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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는 벤쿠버 올림픽 이후에 사실 은퇴를 준비했습니다. 이제 일반인으로 돌아가서 그동안 연습 때문에 못다한 생활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팬들 누구나 '김연아 선수가 행복한 스케이터로 남았으면 합니다'라고 말은 합니다. 하지만 그게 진심이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김연아 개인의 행복'보다 '팬들의 행복'을 위해 다시 복귀를 원했습니다. 어쩌면 '행복한 스케이터'라는 말에서 '행복'보다 '스케이터'에 방점을 더 찍고 싶었던게 팬들의 심정이었을지 모릅니다. 사실 저도 그랬구요. 

연아는 망설였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개인의 행복을 잠시 미루고 복귀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피겨 불모지인 이 땅에 자신이 꽃 피운 피겨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어린 후배들에게 올림픽 경험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게 아름다운 퇴장이라고 생각한거죠. 김연아 선수 주변에서는 많은 정보가 오고 갔을 겁니다. 어쩌면 올림픽 참가 전에 연아가 금메달을 딸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피겨계에서는  구러시아 심판진들의 커넥션은 공공연한 것이었거던요. 많은 사람들이 소냐 헤니, 카타리나 비트 이후 세번 째 연패의 신화를 기록할 선수로 김연아를 거론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어요. 소치가 해피 엔딩의 퇴임식이 아닐거라는 걸 말입니다. 사람들이 연패의 신화를 이야기할 때 연아는 그런 거에는 관심이 없다라고 말해왔던거죠. 어떠면 아름답지 못할 수도 있는 은퇴식이 될 소치 올림픽에 연아가 참가한 이유는 단 하나, 그녀가 그토록 사랑한 피겨가 그녀의 은퇴 후 대한민국에서 시들해질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연아는 금메달이 아니라 꿈나무가 더 필요했습니다.


나쁜 일은 결국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아시다시피 더러운 판정으로 연아는 메달을 따지 못했습니다. 저는 김연아 선수가 은메달을 딴게 더 좋습니다. 더러운 판정으로 금메달 못 딴거 누구보다 아쉬운게 접니다. 영화보고도 잘 안우는 제가 연아 경기후에 이불 속에서 엉엉 울었답니다.

하지만 은메달 이후에 김연아 선수의 인터뷰를 보면서, 연아 선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요. 말 한마디 한마디를 아끼고 자제하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다들 보셨을 겁니다. 그녀는 심판 판정에 대해 단 한마디의 불만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금메달은 필요한 사람이 가져갔을 것이다.', '벤쿠버 금메달, 소치 은메달의 선수가 아닌 그냥 저런 선수가 있었다라는 것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인터뷰에서 눈물을 쏟을 때, '눈물을 흘리면 판정 때문에 운다고 오해할 것 같아서 말하는데 홀가분한 마음 때문에 운다' 라고 했어요. 아마 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면, 이런 모습들을 우리가 알 수 없었을거예요.

김연아는 훌륭한 선수이기 전에, 훌륭한 인간입니다. 우리가 김연아 선수를 정말 사랑한다면, 판정으로 오염된 피겨 스케이팅에 더 관심을 가지고 사랑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제 그녀를 놓아줘야 합니다. 앞으로 행복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야 합니다. 그게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준 위대한 스케이터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