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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앞서 철학자 강신주를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자 합니다. 강신주는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대로 상당히 열심히 노력했고, 이를 토대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는 인문학과 철학의 저변을 넓히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이 사회에 있는한 사람으로써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의 발언들은 철학자로서는 할 만한 말이지만,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충분히 비판 받을 만한 말입니다. 예를 들자면, 냉장고 발언 같은 건 냉장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생활 양식의 변화와 그에 따른 인류의 발전을 도외시한 발언이었습니다. 또 케이블카가 설치된 설악산을 '창녀'에 비유한 적도 있고, 종종 남성에게 있어 여성은 창녀 아니면 어머니 밖에 없다는 라캉의 말을 자주 인용하는데, 아주 특수하게 사용되어야 할 비유를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고 많이 의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중앙일보 칼럼에서는 노숙자를 자존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노숙자의 자존심이 없다고 표현한 것을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일단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감수성과 상식이 부족하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먼저 사회적인 약자를 굉장히 단편적인 관점에서 일반화해서 표현했습니다. 추상화라는 것은 수많은 구체적 사실들 중 일반적 원칙을 끄집어 내어 말하는 것이고, 이런 추상화가 잘 이뤄져야 좋은 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강신주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사물의 일면을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해 추상화하여 일반화하였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강신주는 평소 자신에 대한 사랑 혹은 타인과의 교감과 같은 인간적 정서가 담기지 않은 식사를 "사료"라고 표현합니다. 마찬가지로 노숙자도 자기애 혹은 자존심이 부족해 그 일반적으로 인간이 누려야 할 조건들을 만들어내기에 소홀히 했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이런 표현은 자존심이 부족한 어떤 누군가에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충격적인 얘기지만, 노숙자를 말 그대로 두 번 죽이는 일이 됩니다. 실제 노숙자들이 자존심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알아보지도 않아 근거도 부족하거니와, 이 얘기를 듣는 노숙자 입장에서는 졸지에 자존심도 없는 인간 이하의 존재로 전락해 버립니다. 실제 노숙자들은 자존심이 더 강하다는 연구도 있고, 사회 구조적 문제로 길거리로 나가게 되는 것이 더 많은데도 말입니다.

강신주는 누군가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 공개된 장소에서 사회적 약자를 뭉개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를 한 것입니다.

사료 논쟁도 비슷한 맥락에서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삶은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정말 천차만별로 다릅니다. 밥 먹는 시간을 아껴 자신에게 소중한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철학자의 언어로 철학자들 사이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은 하나의 은유 혹은 약속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기 자신의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학문적 전통에서 하루하루를 사는 수많은 대중들에게 말을 할 때는 훨씬 더 일반적이고 더 적절한 비유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자연과학을 전공했는데, 제 친구들끼라 주고 받는 말을 사회적으로 내뱉으면 '너드'라고 놀림받고, 괴짜 취급 받습니다. 오죽하면 빅뱅이론이라는 드라마까지 나왔겠습니까?

어머니 창녀 비유, 라깡의 철학 안에서 정말 유용하고 좋은 비유고 명제일 겁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는 공공장소에서 그런 말 쉽게 하면 안 됩니다.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약속이고, 일반적 사회적 관념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라깡은 이렇게 말했다"라고 말하고 시작하지만, 그건 철학자들 사이 혹은 라깡을 상호 이해하는 사람끼리 사용하는 겁니다.

거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매스미디어에 나가서, 계속 그렇게 말할 것이라면 비판은 계속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