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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실 임권택 감독 작품들 별로 안좋아 합니다.

영화 쪽에 임권택 감독 영화들 중 작품을 빨아대는 애들이 종종 있는데.. 이게 다 정성일의 업보입니다.  

정성일 평론가야 그럴 만하죠. 이 양반이야 임권택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영화사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요.

인터뷰집과 평론, 다큐 작업까지 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런데 정말 꼴보기 싫은 것은 그런 임권택 추종자, 아니 정성일 추종자가 영화를 찬양하는 방식입니다.

'임권택 영화는 무조건 걸작이야. 니가 이해를 못하는 것은 봉황의 뜻을 모르는 참새 대가리기 때문이지'

솔직히 제가 좋아하는 임권택 감독 영화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영화 중에는 밑에 언급된 <길소뜸>과 <춘향뎐>은 (비단 임권택 감독 영화 세계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 텐 베스트를 꼽아도 항상 들어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작품 속에서도 참 눈에 거슬리는 장면이 많다는 겁니다. 영화 내적으로는 지나치게 설명적이고 문어체적인 대사가 많다는 것이고 영화 외적으로는 밑에 지적한대로 여자 배우를 거의 사기치다 싶이해서 섹스씬을 찍게 만드는 그 모습들입니다.

<서편제>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송화를 판소리 예술의 경지에 해당하는 득음의 경지에 도달시키기 위해 (양)아버지가 음식에 약을 넣어서 눈을 멀게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게 영화 속에서는 한을 넘어서야지 에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을 하죠. 이게 참 웃긴 겁니다. 우리 나라 정서랑 이거랑 맞나요? 저는 한국 예술의 경지를 '한의 미학' 어쩌구 하는 야나기 무네요시식의 동정어린 접근도 참 지랄 맞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한국의 정서가 '한의 미학'이라고 백걸음 양보한다고 해도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산 사람을 장님으로 만든다게 말이 되나요? 이런 엽기적인 생각은 한국적 정서보다는 이웃 섬나라 사무라이 정서에 가까운 것 아닌가요?

이보다 더 눈여겨 볼 만한 장면은. 완전히 눈먼 송화가 올림 머리를 하고 (양) 아버지 앞에 나타는 모습입니다. 두 사람은 아비, 딸 관계에서 부부 관계로 변신한 거죠. 이거 사실 김기덕의 <나쁜 남자> 저리 가라는 장면입니다. 근디 정성일 평론가 같은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입을 다 물었습니다. 예술적 은유로 본 것일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요. 영화에서 살짝 눈을 돌려서 문학이나 미술 쪽을 보면 저게 인간인가 하는 놈들 부지기 수입니다. 자신의 예술적 성취를 위해 주변 사람 엄청 괴롭힙 놈들 말입니다.

임권택 감독은 영화 속의 캐릭터나 자기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를 대할 때 종종 이런 생각에 젖어 있는게 아닌지 의심이 갑니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인본주의' 영화라 칭할 때 제가 피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고요.

임 감독은 남 이야기를 잘 안 듣기로 유명합니다. 임권택 감독과 관련된 일화 중에 대표적인 것으로 다음과 같은게 있어요.

음식을 앞에 놔두고 식사를 하는 두 사람을 찍는데 두 사람의 대화가 오고 갑니다. 그런데 뜬 금 없이 사람을 안찍고 음식을 찍는 겁니다. 여기에 그런 장면이 용납이 안된다고 촬영 감독이 지적하자 단 한칼에 그 촬영 감독을 날려버린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 반기를 안들죠. 아무도. 왜?

아버지니까. 우리 영화의 아버지니까 그 분의 생각에 맞추자는게 팽배한 것 같더라구요.

일본이 1960년대 '쇼치쿠 누벨바그'를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합니다. 그 물결을 이끈 사람은 오시마 나기사, 이마무라 쇼헤이였습니다. 이들은 각각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라는 일본 영화의 아버지를 죽이면서 성장합니다.

우리도 어떤 면에서 이런 '아버지 죽이기'가 있었으면 합니다.    

사족)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작품 <화장>이 오래 전에 찍어놓고 아직 개봉을 못하다가 다음 달에 개봉을 한다고 합니다. 주변에 영화 평론가들이나 이 영화를 먼저 본 사람에게 <화장>이 어떤지를 물었습니다. 모두들 쭈볏쭈볏 말을 안하더라고요. 이상한 망설임. 그리고 긴 한숨. 저는 이 영화가 임권택의 마지막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