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불펜 > 불펜 > 암환자와 그 가족 이야기

처음 폐암 의심 소견으로 큰 병원을 찾을때는.. 말그대로 공황상태였습니다.

아니겠지.. 뭔가 잘못된거겠지.. 오진도 많다잖아.. 일단 소견이고 아직 확진은 안된거잖아..

이렇게 현실을 부정하면서 피말리는 심정으로 검사결과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확진판정이 나오고 그것도 상당히 진행되어 수술이 어려운 상태라는걸 알게되었을때

아버지에 대한 안쓰러움과 앞으로의 걱정, 현실을 감당하기 벅찬것에 많이 힘들었지요..

치료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처음에 할만하다던 아버지도.. 1차치료 마지막에 가서는 너무도 힘들어하셨고

잘 견디다 몸과 마음이 점점 약해지니 온갖 짜증과 불만을 어머니에게 쏟아내셨나봅니다..

어머니도 건강하신분이 아닌지라.. 감정이 상하고 쌓인 부분을 아들 며느리에게 쏟아내시고..

부모님 모시고 치료를 돕고있는 저희는 억울한 감정에 서로 다투기도 하고..

처음의 충격과 두려움은 어디갔는지.. 이젠 그저 일상이 되어버렸네요..

1차 치료가 끝나고

아버지 당신도,, 그리고 가족들도 이제 잠시의 휴식과 안정을 가지는 시기를 갖게 되었는데

일주일도 안되어 폐렴이 왔습니다..

다시 응급실로.. 가족들은 비상상태고

기력이 없고 기침과 열에 시달리는 아버지가 참 불쌍하네요..

때론 암환자의 감정분출을 다 받아주지 못하고

되려 화내고 또 자식들에게 푸는 어머니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환자보다 더 환자같이 그리고 또 어린애같이 하시는 모습에 답답하기도 하고..

애써 열심히 부모님을 모시는 저희에게 오히려 온갖 불만을 하던 어머니에게

그 맘 이해보다는... 답답함에 짜증만 난것 같습니다.

아버지만 보고있느라 어머니를 놓쳤던 것 같네요..

온 가족이 마음을 모아 아버지 치료에 최선을 다하자던 첫 마음은..

가족간의 갈등과 녹녹찮은 현실에 가로막혀 모두 사라져버렸나봅니다..

이번 고비를 잘 넘기면.. 온 가족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려고 합니다.

암이 환자의 몸뿐만 아니라 온 가족의 정신까지 병들게 하는것 같네요..

저부터 해야 어머니도 아버지도 함께 하시겠죠..

때론 이런 위기상황에 우리 가족은 이렇게밖에 될 수 없는가..

다른 가족들은 안그럴텐데.. 똘똘 뭉쳐도 힘든 상황인데... 이런 자괴감이 듭니다

어쨌든 시간은 흘러가고..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듭니다

정신과 상담이 하나의 변환점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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