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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없는 그 사진들을 보며 의사는 내게 열심히 설명을 합니다.

알듯모를듯한 설명을 듣다 나는 잠시 다른 생각에 빠집니다.

1895년 영화가 발명된 이후 아직 영화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 길라잡이가 된 것은 변사와 설명 자막입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대사 위주의 자막은 없었습니다. 1927년에 만들어진 칼 드레이어의 <잔 다르크의 수난>이 놀라운 것은 클로즈 업 위주의 영상이 아니라 무성영화 인데도 자막이 대화체여서 토키영화처럼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그 이전의 영화들, 영화사가들이 초기 영화로 부르는 영화들에서 변사와 자막은 전지적 시점이었습니다. 어찌보면 다양한 해석이 아니라 감독의 의도와도 많이 벗어난 단일 해석이 지배했습니다.

그 시기 이미지를 설명하는 변사의 역할이 오늘 날에는 의사가 대신합니다. 소리 없는 이미지에 대한 전문가의 권위를 앞세운 설명들. 미셀 푸코가 행한 의사와 환자 사이의 권력 구조를 설명은 초기 영화에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최근 의학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전문의의 일방적인 설명이 아니라 환자의 질문-의사의 대답이라는 양방향으로 진행되듯이 영화 이미지에 대한 관객들의 지식이 하나의 영화에 다양한 해석을 불러옵니다.

의료 이미지나 영화 이미지는 이런 식의 대화를 통해 살아남는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