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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영화가 있습니다. 데미안 체즐 감독의 <위플래쉬>라는 영화가 그것입니다.
영화제 시작 전부터 선댄스 영화제 드라마 부문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았고 칸 영화제에서 기립 박수를 받았다고 관객몰이를 했던 작품이죠.

저는 이 영화를 가볍게 무시했습니다. 다른 볼 영화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선댄스 영화제'라는 그 듣기에 거북한 이름 때문이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시네필들 중에는 선댄스 영화제가 세계적인 영화제이고 독립영화들을 지지해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영화라고 착각하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제는 철저하기 상업적인 마인드에서 만들어진 미국 자국영화제입니다(최근에 들어서 국제경쟁부문이 도입되었고 이 부문이 도입된 지 그 다음해에 오멸 감독의 <지슬>이 수상). 미국에는 수많은 독립영화들이 만들어집니다. 그게 어느 정도 규모인가하면 너무 많아서 어떤 영화가 만들어지는지고 체크가 안될 정도입니다. 선댄스는 이런 독립 영화들을 매년 체크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미국은 2천만불(약 200억)으로 만들어진 영화도 저예산 영화에 속하는 영화 시장입니다. 우리 같으면 이런 영화를 만들 때 처음부터 배급을 결정하고 만들겠지요. 하지만 미국은 배급을 따로 정하지 않습니다. 선댄스에 맡기면 해결이 되기 때문이죠. 폭스 서치라이트라고 폭스 영화사에서 만든 배급 전용 자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가 선댄스에서 영화들을 보고 예컨대 2천만불짜리 소규모(?) 영화를 구입하죠. 그리고 3천만불에 배급하는 겁니다. 폭스 영화사는 소위 블록버스트를 만들다가 생기는 비즈니스 리스크를 히트가 될 수 있는 소규모 영화들을 구입해서 최소화하는 것이죠.

결국 따져보면 선댄스 영화제가 철저히 상업적으로 움직이는 영화제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매년 영화들이 질이 떨어지고 뻔한 영화들이 나옵니다. 영화 좀 본 사람 중에는 '이건 선댄스 용이네..' 이런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죠.

각설하고 뭐 그렇다고 선댄스 영화제 영화가 다 고만고만한 영화들만 나오냐? 꼭 그런 거는 아닙니다.
제가 보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아~ 씨발! 영화가 왜 이리 재밌어!'하고 감탄을 한 영화가 <위플래쉬>입니다.
알고보니 이 감독 데미안 체즐이더군요(네이버는 무식하게 다이만 차즐레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감독의 이름은 기억 못했지만 2009년에 만들어진 전작 <공원 벤치 위의 가이와 매들린>영화를 제가 기억하고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전작은 흑백으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존 카사베츠의 영화처럼 만들었더라구요. 그 영화도 음악적 감수성이 풍부하고 영화적인 감각이 탁월해서 '와.. 일마 물건이네~'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신작 <위플래쉬>는 음악학교에서 드럼을 배워서 세계적인 재즈인이 되기를 원하는 젊은 청년의 영화입니다. 여기에 이를 괴롭히며 혹독하게 트레이닝을 시키는 스승이 있습니다.
 두 사람의 대립이 중심축을 이루는데 얼핏 <하버드 대학의 공부 벌레들>에서의 학생-교수의 대립, <사관과 신사>에서 사관생도-조교의 대립을 연상케 합니다. 

이 영화는 서사와 편집이 꼼꼼하게 잘 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제목 Whiplash는 '채찍질', '몰아붙이는 가혹한 훈련' 정도의 뜻을 가지면서  동시에 영화에 연주곡 중에 하나입니다. 주인공인 젊은 청년이 영화 마지막에 연주하는 곡은 '캐러번'입니다. 그것은 사막을 자유로이 유목하는 사람과 같은 곡명입니다.
영화 초반에 청년과 아버지가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는 줄즈 닷신 감독의 걸작 '리피피(Rififi)'인데 프랑스어로 '난장판', '싸움터'와 같은 의미입니다. 곧 청년이 음악학교에서 스승과의 싸움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편집입니다. 편집을 맡은 탐 크로스는 제임스 그레이의 <위 오운 더 나이트>, <투 러버스>와 같은 걸작 영화의 편집을 담당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데미안 체즐 감독이 탐 크로스와 같이 작업한데에는 스콧 쿠퍼 감독의 <크레이지 하트>라는 영화의 편집을 담당한 경력 때문일 겁니다.
왜냐하면 그 영화도 뮤지션을 다룬 영화이거던요. 무슨 말이냐면, 이 영화의 관건은 음악, 그것도 재즈, 게다가 드럼의 분위기를 어떻게 살리냐에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 영화를 보신다면 마지막 공연 장면에 음악에 맞춘 기가 막힌 편집을 보게 될 겁니다.
문제는 이 영화가 아직 수입이 된다는 말은 없습니다. 그런데 어둠의 루트에 영어자막으로 돌아 다니더군요.
이 영화의 영어는 생각보다 안 어렵습니다.

오늘 저녁 맥주 한잔 하시면서 드럼의 리듬을 느껴보십시오.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