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8일 촛불집회 후기
- 작성일
- 14-06-30 10:51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영화를 보고 청계광장쪽으로 나가는데 종로 3가 사거리 분위기가 대략.
네 모서리에 경찰들이 가득했고, 청계광장쪽으로 나가는 건널목 하나는 차단되었으며 광화문쪽으로 나가는 도로 하나는 경찰차로 줄이 서있었습니다.
무슨 일 일까. 오늘 촛불집회 전에도 행진이 있나... 하고 광화문 쪽으로 걸어나가는데 경찰들이 막 뛰어다니길래 경찰들이 행진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광화문쪽 도로로부터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더라고요. 물론 경찰들과는 비교도 안되게 적은 인원수.
나중에 찾아보니깐 쌀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나봐요. 제가 지나갈 때는 경찰이 해산할 것을 요구하고 물대포 쏠 것이라는 엄포를 놓고 있었는데 결국 물대포를 쐈나봐요.
기사: 올해 첫 물대포 등장
원래 7시에 시작 예정이던 촛불집회는 이 분들이 돌아오시지 못해서 10분 정도 지연되었고요.
나중에 전해듣기로는 결국 22명이 연행되었다고 합니다.
촛불집회는 간략하게 진행되었어요.
첫촛불집회가 2013년 6월 27일 동화면세점 앞에서 표창원.... 외 두분을 모시고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고 오늘이 촛불집회 시작한지 일주년이 된셈이라고 하셨는데.
일주년 치고는 간소한 행사였던거 같아요.
아마도 국정원 대선개입이라는 국가문란 사건과 이제 석달째가 지나가고 있는 세월호 사건보다
의료민영화, 철도민영화나 쌀시장 개방,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등.
시도 때도 없이 코앞에 닥치는 일들에
집회들이 줄줄이 있는 탓인거 같아요.
그래도 일주년을 기념하여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의 첫 사회자였던 박근용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의 발언이 있었어요.
박근용 사무처장은 촛불집회를 참여해오면서 제가 굉장히 좋아하게 된 분이에요.
사실 무슨 일을 해오셨는지는 잘 모르고요.
어버이 연합에서 커다란 소리로 집회를 방해할 때.
거의 유일하게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톤을 유지하시던 분이에요.
박근용 사무처장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두명의 이름을 언급하셨어요.
위험을 무릎쓰고 국정원 댓글녀 김하영씨의 실체를 폭로하셨던 전국정원 직원 김상욱씨.
그리고 정치인 매수 등의 온갖 비리를 저질러온 현국정원장 후보자 이병기씨.
김상욱씨에게는 힘을 실어줄 것을, 이병기씨는 퇴진을 요구할 것을 호소하셨어요.
아래는 웹에서 따온 그들에 관한 간략한 글이에요.
이 국정원장 후보자가 지난 97년 15대 대선 당시 해외파트를 담당하는 안기부 2차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월북자와 해외 재미동포를 이용해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려는 북풍공작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지난 2002년 16대 대선 때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김영일 선대본부장에게 “(민주당 대선경선에서 탈락한) 이인제 후보를 매수해 이회창 후보의 지지유세를 하도록 해보자”고 제안해, 이 후보에게 차떼기 자금 5억 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정치인 매수공작을 벌인 이 후보자가 절대로 국정원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한편 박 사무처장은 김상욱 전 국정원 직원이 국정원 댓글녀 김하영 사건을 밝혀내고, 한겨레신문 인터뷰를 통해 ‘국정원 심리전단’ 조직을 세상에 드러낸 인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정원은 그를 ‘국정원 기밀 팔아먹어 민주당의 국회의원 해보려는 사람’이라고 매도하고 있고, 검찰은 그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까지 했다며 강하게 비난한 뒤,현재 항소심 공판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그가 무죄를 받을 수 있도록 시민들이 좀 더 목소리를 내달라고 호소했다.
국정원 대선개입부터 세월호 사건까지.
지난 일년간 참 기암할만한 사건들이 많았던거 같아요.
집회 중에 때로는 분에 못이기겨 영상을 외면하기도 하고
때로는 눈시울이 뜨거워져 사람들 얘기를 듣지 않고 멍하니 앉았을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항상 집회를 참여하면서 느껴온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 하늘, 바람, 어둠과 함께 하나씩 켜지던 촛불들. 그런거에요.
(사진은 잘 못찍지만;;;;)
이 날은 저혼자 참석했어서 무리들과 멀찌감치 떨어져 돗자리를 펴고 앉았었어요.
제 주위엔 아마도 저처럼 홀로 집회에 참석하신 분들이 그리 멀지 않게 드문드문 앉아 있었고요.
진행자가 물었어요. 여기 6월 27일 첫집회에 참석하셨던 분들 계신가요?
전 사실 진짜 첫촛불집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던거 같은데 그건 비공식적인거였나봐요.
동화면세점에서 있었던 표창원씨 외 두분의 토크는 기억이 났고, 그게 공식적인 첫촛불집회였다 하니 손을 번쩍 들었지요.
옆에 계신 분들도 모두 손을 번쩍번쩍 드시더라고요. 집회가 진행되던 삼십여분 내내 얼굴도 마주치지 않고 있었는데. 서로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무얼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하지만 일년전부터 드문드문 같은 공간에 같은 생각으로 있어왔다는 너무 반가웠고, 연대감 같은게 들었어요.
촛불집회를 시작하면서 이에 회의적이던 분들도 많았지요. 그리고 촛불집회를 한 일년간 아무 것도 바뀐건 없어요. 하지만...... 세상이 바뀌는거요?....
일년간 우리에게 이런 무언의 연대감이 쌓여 왔다는게. 바로 세상이 바뀌고 있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도 촛불집회는 계속 될꺼고 저는 제 소중한 일상과 함께 계속해서 참여할꺼에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