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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지적 허영이 초래한 비극(1)

지난 1월 21일 박근혜 대통령이 다보스 포럼 개막 기조연설을 했습니다.
각 국 정상들이 다 자기나라 말로 연설했는데, 박 대통령은 미국 방문 때처럼 또 영어연설을 했습니다.
영어를 2~3단어씩 끊어서 또박이는 영어연설이다 보니 원래 주어진 15분을 넘겨 23분을 초과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박 대통령의 영어 실력 감상하느라 8분이나 더 시간을 허비한 것은 그렇다고 칩시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연설이 끝나고 세계경제포럼 클라우스 슈밥 회장과 일문일답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슈밥 회장의 영어 질문을 알아듣지 못한 것입니다.
영어를 못하면 동시통역기를 귀에 꽂고 그 질문을 이해한 다음 답을 해야 하는데, 이왕 영어로 폼을 잡았으니 그러지 못한 것입니다.
슈밥 회장의 질문은 “북한 핵무기가 한국에 대한 투자에 걸림돌이지 않은가?”였습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한국어 답변은 "(내가) 통일은 대박이다 이런 표현을 썼었는데, 통일이 되면 북한 지역에 대대적인 SOC을 중심으로 한 투자가 일어나게 될 것이고, 주변국들도 큰 성장을 기대할 수가 있다."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무슨 질문을 받은 건지 모르고 있음이 분명했는데, 아마 사전에 약속된 다른 질문일 거라고 생각하고 미리 준비된 답변을 한국어로 말해버린 것 아닌지, 의심이 갑니다
여기서 박 대통령이 실제로는 영어 일문일답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하긴 한국어로도 불가능하다는 걸 감안한다면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서 박 대통령이 부리는 지식의 허영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어쩌면 영어 실력이 자신의 격을 높인다고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허영이 그대로 압축된 것처럼 보입니다.
연출하려거든 제대로 하던지요. 박 대통령, 이제 그 영어 연설은 그만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주 창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