들은 영화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 변하지 않는 어떤 속성을 보여주면서 적당하게 가슴을 뭉클거리게 해줍니다. 관객들은 영화관을 나오면서 (대부분 마초인) 스콜시즈의 주인공에게 깊은 감정이입을 하게되죠.
스콜시즈는 그런 주제를 과잉의 서사와 테크닉으로 영화로 만듭니다. 항상 과잉, 과잉, 과잉입니다. 아시다시피 <더 울프 오드 월스트리트>는 페니 주식으로 사기를 쳐서 엄청난 부를 과시하다 몰락하는 조던 벨포트의 실화를 영화화 한 작품입니다. 조던은 스콜시즈가 좋아하는 과잉형 성공과 몰락의 캐릭터입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다룰려는 인물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영화를 그렇게까지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대형 요트가 풍랑에 휘말리는 씬이 필요했을까요? 최고급 스포츠카를 부시는 장면이 왜 필요할까요? 그 많은 여배우들을 발가벗겨서 집단 섹스씬을 만들 필요는요? 조던의 아버지 매드맥스가 왜 필요할까요? 스콜시즈는 일부러 회상 장면까지 넣어가며 엄청난 과소비를 합니다(그냥 말로 차가 부숴졌다. 헬리콥터가 불시착 할 뻔했다. 요트가 풍랑을 만났다 등을 일일이 다 보여줍니다).부수고 벗기고 인물을 망가 뜨립니다.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조던의 삶을 마틴 스콜시즈가 대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이 영화를 보고난 많은 사람들이 돈과 섹스와 마약에 중독된 조던의 삶을 선망할 것입니다. 스콜시즈는 막대한 자본으로 여자를 발가벗기며 명품으로 화면을 도배하고 현락한 테크닉으로 우리를 중독되도록 만듭니다. 그러다보면 이 영화의 진정한 주제가 뭔지가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스콜시즈는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 같은 걸작을 만들고 싶어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냥 <플레이보이>나 <펜트하우스>와 같은 잡지의 천박함으로 넘칩니다. 왠지 그가 삐꾸라는 느낌이 든 것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난 처음에 마틴 스콜시즈가 대단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삐꾸더라, 진짜 알짜는 스티븐 스필버그더라구. 최근 영화들 봐! 그냥 죽여주잖아~'
이 동네 표현으로는 삐꾸는 한마디로 야메, 그럴 듯 해보이지만 접시를 돌리는 타짜를 말합니다. 최고의 심미안 중에 한 분이 그렇게 말을 하니 정면에서 반박은 안했지만 한편으로는 '뭘 그렇게까지~' 하고 속으로 생각했죠, 그래도 스콜시즈 아닙니까?
어제 스콜시즈의 신작 <더 울프 오브 월스크리트>를 봤습니다. 세 시간이 되는 러닝타임이 끝났을 때. L 평론가의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마티는 진짜 삐꾸구나!' 아마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영화 자체로만 보면 대단하죠. 배우들의 열연, 정교한 카메라 움직임, 텔마 스쿤메이커의 최고의 편집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가가 보여주는 단순함의 매력이 없습니다. 저는 위대한 예술일수록 단순하다고 생각합니다. 추사의 <세한도>에서 소박한 그 선의 맛이 제 맛이듯 서양 미술사를 봐도 좋은 작품일수록 간결한 표현의 멋이 있습니다. 영화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로베르 브레송의 후기 작품들을 보면 아무런 치장이 없습니다. 그냥 인물을 텅빈 벽에다 세워놓고 바로 찍은 것이 대부분입니다. 잉마르 베리만은 끝까지 4대 3의 화면 비율로 연극처럼 찍었습니다. <화니와 알렉산더>가 예외라면 예외적으로 좀 화려합니다. 하지만 그 뒤의 <리허설 뒤에>, <사라방드>는 소박한 실내극에 불과합니다.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하나인 존 포드의 영화를 봐도 그렇습니다. 최소의 표현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내는 것이 존 포드 영화의 매력입니다.
오직 마틴 스콜시즈만이 그렇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카메라 앵글을 변형시키고 정신없이 숏과 숏을 붙이며 사운드를 요란하게 구사합니다. 젊은 감독이라면 그런 치기어린 점을 감싸줄 수 있지만, 대가가 아직도 저 짓을 하니 주책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스콜시즈의 영화는 언제부터인가 도시의 불빛같은 느낌이 듭니다. 화려한 불빛이지만 네온사인처럼 온기가 없다는 거죠.
스콜시즈가 좋아하는 주제가 있습니다. 성공의 정점을 찍었던 인물들이 몰락해 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좋은 친구들>, <애비에이터> 같은 작품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영화들은 영화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 변하지 않는 어떤 속성을 보여주면서 적당하게 가슴을 뭉클거리게 해줍니다. 관객들은 영화관을 나오면서 (대부분 마초인) 스콜시즈의 주인공에게 깊은 감정이입을 하게되죠.
스콜시즈는 그런 주제를 과잉의 서사와 테크닉으로 영화로 만듭니다. 항상 과잉, 과잉, 과잉입니다. 아시다시피 <더 울프 오드 월스트리트>는 페니 주식으로 사기를 쳐서 엄청난 부를 과시하다 몰락하는 조던 벨포트의 실화를 영화화 한 작품입니다. 조던은 스콜시즈가 좋아하는 과잉형 성공과 몰락의 캐릭터입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다룰려는 인물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영화를 그렇게까지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대형 요트가 풍랑에 휘말리는 씬이 필요했을까요? 최고급 스포츠카를 부시는 장면이 왜 필요할까요? 그 많은 여배우들을 발가벗겨서 집단 섹스씬을 만들 필요는요? 조던의 아버지 매드맥스가 왜 필요할까요? 스콜시즈는 일부러 회상 장면까지 넣어가며 엄청난 과소비를 합니다(그냥 말로 차가 부숴졌다. 헬리콥터가 불시착 할 뻔했다. 요트가 풍랑을 만났다 등을 일일이 다 보여줍니다).부수고 벗기고 인물을 망가 뜨립니다.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조던의 삶을 마틴 스콜시즈가 대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이 영화를 보고난 많은 사람들이 돈과 섹스와 마약에 중독된 조던의 삶을 선망할 것입니다. 스콜시즈는 막대한 자본으로 여자를 발가벗기며 명품으로 화면을 도배하고 현락한 테크닉으로 우리를 중독되도록 만듭니다. 그러다보면 이 영화의 진정한 주제가 뭔지가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스콜시즈는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 같은 걸작을 만들고 싶어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냥 <플레이보이>나 <펜트하우스>와 같은 잡지의 천박함으로 넘칩니다. 왠지 그가 삐꾸라는 느낌이 든 것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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