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언제부터인가 천만 관객 넘는 영화가 대단한 영화로 평가되어 왔습니다.
저는 4천7백만 조금 넘는 인구 중에 천만 관객 돌파 영화를 대단히 '이상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흥행 대박 영화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천만이 넘어서면 관객들의 평균적인 감성에 호소해야 합니다. 평균 관객의 경우 조금만 재미가 없으면 영화관을 뛰쳐 나옵니다.
그런데 그런 성향의 괸객이 두 세번씩 본 영화라면 스토리가 대단히 '극적'이어야 합니다. 희노애락이 명확한 영화여야 합니다. 시각적으로 '볼 거리'가 풍부해야 합니다.
영화의 주제/주장은 누구나 알기 쉽고 명확하여야 합니다.

영화가 점점 이렇게 될수록 현실과 멀어집니다. 현실은 드라마틱하지 않고 우리의 하루하루는 희노애락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경천동지할 시각적 경험은 일상에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은 그렇게 명확하지 않습니다. 삼성의 경영 형태를 욕하면서 우리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청빈한 교황의 모습에 감동하면서 TV 홈쇼핑에서 과도한 쇼핑을 합니다.   

흥행을 목표로 만들어진 영화는 대부분 허구입니다. 영화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는 각자의 자유입니다. 
저는 흥행 대박의 영화보다 소소한 작은 일상을 다룬 영화가 더 맞는거죠. 그게 더 현실에 가까우니까요.
하지만 극도의 피로감으로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흥행성이 높은 대중영화를 보는게 당연하겠죠. 저도 '난 안봤는데.. 사람들이 그 영화가 괜찮다더군'하면서 영화 추천을 원하는 사람에게 슬쩍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지요.

그런데 사람들 중에 '흥행 대박 영화 =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제 경험상으로는  앞에 든 이유에서 그렇게 수준작은 별로 없다는 입장입니다.

흥행대박의 영화는 영화의 미적논리로 봐야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선 사회 문제로 봐야 할 때가 많습니다.
왜 이 시점에서 대중은 저 영화를 소비했는가하는 문제지요. 이걸 다루는 분야가 '영화 사회학'입니다. 
영화 사회학은 시네마틱한 것을 거의 내세우지 않습니다. 영화가 다른 장르와 다른 측면들 빛, 움직임, 편집, 우연성 등은 뒤로 하고 영화 안에서의 권력의 문제, 성의 문제, 관객들의 반응 등에 대한 문제를 다루지요.
영화 사회학에서 주요 대상이 되는 것은 소위 말하는 예술 영화가 아니라 흥행 대박영화가 많습니다, 그것을 통해 그 사회의 대중이 용납하고 있는 것을 읽을 수 있으니까요.

관객 천만 동원 영화시대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들이 영화관에서 집단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스스로 원해서 인가? 광고의 유혹과 주위 사람들의 경험에 이끌려서인가?

시네필의 한 사람으로서 어떤 영화든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즐겁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안되는 풍경들이 있습니다. 대형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보이는 질문들 '이 영화는 천만을 넘을까요'. '그 영화는 폭망인가요?'. '오늘 무슨 영화가 흥행 대기록을 작성합니다'라는 글들 말입니다.
왜 제작자가 고민해야 할 것을 관객이 하는 걸까요?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영화평론가들도 이 짓을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이번 주 기록을 봐서 조만간 천만을 넘을 것 같다'라는 글을 부끄럽지 않게 쓰고 있고, 또 그것을 잘 맞추는 것을 영화평론가의 능력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천만 영화시대라 영화관의 관객은 늘어났지만 각종 블로그에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빈곤하다는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