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 인생.........
- 작성일
- 15-02-11 01:22
아시안컵 결승날 친구커플과 그들이 소개해준 A, 그리고 저 이렇게 넷이서 같이 밥과 술을 먹었어요.
저야 늘 그렇듯이 미리 그녀의 사진을 확인했고 별 기대없이 약속장소로 갔죠.
먼저 들어가서 기다리는데 어떤 여자가 들어오더군요. 정말 예뻤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한눈에 반한다는게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네요. 제가 봤던 사진 속 사람일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점점 제게로 오더니 앞자리에 앉으니 실감이 나더군요. 그녀는 절 먼저 알아보고 자리에 앉은거였습니다. (박지성 닮았다고 들어서 한눈에 알아봤다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했어요. 낄낄대고 깔깔대고 오랜만에 느끼는 재미였죠. 술도 잘 들어가더군요.
노래방을 가니 저는 몸치라 춤을 못추는데 그녀는 제 팔을 잡고 이리저리 흔드면서 같이 춤을 췄죠.
심야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도 신나게 카톡을 하고 다음날 일어나서도 또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어요.
전 바로 다음날 친구 커플에게 부탁하여 넷이서 한번 더 보자고 부탁했죠. 그래서 바로 돌아오는 금요일에 다시 약속을 했습니다.
두번째로 만났어요. 하얀코트를 입고 왔는데 참 잘어울리더군요. 처음보다 더 많은 대화가 오고갔던것 같네요. 그녀가 잠깐 자리를 비운 순간 친구의 여자친구가 저에게 문득 그러더군요.
"A가 오빠한테 호감있대요, 둘이 잘해봐요"
정말 행복했죠. 나도 이제 뭔가 되는구나.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곤 제가 물색해놓은 2차 장소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점수 딸만한 곳으로 잘 알아보았는데 다행히도 너무 마음에 들어하더군요. 식당에 대한 칭찬을 한참했습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너무 방심했던것 같아요. 많이 취해서 정신이 없는건 아니었지만 자신감이 올라간 바람에 제 속마음을 넌지시 드러냈죠.
헤어질 때에도 성급한 나머지 다음주 주말에 시간되냐고 물어봤더니 다음주 주말은 약속이 있어서
안된다는 말을 하더군요. 이때 안된다는 말과 표정이 너무 차갑게 느껴져서 잊혀지지가 않네요.
그때 좀 불안한 느낌을 받았죠.
그리도 이틀 뒤 이번엔 금요일에 만날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자신이 주말내내 시간없다고 말한거 기억못하냐고 하면서 차갑게 말하더군요.
전 주말에 시간이 없다고 하니 금요일이 괜찮냐고 물은건데, 오빠는 저번부터 내가 하는 말은 왜그렇게 까먹는게 많냐고 살짝 화를 냈습니다. 이건 사실이긴 했습니다. 두번째 만남에서도 처음 만나서 나눴던 대화 내용을 기억못한게 많아서 그걸로 지적을 받았으니까요.
이때부터 느낌이 안좋더군요. 조금씩 답장오는 속도가 느려졌죠.
전 처음 만난날 이후로 카톡답장은 시종일관 실시간 답장이었습니다. 물론 그녀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했지만 결국 제가 너무 매달리는 티를 냈죠. 왜냐면 그녀도 저를 좋아한다고 생각했기에.. 지금 생각해보면 그 호감이라는 말을 제가 대단히 곡해했네요. 그동안 너무 외로웠고 너무 들떠있었죠.
또 다시 이틀뒤에 이번엔 설연휴에 시간이 괜찮냐고 물었습니다. 평소 늦어도 30분, 아무리 늦어도 가끔 1시간 안에는 답장을 하던 그녀가 3시간 동안 답장이 없었네요.
이제 모든게 확실해지더군요. 마음의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 후 설연휴엔 시골에 가야해서 바쁘고 앞으로 5월에 시험이 있어서 당분간 놀지도 못하고 공부만 해야한다는 답장이 왔습니다. 또 쿨한척은 해야하니 시험 공부 열심히하고 화이팅하라는 말로 대화를 끝냈네요.
쓰고나니까 저 정말 한심하네요. 정말 사랑에 빠지면 바보가 된다더니.. 그녀가 이성친구가 많다고 했을때부터 알았어야 하는건데.. 어쩐지 너무 순조롭게 진행된다 했습니다 ㅎㅎ
p.s 굴욕적인건 어제부터 카톡 대화명이 흠... 에서 오늘 이럴때가 아냐 로 바뀌더군요. 아놔ㅋㅋ
처음본 이후로 열흘동안 하루에도 몇번씩 그여자 사진만 쳐다봤다는..
친구들한테 사진보여주면서 잘되어간다고 자랑까지 해놨는데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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