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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러시아와 1 대 1로 비겼는데요.
전반적으로 평가전들에 비해 팀에 안정감이 생겼습니다.
이 것은 오늘 기성용을 전진 배치하지 않고 딥라잉 플레이메이커로
깊숙히 위치시키면서 가져온 효과인데요.
포백 앞 공간에서 오늘 기성용의 장악력과 공 전개 능력은 탁월했습니다.
여기에서 수비진에 안정감이 오면서 경기 전체를 꽤 단단하게 꾸려갈 수 있었죠.

다만 기성용을 딥라잉으로 내리면서 전진한 미드필드 공간에서 전방으로
공을 공격적으로 뿌려줄 수 있는 카드가 없었죠. 그래서 중앙 침투를 통한
공격은 거의 없었습니다.

대신 이 부분을 커버하면서 전진한 공간에서의 공격 기회를 엿보기 위해선
구자철과 이청용의 활동력에 기대어야 하는데요. 둘 다 많이 뛰어줬고
이청용은 날카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긴 했습니다만 구자철은 좀 더
하프라인까지 많이 내려오면서 독파이팅을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실 현 대표팀에서 전진 중앙 공간에서 독파이팅을 해줄 수 있는 활동력과
피지컬을 바랄 수 있는 건 구자철 밖에 없기 때문이죠.

어쨌든 전진한 중앙 공간에서 침투 공격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양 옆으로 볼을 돌리면서 사이드 공간을 조금씩 먹어가다
박스 앞 쪽에서 대각선으로 중앙을 파는 공격이 주로 이뤄졌습니다.
대각선을 통해 박스 근처로 진입한 공격 기회에서 박주영이 공간을
열어주고 새도우 스트라이커 역할을 한 손흥민이 마무리하는 전술은
꽤 위력적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손흥민이 자신의스피드를 잘 살리며
슛팅 기회를 열어간 것이 아주 좋았습니다만  두 번의 마무리가 너무 아쉬웠죠. 힘 좀 빼자..--;;

그런데 아쉬운 것은 위의 공격 방법과 함께 터치라인을 깊숙하게 파서
크로스를 올리는 공격 방법이 병행이 됐다면 훨씬 더 좋은 기회를 많이
얻었을 거라는 겁니다. 하지만 현재 홍명보호의 전술에서 윙포워드나
윙백을 이용한 공격 전술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이 것이 안됐죠.

후반 들어 공격진의 움직임이 둔탁해졌을 때 이근호의 투입은 적절한 선택이었구요.
공격적인 이근호의 성향과 활발한 움직임이 상대 수비진에 균열을 만들었고
상대 골키퍼의 미스라는 행운을 동반해 선취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안정감 있는 경기 운영과 행운이 동반됐지만 어쨌든 득점을 얻었다는게
살짝 우리 쪽으로 경기가 웃어주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만
득점 후 부터 우리 선수단의 체력이 급격하게 하락했습니다. 

실점을 만회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선 러시아를 전방에서 적절히 지연해주는 것이
필요했는데요. 특히 우리 전방 진영 선수들의 체력 하락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하프라인에서 우리 박스 앞까지의 공간이 그냥 무주공산이 되어버렸죠.
그래서 러시아가 박스 주변에서 파상적으로 우리를 때리는 상황이 계속됩니다. 
그리고 이 상황은 경기 끝날 때 까지 이어집니다. 그 결과 동점골을 내주게 된 것이구요.
후반들어 러시아가 체력적으로 우리보다 더 강했던 것이죠. 
홍명보호가 대회 직전까지 체력 훈련을 중점으로 했다고 하는데 살짝 의문부호가 떠오르네요.
다만 러시아의 팀 스피드가 빠르지 않았다는게 다행스런 점입니다.
카펠로가 러시아팀을 썩 잘만든 것 같진 않네요.

어쨌든 열세가 예상되던 첫 경기 러시아 전에서 무승부를 거둔 건 나쁘지 않은 수확이네요.
알제리와의 경기에 한 번 희망을 걸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벨기에와 알제리의 경기를 봤을 때 김신욱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개인적으로 많은 우려와 부정적인 전망을 했었지만 예상보단 어느 정도 팀이
나름대로의 골격을 갖춰 만들어진 것 같아 다행입니다.

이 번 월드컵은 더위와 높은 습도 때문에 체력이 매우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 같은데요.
남은 경기에서 대표팀이 해왔다는 체력 훈련의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