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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커피를 좋아하다보니 여행지 근처에 유명 커피숍이 있으면 반드시 들립니다.
그러다보니 전국에 유명하다는 커피숍은 한번 씩은 다 가본 것 같습니다.

좋은 커피숍하면서 맛이 좋거나 인테리어가 좋은 곳을 말합니다.
맛 좋은 커피숍도 엄청 많습니다.
인테리어가 예쁜 커피숍도 날이 갈수록 많아집니다.

하지만 주인이 철학이 있는 커피숍은 잘 찾기가 힘듭니다.
올 봄에 순천에 들렀을 때 베니샤프 본점에 가봤습니다.
주변 풍경에 어울리는 고풍스런 분위기. 뭐 나름 점수를 줄 만도 하더군요. 




커피와 팥빙수가 유명하다고 해서 시켰지요.
저는 물로 희석시킨 아메리카노는 거의 입에 안대는데 드립 커피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이걸 마셨는데.
별로더군요. 예전에는 여사장님이 팥빙수 가게를 했는데 화수금에만 팥빙수가 나왔다고 그렇게 이름을 붙인 팥빙수도 너무 달아서 몇 숟갈 먹다가 내려 놓았지요.




아내가 커피를 조금 더 마시고 싶다길래 리필을 부탁하니 천원을 더 내라고 하더군요.
보통 이 정도 규모의 커피숍에서는 그냥 리필 서비스도 있는데 유별나네하며 천원을 냈지요.
그런데 알고보니 그게 기부금으로 내는거더군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다 다음과 같은 사진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1115 나눔 프로젝트. 이곳 사장님과 사모님이 고생 끝에 커피 숍으로 성공을 하셨습니다.
11월 15일은 이 분들의 결혼 기념일인데 결혼 선물을 주고 받기보다는 좀 의미 있는 일을 하자고 해서 그날 가게에서 번 돈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 뒤에도 아직 자신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이제는 가게 돈에다 손님들이 리필을 요청할 때 받은 돈을 합쳐서 기부하고 있습니다. 이 돈으로 사랑의 집 짓기, 저소득청 세대 수술비 마련에 쓰고 있습니다.

알고보니 베니샤프 사장님은 이 지역의 유지로 존경을 받고 있는 분이시더라구요. 저는 이 분의 정치성향이 어떤지 인품이 어떤지는 모릅니다.

베니샤프 사장님은 지금 하고 있는 일 자체로만으로도 칭송을 받을 분입니다.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 문이 되고 길이 되는 사람. 커피 향기보다 더 향기로운 어른. 그 분이 베니샤프 사장님이고 철학이 있는 커피 숍을 운영하시는 분이십니다.

순천가시면 꼭 한번 들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