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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볼 때 박근혜 정권의 남은 희망 혹은 업적은 남북회담일 겁니다. 남북회담 만큼 전시 효과가 크고, 지지를 올리는 데 좋은 게 없죠. 그리고 박근혜는 박정희의 7.4 회담을 잇는다는 역사적 대의마저 갖고 있으니 상당히 의욕적으로 준비할 겁니다.

2012년에 정부에서 나온 미래전략 보고서를 보면 북한과의 통일을 통한 경제적 돌파구를 언급한 걸 볼 수가 있습니다. 통일은 값싼 노동력과 2000만 명이 넘는 넓은 시장을 얻을 수 있는다는데서, 또 비지니스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일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그 과정이 어떻든 되기만 한다면 재벌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박근혜 정권 하에서 지배층은 통일을 원한다는 제스춰를 계속 취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가운데서 지난 두 정권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6.15 선언과 10.4를 성과로 남기지 않고 포기한다는 건 정말 낮은 수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통일 관련된 모든 성과를 여당 쪽에 넘기고, 그 과정에서의 주도권을 놓칠 확률이 커요.

북한과의 합리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들였던 노력들은 모두 유실되고, 아마 남북이 서로를 이용하여 정권을 유지하려는 장난질만이 횡횅하겠죠.

여튼 이렇게 각종 국정 현안에서 원래 자신들이 갖고 있던 이니셔티브를 하나씩 잃어가면 정당은 정말 말할 수도 없을 만큼 작게 쪼그라드는 거죠. 경제민주화도 새누리당에 날치기, 통일도 새누리당에 날치기 당하면 이제 남는 게 뭐겠습니까?

이건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전술적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데 있어 굉장히 미숙한 일이라고 봅니다. 통합신당을 국민들이 선택할 이유가 없는 거예요.

절차적 민주주의의 준수와 외형적 공권력의 통제, 이런 걸로 국민들에게 대안을 제시할 거 아니잖습니까. 그건 새누리당이 지키겠습니다, 고치겠습니다 하면 되는 것 뿐이죠.

신당 통일 관련 유산을 포기한 거는 정말 ㅄ of ㅄ 짓입니다. 스스로가 대안을 만들어낼 주제를 다 없애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