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유령회사에 대해서
- 작성일
- 14-07-20 20:33
유령회사에 대해서
부동산금융을 처음 공부할 때 유령회사란 놈을 참 이해하기 힘들었다. 유령회사는 유식한 말로 명목회사라고 하고, 페이퍼 컴퍼니라고도 하며, 금융쪽에서는 SPC(Special purpose corporate, Special purpose company)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부동산 쪽에서는 그냥 편하게 시행사라고 하기도 하고, 민간투자사업에서는 민간사업자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용어가 다양한 만큼 이 많은 용어들이 모두 한가지 대상을 지칭하고 있지는 않지만, '유령회사니까 부도덕하다'는 지점에서 조금 이 바닥 경험이 있는 분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을 것이다. (참고로 PFV라는 유동화회사의 설립요건에 대해서는 댓글에서 페친님의 언급해 주셨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SPC의 원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글이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뉴스타파 기자는 등기부등본을 떼보고 스마트에듀 회사의 실재 주소를 찾아가서 호들갑을 떨었다. "헥헥! 어! 여기 와봤더니 아무도 없습니다. (권은희 남편 너 유령회사 만든 사기꾼이지?)" 당연히 아무 것도 없어야 맞다. SPC는 이익이 생겼을 때는 90%이상을 배당해야 하고, 유급직원도 두면 안되기 때문이다 (회사 종류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기본원리가 그렇다). 아니, 왜? 도대체 왜 직원을 두면 안 돼? (부외금융, 이중과세 등의 논점이 있으나 일단 패쓰~)
SPC는 투자를 위한 도관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도관체란 말이 어렵다면 호스라고 생각해도 좋다. 투자금(처음 투자자들이 낸 돈을 납입자본금paid capital이라고 한다)을 모아서 SPC의 재산으로 만든 다음에 빌딩을 담보로 부채를 조달하고, 그 자금을 운용해서 얻은 이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고로 얄팍하게 비유하자면, 호스의 크기는 납입자본금에 비례하는 것. SPC는 투자자의 납입자본금에 비례하여 이익을 돌려주어야 한다 (돌려준 이익을 배당dividend이라고 한다). 가능하면 비용을 발생시키지 말고!!!
이 때 돌려주는 것은 '이익'이지 '매출'이 아니라는 점을 주의하자. 뉴스타파 기자는 또, "헥헥, 빌딩 다 돌아봤더니 어? 뭐? 임대료 1400만원? 너 빌딩부자잖아!" 모든 임대료는 법인의 매출이다. 모든 매출에는 비용(cost)이 있다. 아무리 부동산 임대업자가 밉고, 권은희 공천이 문제라 생각하더라도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SPC는 매출이 아니라 이익을 돌려준다. 매출(sales)에서 원가(cost)를 뺀 나머지를 돌려준다는 의미이다. 고로 매달 1400만원이 이자로 들어오는 빌딩임대업 회사의 주식을 40%를 가졌으니 매달 560만원씩 번다는 뉴스타파 기자의 말은 매출과 이익을 헷갈린 설명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다시 SPC로 돌아와보자. 왜 SPC는 이익의 90%를 배당해야 하고, 직원을 두면 안 되는가? SPC는 투자금을 모아서 배당하는 것이 목적인 회사이기 때문이다. 고로 SPC가 따로 오피스를 두고, 직원을 두면 투자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돈은 그만큼 줄어든다. 고로 SPC는 유령회사인 것이 윤리가 개입할 필요가 없는, 그냥 기법이고, 기술이다. "거봐, 유령회사를 통해서 빌딩운영한 나쁜"이라는 말은 본인이 부동산 분야의 문외한이라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법률상의 문제는, 페친의 페친이신 이재현님의 의견을 인용한다.
"법인 명의 재산 내역의 실질 가치를 신고 안 했다는 것인데, 법에 특별히 규정이 없는 이상은 그럴 필요가 없다. 또 재산 취득의 불법이나, 신고의 누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사 내용도 다 권 후보의 신고에 기반한 것이라 특별히 비난받을 일이 없다. 뉴스타파식으로 하면, 삼성 이재용이 선거에 나오면 삼성그룹 전체의 시장가치를 신고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재산 과다 신고로 허위 사실 공표죄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기사 말미에 청와대 수석이랑 비교하는데, 청와대 수석은 공직자고, 권후보는 공직후보자일 뿐이다. 당선되면 그때 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이 된다. 지금 신고가 선거법에 저촉되는 게 없다면 특별히 문제 삼을 일이 없다고 본다."
상장기업은 유가증권이 거래되면서 시장가격이 형성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주식가격이란 증권의 '시장가격'이다. 그러나 영세(라고 하기엔 좀 크지만) 비상장기업의 경우 처음 주주가 자본을 납입한 이래로 그 이후의 운영은 법인격체의 몫인데, 법인격체가 가진 자산은 매일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가격'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스마트에듀가 망해서 청산을 하게 되면 그 때는 복잡한 회계상의 규칙을 거쳐서 '가치'가 '가격'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면 국회의원 선거 한 번 나갈 때마다 회사를 부도내게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일 수 있겠다. 그럴 경우에 같이 투자한 사람들을 선의의 피해자로 만들겠지만, 공직후보자의 재산공개가 그렇게나 윤리적으로, 정치적으로 중요한 이슈라면 그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뉴스타파 보도의 본질은 '재산 축소공개'라기보다는 '권은희는 부자다!' 그것도 '유령회사 씩이나 세운 악덕한 부동산임대업자의 마누라'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글쎄, 그 뒤에 취재 윤리가 어떻고, 의도가 어떻고, 광주공천이 어떻고, 친노가 어떻고 하는 것에 별로 관심 없다.
고재열기자와 같은 분이 '적법하지만 숨기려는 의도를 가졌기 때문에 비판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전 사실 남편의 비상장법인의 주식에는 무려 1400만원의 빌딩임대수입료가 포함되어 있어요. 사실 그 회사의 부채는 10억 정도 되지만 말이에요. 그 부채는 은행빚으로는 부족해서 제2금융권, 게다가 사채도 조금 섞여 있답니다. 이자비용으로는 얼마가 나가고 있어요." 하는 꼴값을 떨어야지만 된다는 논리이다.
당파적으로 진보인사에 태클을 문제삼았다는 게 문제가 아니고, 그 보도 자체가 쌩다리 걸기 식의 잘못된 보도라고 몇 번을 말해도, "진실은 불편하다"고 비장하게 말하는 걸 보면 아직 문제가 뭔지 모르는 게 확실한 것 같다.
그렇게 자신 있으면, SPC와 비상장법인의 납입자본금 이외에 시장가격이 형성되지 않은 자산들도 모두 공직후보자의 재산으로 공개하게 만들어, "재산공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없게 하든가. 마르크스도 해결하지 못한 가치와 가격개념을 정돈해준다면, 나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고마울 뿐이다.
부동산금융을 처음 공부할 때 유령회사란 놈을 참 이해하기 힘들었다. 유령회사는 유식한 말로 명목회사라고 하고, 페이퍼 컴퍼니라고도 하며, 금융쪽에서는 SPC(Special purpose corporate, Special purpose company)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부동산 쪽에서는 그냥 편하게 시행사라고 하기도 하고, 민간투자사업에서는 민간사업자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용어가 다양한 만큼 이 많은 용어들이 모두 한가지 대상을 지칭하고 있지는 않지만, '유령회사니까 부도덕하다'는 지점에서 조금 이 바닥 경험이 있는 분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을 것이다. (참고로 PFV라는 유동화회사의 설립요건에 대해서는 댓글에서 페친님의 언급해 주셨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SPC의 원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글이라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뉴스타파 기자는 등기부등본을 떼보고 스마트에듀 회사의 실재 주소를 찾아가서 호들갑을 떨었다. "헥헥! 어! 여기 와봤더니 아무도 없습니다. (권은희 남편 너 유령회사 만든 사기꾼이지?)" 당연히 아무 것도 없어야 맞다. SPC는 이익이 생겼을 때는 90%이상을 배당해야 하고, 유급직원도 두면 안되기 때문이다 (회사 종류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기본원리가 그렇다). 아니, 왜? 도대체 왜 직원을 두면 안 돼? (부외금융, 이중과세 등의 논점이 있으나 일단 패쓰~)
SPC는 투자를 위한 도관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도관체란 말이 어렵다면 호스라고 생각해도 좋다. 투자금(처음 투자자들이 낸 돈을 납입자본금paid capital이라고 한다)을 모아서 SPC의 재산으로 만든 다음에 빌딩을 담보로 부채를 조달하고, 그 자금을 운용해서 얻은 이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고로 얄팍하게 비유하자면, 호스의 크기는 납입자본금에 비례하는 것. SPC는 투자자의 납입자본금에 비례하여 이익을 돌려주어야 한다 (돌려준 이익을 배당dividend이라고 한다). 가능하면 비용을 발생시키지 말고!!!
이 때 돌려주는 것은 '이익'이지 '매출'이 아니라는 점을 주의하자. 뉴스타파 기자는 또, "헥헥, 빌딩 다 돌아봤더니 어? 뭐? 임대료 1400만원? 너 빌딩부자잖아!" 모든 임대료는 법인의 매출이다. 모든 매출에는 비용(cost)이 있다. 아무리 부동산 임대업자가 밉고, 권은희 공천이 문제라 생각하더라도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SPC는 매출이 아니라 이익을 돌려준다. 매출(sales)에서 원가(cost)를 뺀 나머지를 돌려준다는 의미이다. 고로 매달 1400만원이 이자로 들어오는 빌딩임대업 회사의 주식을 40%를 가졌으니 매달 560만원씩 번다는 뉴스타파 기자의 말은 매출과 이익을 헷갈린 설명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다시 SPC로 돌아와보자. 왜 SPC는 이익의 90%를 배당해야 하고, 직원을 두면 안 되는가? SPC는 투자금을 모아서 배당하는 것이 목적인 회사이기 때문이다. 고로 SPC가 따로 오피스를 두고, 직원을 두면 투자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돈은 그만큼 줄어든다. 고로 SPC는 유령회사인 것이 윤리가 개입할 필요가 없는, 그냥 기법이고, 기술이다. "거봐, 유령회사를 통해서 빌딩운영한 나쁜"이라는 말은 본인이 부동산 분야의 문외한이라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법률상의 문제는, 페친의 페친이신 이재현님의 의견을 인용한다.
"법인 명의 재산 내역의 실질 가치를 신고 안 했다는 것인데, 법에 특별히 규정이 없는 이상은 그럴 필요가 없다. 또 재산 취득의 불법이나, 신고의 누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사 내용도 다 권 후보의 신고에 기반한 것이라 특별히 비난받을 일이 없다. 뉴스타파식으로 하면, 삼성 이재용이 선거에 나오면 삼성그룹 전체의 시장가치를 신고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재산 과다 신고로 허위 사실 공표죄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기사 말미에 청와대 수석이랑 비교하는데, 청와대 수석은 공직자고, 권후보는 공직후보자일 뿐이다. 당선되면 그때 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이 된다. 지금 신고가 선거법에 저촉되는 게 없다면 특별히 문제 삼을 일이 없다고 본다."
상장기업은 유가증권이 거래되면서 시장가격이 형성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주식가격이란 증권의 '시장가격'이다. 그러나 영세(라고 하기엔 좀 크지만) 비상장기업의 경우 처음 주주가 자본을 납입한 이래로 그 이후의 운영은 법인격체의 몫인데, 법인격체가 가진 자산은 매일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가격'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스마트에듀가 망해서 청산을 하게 되면 그 때는 복잡한 회계상의 규칙을 거쳐서 '가치'가 '가격'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면 국회의원 선거 한 번 나갈 때마다 회사를 부도내게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일 수 있겠다. 그럴 경우에 같이 투자한 사람들을 선의의 피해자로 만들겠지만, 공직후보자의 재산공개가 그렇게나 윤리적으로, 정치적으로 중요한 이슈라면 그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뉴스타파 보도의 본질은 '재산 축소공개'라기보다는 '권은희는 부자다!' 그것도 '유령회사 씩이나 세운 악덕한 부동산임대업자의 마누라'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글쎄, 그 뒤에 취재 윤리가 어떻고, 의도가 어떻고, 광주공천이 어떻고, 친노가 어떻고 하는 것에 별로 관심 없다.
고재열기자와 같은 분이 '적법하지만 숨기려는 의도를 가졌기 때문에 비판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전 사실 남편의 비상장법인의 주식에는 무려 1400만원의 빌딩임대수입료가 포함되어 있어요. 사실 그 회사의 부채는 10억 정도 되지만 말이에요. 그 부채는 은행빚으로는 부족해서 제2금융권, 게다가 사채도 조금 섞여 있답니다. 이자비용으로는 얼마가 나가고 있어요." 하는 꼴값을 떨어야지만 된다는 논리이다.
당파적으로 진보인사에 태클을 문제삼았다는 게 문제가 아니고, 그 보도 자체가 쌩다리 걸기 식의 잘못된 보도라고 몇 번을 말해도, "진실은 불편하다"고 비장하게 말하는 걸 보면 아직 문제가 뭔지 모르는 게 확실한 것 같다.
그렇게 자신 있으면, SPC와 비상장법인의 납입자본금 이외에 시장가격이 형성되지 않은 자산들도 모두 공직후보자의 재산으로 공개하게 만들어, "재산공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없게 하든가. 마르크스도 해결하지 못한 가치와 가격개념을 정돈해준다면, 나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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