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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모선생 집에 들러 H 영화 평론가와 술을 마셨습니다. H 평론가가 한잔 거나하게 된 뒤라 모선생의 서재를 기웃거리다 서재에 꽂혀 있는 허문영 평론가의<세속적 영화, 세속적 비평>을 집어들며 이런 말을 하더군요.

'대한민국사상 아마 가장 잘 쓰여진 평론집이 이게 아니겠는가?'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때 J평론가의 구라빨에 도취되어서 그의 글을 무척 열심히 읽었는데 제게 오히려 도움이 된 것을 허문영 평론가의 글이었습니다. 허문영 평론가는 영화의 전당 수석 프로그래머이고 옆에서 오가며 지켜봤는데 사적으로는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 소위 '허빠'라는 사람들도 즐비한데 저는 인간적으로는 굉장히 싫어합니다(그건 뭐 세상사 그냥 묻어둬야 할 일이고...)

영화 평론으로 따질 때는 최고의 평론가라고 생각합니다. 이 양반의 영화에 대한 안목은 뭐랄까, 뭔가 경천동지할 새로운 시각이 있는 것은 아닌데 영화사를 정리하고 그 영화사의 위치에서 한 영화를 평가하는데  누구처럼 지나친 허세로 영화를 숭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영화가 가지고 있는  민낯을 낱낱이 밝혀내어서 정확하게 짚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그게 그의 첫번째 평론집 제목처럼 '세속적 비평'인 것이이죠.

이번에 새 평론집이 나왔습니다. <보이지 않는 영화>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보듯 영화를 보고, 영화를 보듯 세상을 본다. 달리 말하면, 영화는 보이는 세상이고, 세상은 보이지 않는 영화다. 양자의 경계는 유동적이고 불투명하며, 이 글들은 그 모호한 경계지대에서 양쪽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혹시 영화 서적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허문영 평론가의 두 권의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영화에 담겨야 할 것과 담겨서는 안될 것,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에 대해 좋은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