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자의 말을 들을수는 없지만 글 밖에 볼 수 없는 입장에서는 글이 길어지는 불행이 나에겐 행운이 된다는게 기쁘면서도 미안하고 뭐 그렇군요. 쯥~
앙겔루스노부스14-03-03 01:37
219.♡.♡.57
산문파이려나? 생각했는데 운문파셨군요. 요즘들어 자신있게 떠든게 나중에 뒤집히는 경우가 많은데, 보는 눈이 짧음을 반성하게 되면서도... 요령이라면 요령인게 잘못 떠들었더라도 그게 치명타가 되는 경우는 없어졌어요. 요행일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이제는 어느정도 다 계산하고 글을 쓰게 되니까... 오즈 야스지로나 왕가위처럼 거장은 아니지만 그들이 고등방정식을 푼다면 나는 사칙연산쯤은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산수란걸 하고 세상살 수 있게 되면서, 틀려놓고도 그래도 산수는 했으니까, 하면서 그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건, 산수를 하게 된데 대한 자신감이 반, 틀렸을 때 부끄러워할 줄 모르게 된 몰염치해졌음이 반이랄까나요... 어찌보면 애초에, 이렇게 치부를 갖고 농담따먹기를 하고 있는 자체가 타락, 혹은 타락의 발전, 그 너머의 발전이라면 발전일지도~ 맞으면 혜안이 더해지는거지만, 틀려도 이야깃거리는 던졌다고 하는 자학개그랄 수도 있을테니까요~
앙겔루스노부스14-03-03 01:40
219.♡.♡.57
밤은 길고 할 이야기는 긴데, 끝까지 할 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인상깊게 읽은 시 하나 올려드리고 이야기 이어가 볼까요. 한겨레에 정희진이라는 글쟁이가 글을 올리는데, 이 양반 글에서 요즘 많이 배웁니다. 이건 아닌데 싶은 생각이야 없는건 아니지만 덜건 덜고 취할건 취하면 되는 법... 그 양반이 눈물겹게 바라보던 어느 벗의 시라고 합디다.
벼랑에서 만나자
부디 그 곳에서 웃어주고 악수도 벼랑에서 목숨처럼 해 다오
그러면 나는 노루피를 짜서 네 입에 부어줄까 한다
아, 기적같이
부르고 다니는 발길 속으로
지금은 비가...
조은
앙겔루스노부스14-03-03 02:08
219.♡.♡.57
경험이 짧습니다 저는. 경험이란 것이 무엇이냐고 할 때 여러 이야기가 가능하겠지만 그 본질은
"다른 이의 삶 속으로 들어가보는 것"
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왜냐면 나는 경험이 부족한데, 내 인생에서 무엇이 부족하냐면 저것이 부족하거든요.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인지야 모르겠습니다만서도~
전에 이 이야기를 했던가, 기억이 아득한데... 뭐, 아득하다, 라는 표현을 쓸 만큼 님과의 인연이 이어지고 있음을 기뻐한다면야 대책없는 낙천가의 꼬라지일지야 모르겠습니다만서도~ 저는 그 낙천성은 아무래도 평생 갈 거 같습니다. 뭐, 그거에 많이 신세지고 있기도 하고.
각설하고, 전에 이 이야기를 했던가 기억이 아득한게 제가 님을 선망했던 이유 중 하나는 님의 글을 보는 순간, 이게 벌써 5년은 된거 같군요, 그 순간 이 사람은 사람사이에서 살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어요. 이것도 틀리면 내 돈 모두하고 내 손모가지를 잘라야 하나는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다고 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외모지상주의자임을 항상 단호히! 단언하고 다니는데, 제가 만나본 아름다운 이들은 내가 뭐 그리 외모가 좋은거냐, 라고들 이야기들을 하더라구요. 뭐랄까... 사람이 피해갈 수 없는 굴레중 하나는
"지금 이 곳에 존재하는 나에서 출발한다는 것"
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무언가를 얼마를 갖고 있던간에, 내가 무엇도 단 하나도 갖고 있지 않던간에 출발점은 결국 나... 그래서 내가 보기에 내가 가진건 가진게 아니지만... 그를 바라보는 다른 이들에게 그건 내가 갖지 못한 것이곤 하죠. 그러다보니, 많은것을 가진 사람, 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도 그들이 가진 것이 없다고 "진지하게" 생각하더군요. 이 이야기 또한 전에 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결국 제 경험의 부족함은 저의 미욱함, 못남, 거만함, 독선적임, 편협함, 배려없음의 산물이었고 산물이죠. 산물일거고... 는 아니었으면 하긴 한데~ 그런 내가 보기에, 즉 왕따전문가^^인 제가 보기에 아, 이 양반은 수 많은 사람들의 선망을 받으며 살아왔겠구나, 라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밀러나인이란 사람한테 나도 어떻게 좀 해 볼까, 굽신굽신~ 하면서 들이대었던 것이고...
말이 많이 도는데, 할 말은 많으니 시간이 짧아도 어쩔 수 없습니다. 님이 일기를 썼는데 나라고 쓰지 말란 법 있나요? 흥~ 경험이 부족한 내가 보기에 님은 내가 그토록 갈망했지만 결코 가져볼 수 없었던 경험을 많이 가진 사람이라고 보이더라구요. 아, 물론 그것이 선망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수 많은 아픔과 괴로움과 시련들이 수반되었겠죠. 다만, 그래서 말하듯이 나는 바로 그
"아픔과 괴로움과 시련을 얻을 자격이 내게 없었음"
을 한탄하는 것이랄까나요...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에 대한 선망이랄까나...
이 글에서 이 이야기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님이 읊조리는 여러 예술작품들의 목록을 보고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건 뭐랄까... 아직도 나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말은 하지만 왜 그런지는 스스로가 납득할 만한, 맞고 틀리고를 떠나 일단 스스로를 납득하게 할 만한 설명을 아직도 못 찾은 부분인데,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 들을 접하는 데에 저는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아요. 소설, 영화, 연극등 우리가 픽션이라고 말하는 것들을 좀체 보지 않는다는거죠. 소설을 보더라도 역사소설... 가장 인상깊게 읽은건 대망 - 도쿠가와 이에야스인데~
교양이야기를 하면 길어지니 가볍게만 언급하고 정의아닌 정의로 전제아닌 전제를 하고 넘어가자면, 우리 시대에 있어서 교양이라는 것을 어떻게 규정하든 저러한 예술작품에 대한 이해는 빼놓고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 되었단 말이죠. 사실 이건 예술에 있어서만 그런건 아니긴 해요. 정치 이야기를 할 때 유명한 정치가나 사상가의 한 마디를 언급하는 것이 그 발언의 신뢰성과 품위를 높여주듯이, 정서를 이야기할 때 영화의 장면과 소설의 구절을 언급하는 것은 그 정서의 농도를 아득할 만큼 짙게 하는건 분명하죠...
그걸 몰랐던건 아닌거 같은데... 그렇기에 스스로를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왜 창작물을 접하는걸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지 않았는지는... 저번에 구구하게 썼던, 인간에 대한 시선과 굳이 결부시켜 보자면 눈 앞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에 대한 집착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는데...(그러고보니 며칠전에 이야기해놓고도 까먹은...--) 정작 집착은 했으면서도 그들에게의 접근이 허락되지 않았던지라 더더욱 그에 집착을 했는지도 모르겠으되 항상 그렇듯이 집착하면 더 멀어지는게 세상일이곤 하다봉께...
사람이란게 자기하고 다른 존재를 볼 때, 방어본능이 발휘될지, 보상심리가 발동되는지는 경우에 따라 다르곤 한데, 역시 자기보다 윗줄이라고 여겨지는 사람이라면 보상심리가 더 발동할 가능성이 높겠죠.(저도 자신가인지라, 제가 님보다 아랫줄이라 생각지는 않긴 합니다~ 다만 적어도 이 경험의 세계에 있어서는 얼마나 고개를 들어야 님의 끝이 보일지 저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점에서... 수 많은 사람들과의 경험속에서 깊어진 님의 상처, 그러나 그 상처속에서 더더욱 짙어진 님의 사람의 향기에 더하여... 수 많은 작품들과의 경험속에서 더욱 깊어진 님의 회한, 그 회한 속에서 더더욱 짙어진 님의 감성을 보노라면 뭐랄까...
사실 낙천가가 좋은게 이겁니다. 정말 좋은걸 보고 부러워는 하되 참 좋구나~ 하면서 휘적휘적 거리며 하던 꼐임을 마저 하러 갈 수 있게 된다는 거랄까나~ 좋죠. 참 좋아요. 그렇다고 막 부럽거나 그런건 또 아니긴 한데... (아, 근데 낙천가 말이 나오니 또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는...) 하여튼 그런게 느껴진다 그 말이죠.
뭐랄까... 이런 이야기 낯간지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결국 저는 나밖에 모르는 놈입니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주고 내 이야기를 해주길 원해요. 그러나, 그렇다고 양심이 썩은놈은 아니거든요. 내가 그걸 받고 싶다면 내가 그걸 해 줘야한다, 라는 정도의 양심은 있는데... 사실 그런 사람 으외로 없더군요. 사람들은 자기를 참 사랑할 거 같고, 그렇기에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면 참 좋아할 거 같다, 라고 어찌보면 내가 순진해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그 사람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을 하면 그렇게 좋아하지 않더군요.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건 아니라면, 그냥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걸 싫어하는 것일지 모르겠는데... 이 이야기 자체는 몇번 한거 같지만 님은 님에 대해 이야기하는걸 싫어하지 않는거 같아요.(손모가지가 하나 더 필요한가...) 그렇다고 나한테 그렇게 막 관심이 크거나 하여 내 이야기를 해 주는건 아니지만, 그러나 나는 애초에 사람 구경하는걸 좋아하고 구경을 하고 나면 구경한 느낌이 있는것인지라 그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런 이야기를 싫다하지 않아하는 몇 안되는 사람이 님이라 이러는 면이 있달까나요. 물론 애초에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건 당연한거긴 하지만~
아, 그러고 보면 그건 있는거 같군요. 내가 그에 대해 이야기한다는건 결국 그를 바라보고 나서 그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인데... 바로 그 구경당한다는 그게 싫은것이려나요? 그 비슷한 느낌은 많이 느껴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이에 대해 감을 잡은 것 만으로도 오늘의 구구한 이야기는 의미가 있달까나~ 사실 사람은 주체이고 싶어하지 대상이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내가 그를 "대상으로 삼은 것" 이 불편하다고 하면 이해는 가네요. 이해는 가지만...
이 이야기하자면 또 길어지니 그건 나중에 또...
그렇다고 이 이야기가, '자 내가 너를 바라보고 이런 이야기를 했으니 너도 나를 바라보고 이런 이야기를 하거라!' 라는 요구로 받아들여지기를 원치는 않습니다. 진짜라구욧~ 낄낄~~
단독자로서의 나는 결국 내가 할 수 있는것 이상을 바라지 않아서 일까요? 하여튼 그렇습니다. 님에게 흐르는 고독의 정서와 나에게 흐르는 독존의 정서는 아마 그게 크게 다를 것입니다.
이 이야기도 하자면 길어지니 그것 역시 나중에 또...
앙겔루스노부스14-03-03 02:11
219.♡.♡.57
끝까지는 못하겠군요. 나는 할 말이 너무 많아서~ 그런 의미에서
"유언이란건 살아서 할 말을 다 하지 못한 멍청이들이나 하는거야!"
라는 마르크스의 유언은 저보다 할 말이 훨씬 많았을 마르크스가 역시나 절대 했을리가 없는 말일거 같습니다. 낄낄~~
멍멍14-03-03 11:30
147.♡.♡.74
글을 읽다보면 울므님 일상이 꽉꽉 들어차있는거 같아요. 그리고 비어있는 틈새로 뻥하고 구멍이 뚫리고 다시 꽉꽉 들어채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