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머 많이 있지만 군대시절이 생각납니다.


저는 전경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경이 시위를 막는다고 생각하시지만

대부분은 의경이고

전경의 대부분은 시위외에 다른 일들을 하는 편입니다.

물론 큰(?) 행사가 있을 땐 다 불려가지만요



뭐 암튼

저는 시위랑은 상관없는 검문소에 있었습니다.

새벽에 서울다리 검문하는 거 많이들 보셨을 듯


검문소는 조장 2명이서 교대 근무를 합니다.

전경들 입장에선 대장이 하루씩 번갈아 가면서 나오는 것이죠


사실 검문소 조장이라는 직책이 어느 정도

빽이 있어야 오는 곳입니다(지금은 모르고 그 땐 그랬죠)

왜냐면 경찰들은 진급시험을 봐야 하는데

그 시험이 상당히 어렵죠 경쟁률도 매우 치열하고요

그러다 보니 실무쪽에 더 가까운 보직은 공부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고의는 아니지만 어쨌든 보직에 따라 진급의 유불리가 좀 갈립니다.

그래서 다들 뺵ㅇ라도 써서 격대조장 또는 검문소 조장하고 싶어합니다.

진급에 의지가 있다면 말이죠


암튼 서론이 좀 긴데

그 때 이상한 일이 발생합니다.

A조장과 B조장이 있다면

유독 A 조장 검문할때만 무더기로 검문에서 적발이 되는 겁니다.

진짜 뭐 어떤 의도도 없고 그냥 똑같이 하는데

특정 조장 날에만 미친듯이 잡히고

반대로 다른 조장에는 아무 것도 안 걸립니다 정말....


머 사실 조작할 방법이 뭐가 있나요

검문한 사람이 하기 전에 죄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도 없고요

근데 진짜 신기하게 그렇게 되는 겁니다.

근데 이 검거 성적이라는 게 인사고과에 들어갔던 모양입니다.


참다 못한 B조장이 폭발했죠

전 대원 모아놓고 ㅈㄹ을 합니다.

근데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우리도 어이가 없죠

뭐 똑같이 했고 심지어 조장 둘 다 성격이 별로라서 둘 다 싫어했으면 했지

A조장을 더 좋아한 것도 아니었거든요

설사 그렇다고 한들 뭔 수로 가려잡겠습니까

무전으로 다 들리는데요

암튼 그러다 보니 B 조장이 발광....


당시에 제가 분대장이었습니다.

그러고서 저를 까기 시작하는 거죠

대원들 차례대로 다 깠지만 당연히 제가 젤 많이 까였겠죠

조목조목 따져가며 반박했습니다.

결국은 조장이 발광을 멈추는 걸로 일단락이 됐지만

억울하고 서운한 건 이 떄부터 시작입니다.


바로 밑에 후임이

덤빈 거죠

이유가....나만 살라고 변명했다 였습니다.


허허허


진심 조목조목 따져가며 변명한 건

어차피 조장한테 얘기할 수 있는 게 나 뿐인데

내가 저런 오해를 받으면 대원들 전체의 얘기를 할 수도 없게 될 거니까

내 입장을 단호하게 깨끗하게 정리하고 다 반박할 생각이었습니다.

당시에 조장이 워낙에 발광이 지나친 상태라 길게 얘기하지 않고 다음날 아침에 얘기할 생각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그런 생각으로 그랬습니다.




근데 후임이 그러더군요

나만 살라고 했다고.....


화가 나기는 커녕 정말 너무 서운했어요

그 후임은 또 원래 문제사병

잘 다독이며 데리고 있어서 제 말은 잘 따른 던 놈이 그러니까

정말 서운했습니다.

걔가 좀 머리가 나쁘긴 했는데

저런 상황을 이해 못 하는 게 정말 ....

설명할 상황도 아니게 됩니다.

이런 비슷한 경험있으신 분들은 아실 거에여

뭐라고 말하면 변명되는 기분

진짠데......




그 떄 이후로

걔를 제가 케어 안 해 줬습니다.

서운함이 너무 커서....

분대장이면 그러면 안 되지만

날 믿지도 않는 놈한테 뭘 쉴드쳐주나 싶었죠 그땐 저도 어렸으니까...


결국 걔는 사고쳐서 전출갔습니다.


영창 가 있을 때 가서 사식 한번 넣어주고 그걸로 끝....


그 때 간 심정은 미안함 반 서운함 반 그런 기억이네요





사실 그 때 이후로 제 삶이 좀 가운데 서 있게 된 것도 같고

좀 더 개인주의적 이기주의적으로 온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내가 헌신하려고 했으나 그 진심이 엿먹은 후론

굳이 그럴 필요를 못 느끼게 된 거죠



나랑  연관된 일 아니면 별 신경 안 쓰고

피해를 주면 똑같이 해 준다 뭐 그런 마인드....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지만

일단 편합니다



그건 확실해요





잘 몰랐는데 지나고 이 글 쓰다보니

저 맘이 많이 여린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