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북한, 미·중·일 보란 듯이 인천, 러시아 방문
- 작성일
- 14-10-16 12:27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월4일 있었던 북한 최고위급 인물 3인의 한국 방문은 절대 폄하할 일이 아니다. 남북관계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 김대중·노무현 시대와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남북관계 꽃을 피웠다는 당시에, 북쪽 채널은 노동당의 한 부서에 불과한 통일전선부를 넘지 못했다. 북의 내각 참사가 장관급 회담 대표로 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대선 기간인 2007년 10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쪽의 차기 정권과는 수뇌부 직통으로 라인을 격상하려 마음먹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대북 강경책으로 무산됐고 그 뜻이 박근혜 정부에서 관철되고 있는 듯하다. 지난 2월 청와대-국방위 채널이 개설된 이래, 이번에 북의 2인자라 일컬어지는 황병서 총정치국장 겸 국방위 부위원장이 교섭 전면에 등장했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통일부는 왜 이렇게 무리한 제의를 했을까. 바로 2차 고위급 회담을 먼저 제의한 것은 북한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4일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이 정몽헌 회장 11주기 행사를 위해 금강산을 방문했을 때, 북한 원동연 통전부 부부장을 통해서였다. 현대 측으로부터 이 소식을 접수한 정부가 북을 테스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택한 날짜가 UFG 훈련 다음 날이었던 것이다. 급하면 무릎 꿇고 오라는 메시지였는데, 그동안 묵묵부답이던 북측이 최고위급 인사 3인을 한꺼번에 내려보냈으니 흥분할 만했다. 압박하니까 꿇고 오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뭔가 이상하다. 형식은 요란했으나 내용이 없다. 오히려 10월 말, 11월 초의 2차 고위급 회담을 자기들이 들어줬으니, 남측이 ‘상응할 만한 조처’를 취할 차례(<조선신보> 보도)라는 투다. 10·4 선언의 정신에 맞게 내용을 채우라는 것인데, 그것이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뜻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북한 최고위급의 방한 통보가 하루 전인 10월3일, 그것도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석 중이던 북측 대표단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8월4일의 제의와는 다른 맥락에서 이번 일이 기획됐으리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바로 그 직전 북한이 벌인 외교전의 연장선이다. 8월16~17일 평양에서 있었던 북·미 접촉이 결렬되고 강석주의 유럽 순방(9월6~16일)과 이수용의 유엔 방문(9월21~30일)이 소기의 목적 달성에 실패한 뒤끝이다. 그 뒤 이수용은 러시아 방문 길(9월30일~10월10일)에 올랐다. 8월에 본격화한 북한의 공세적 외교는 김정은 제1비서가 이수용에게 ‘대외 환경을 개선하라’고 지시(외교부 고위 당국자)한 것과 관련된다. 아버지 시대와는 또 다른 차원의 광폭 행보에 의한 ‘공세적 다변화 외교’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 세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 무장력은 상당 수준 갖췄다. 이수용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밝힌 대로 경제개발과 인민생활 향상이 현재의 최대 과제다. 무역권 포함해 자율경영권 부여한 ‘5·30 조처’ 시점상 ‘5·30 조처’가 눈에 띈다. 최근 방북했던 진징이 베이징 대학 교수의 신문 기고로 알려진 5·30 조처는 ‘북한 전역의 모든 공장·기업소·회사·상점에 자율경영권을 부여’하는 조처다. ‘생산·분배뿐 아니라 무역권 같은 국가권력마저 하방하겠다는 획기적인 조처’라는 것이다. 이런 파격적 조처의 맹아는 7·1 조처 3년째였던 2004년 이미 등장한 바 있다. 당시 박봉주 내각 총리가 이를 밀어붙이다 2005년 실각했는데, 10년 후 그의 꿈이 다시 5·30 조처로 부활한 듯하다. 그런데 마찬가지 문제가 있다. 바로 개혁의 종잣돈 마련이다. 당시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으로부터 도움을 얻고자 방중까지 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김정은 제1비서가 이수용에게 대외 환경 개선을 지시한 이유 역시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종잣돈 마련을 위해서는 대외 환경을 개선해야 하는데, 그 전제는 ‘핵을 포기하지 않은 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북·일 관계가 제격이다. 지난 8월의 시도는 북·일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 북·미 관계의 장벽을 돌파하려 한 것인데, 미국 중간선거라는 의외의 변수에 발목이 잡혔다. 따라서 제2막의 등장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러시아다. 이수용의 방러와 함께 북·러 정상회담 이슈를 일단 수면에 올려놓았다. 북한 고위급의 한국 방문은 바로 이 러시아 카드와의 연관 속에서 일단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북·러 관계와 남·북 관계의 동시 진행이다. 시너지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남·북·러 3각 협력이라는 그림이 주는 파장이 있다. 그것이 누구를 지향하는가 하는 점은 스케줄 속에 나와 있다. 왜 2차 고위급 회담을 10월 말, 11월 초로 잡았을까. 바로 미국 중간선거 직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에 분위기를 띄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북·러 관계에서도 중요한 일정이 비슷한 시기에 잡혀 있다. 러시아를 방문한 이수용이 10월1일 알렉산드르 갈루슈카 러시아 극동개발장관과 흥미로운 합의를 했다. ‘10월20~24일 러시아 대표단이 방북해 개성공단과 ‘새로 조성될’ 청진공단에 대한 러시아 기업의 진출 문제를 협의’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러시아 투자로 준공한) 나진항을 활용하기 위한 사업에 한국의 참여를 포함해 남·북·러 3각 협력을 촉진하는 문제도 협의할 예정’이다. 합의 내용을 보면 청중은 셋이다. 우선 미국이지만, 미국을 직접 공략해서는 효과가 없다는 게 명약관화하다. 미국은 지금 영변 핵시설에서 플루토늄이 다시 추출됐느니, 유엔 인권기구를 움직여 김정은을 재판에 회부하느니 하면서 열심히 고춧가루를 뿌려대고 있다. 다음은 중국이다. 러시아 측이 최근 개성공단 진출에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일부 전문가들은 조금 상상력을 보태 ‘러시아가 서해 쪽의 남포 진출을 시야에 넣지 말란 법이 없다’는 얘기도 한다. 중국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가장 초점을 맞춘 쪽은 역시 일본이다. 청진에 러시아 공단을 조성한다는 것은 나진항을 러시아 군항으로 사용한다는 것에 이은 두 번째 충격 카드다. 여기에 남·북·러 철도 연결 사업이 결합하면 이는 곧 원산까지를 염두에 두는 것이다. 일본의 지정학적 이해를 직격한다. 더군다나 아베 정권의 애초 프로그램은 9월 초 아베 방북을 통한 납북자 문제의 해결에 이어 내년 6, 7월의 북·일 수교까지 직행해, 9월에 있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있다. 내년 9월 선거에서 아베가 이기면 2020년까지 탄탄대로이기 때문에 절대 물러설 수 없다. 지난 8월의 1차 시도는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 정부의 체면을 고려해 물러섰다. 그런데 과연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그럴 것인가? 북한이 아베를 평가한 것은 미국이 말리는데도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하는 모습을 보고서라고 한다. 더구나 남·북 관계와 북·러 관계까지 전면에 등장한 상황이다. 미국이 과연 아베를 막을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조엘 위트 전 국무부 북한 담당관은 이번 판이 자칫 미국의 고립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고 내다보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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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애들이 더 똑똑한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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